제목이 이삿짐센터 광고 같지만 부르면 달려오는 몇 분들에 대해 쓰고자 한다. 새 학기가 시작되어 지금 교실에서는 친구 사귀기가 한창이다. 3월에 만나 몇 달 지내다가 다시 5월경에 이합집산 과정을 거쳐 수련회, 수학여행 등이 마무리되면서 학기말 쯤 정리가 된다. 교육가족에게 3월은 새해 첫 달인 셈이어서 바쁘고, 정성을 많이 쏟아야할 시기이다. 시교육청 민주인권생활교육과에서 일선 학교를 지원하기 위해 운영하고 있는 ‘부르미’도 매우 바빠지겠다.

얼마 전에 학교에서 부르미제도를 활용한 40여 편의 현장사례를 봤다. ‘달려와요 부르미’, ‘교육청에 대한 인식이 변했어요’, ‘위기가정의 지원 사례’, ‘무조건 달려 갈거야’ 제목만 봐도 전문가들이 24시간 학생, 교원에게 어떻게 달려갔는지 생생했다.

행방을 알 수 없는 학생을 찾아 교육청의 부르미와 경찰, 학교가 긴밀히 협조하여 온전하게 귀가시키는 모습은 감동이었다. 학생 생활지도와 관련하여 학내기구를 개최할 때 부르미의 도움과 안내를 받으면 가·피해 학생 학부모가 쉽게 합의점을 찾는 사례도 있었다. 사건이 마무리된 뒤에도 상담기관이나 의료진, 특별교육 등 학생의 추수지도에도 손길을 놓지 않았다.

119는 서비스 내용이나, 신속성, 만족도에서 가장 우수한 기관 중의 하나인데 우리 사회의 119에 해당하는 것이 광주시교육청의 부르미가 아닌가 생각한다. 위급환자부터 벌집이나 고드름 제거까지, 심지어 취객의 요구까지 부르면 달려오는 119. 위기 상황의 학생, 갑자기 닥친 돌발 상황, 교사 학부모 간의 갈등 문제까지 학교 현장에서 부르면 달려오는 부르미. 더구나 광주지방경찰청과 광주광역정신건강증진센터와 긴밀한 연계와 협조는 전국적인 우수사례로, 현장 만족도가 매우 높은 실속 있는 제도로 자리잡고 있다.

부르면 달려오는 또 한 분이 있다. 매일 아침 신부님이 학생을 맞이해 주는 따뜻한 배움집 살레시오고등학교. 이 학교 장동현 교장 신부님 휴대폰 컬러링은 ‘무조건’이었다. 지금은 ‘별’이란 가곡으로 바꿨지만.

“내가 필요할 땐 나를 불러줘 언제든지 달려갈게∼ 당신을 향한 나의 사랑은 무조건 무조건이야∼ 태평양을 건너 대서양을 건너 인도양을 건너서라도 당신이 부르면 달려갈거야 무조건 달려갈거야.”

자, 이 정도의 가사면 그 마음이야 이해하지만 너무 심한 것 아닌가? 가수 박상철이 부른 무조건은 가사가 좀 과장되어서 피식 웃었던 때가 있었는데 이 이미지를 확 바꿔준 것은 장교장 신부님이셨다. 나도 컬러링을 ‘무조건’으로 바꿔볼까 했는데 감히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학생이 부르면 밤이건 낮이건 언제든지 달려갈 수 있을까. 더구나 태평양, 대서양까지.

학생들과 어울려 인라인스케이트를 즐기는 모습이 아름다웠는데 10여 년 전부터는 계속 달려가는 마라톤에 푹 빠지셨다. 지난 일요일에도 교원 4명과 함께 서울국제마라톤대회에 참가하여 42.195㎞ 완주를 하고 1m에 1원씩(1구좌 당 4만2195원) 수천만 원의 기금을 모았다. 지금까지 억대가 넘는 후원금을 모아 파푸아뉴기니, 몽골, 캄보디아 학교 교육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우리가 어려웠던 시절에 지원받았던 돈보스코 청소년교육을 이제는 도움이 필요한 다른 나라에 갚고 있는 것이다.

무조건 노래 가서처럼 학교에서는 학생이 부르면 무조건 달려가고, 태평양, 인도양을 건너서 형편이 어려운 나라에서 부르면 달려가는 장동현 교장 신부님. 높은 벼슬자리에 있는 관리보다, 나라를 다스리겠다는 큰 목소리 정치인보다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백성들이 부르면 무조건 달려와 주는 119. 위급하고 여러 손길이 필요한 학생을 위해, 얽히고설킨 일처리에 힘들어하는 교직원들을 위해 무조건 학교 현장으로 달려가는 광주시교육청의 부르미.

이 세 ‘부르미’는 일하는 곳은 달라도 푸른 봄의 새싹처럼 우리의 희망이다. 우리나라에는 119가 있고, 광주시교육청에는 ‘부르미’가 있다. 장동현 교장 신부님과 차 한 잔 마셔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