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유인 달탐사선 ‘아폴로 11호’가 달 표면에서 채취한 흙먼지 표본이 소송 끝에 미 항공우주국(NASA)에서 개인에게 넘겨졌다.

미 연방법원 텍사스 남부지원은 지난 28일 NASA 우주계획 총괄본부인 휴스턴 ‘존슨 우주센터’ 측에 “아폴로 11호가 1969년 7월 달 착륙 시 채취한 흙먼지 표본 주머니를 시카고 교외도시 주민 낸시 리 칼슨(65)에게 반환하라”고 판결했다.

흙먼지가 든 약 30㎝ 길이 흰색 주머니는 칼슨이 2015년 연방정부 경매에서 995달러(약 110만원)를 주고 구입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1년 이상 존슨 우주센터에 보관돼왔다.

미 당국은 이 물건을 “국가적 보물”로 주장하면서 “행정부처의 착오로 경매에 올려져 매각됐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칼슨이 흙먼지가 든 주머니의 주인”이라며 반환을 명령했다.

아폴로 11호 선원들은 발사 8일 만인 1969년 7월 24일 하와이 인근 태평양 해상으로 귀환하면서 특수 고안된 주머니에 달 표면 흙먼지와 돌 조각 등을 담아왔다. 칼슨이 사들인 주머니도 이 중 하나로 알려졌다.

이 주머니는 2006년 제3의 형사사건을 수사하던 연방 수사당국이 캔자스 우주박물관 관장의 집에서 우연히 발견했다. 미 법무부 산하 법원행정처는 2014년 이 주머니를 압수물품 경매에 최저 입찰가 2만 달러(2300만원)를 매겨 내놓았으나 유찰, 2015년 2월 다시 경매에 부쳐 칼슨에게 팔았다.

칼슨은 흙먼지 주머니를 손에 넣은 지 수개월 후 존슨 우주센터의 달 표본 큐레이터 라이언 지글러에게 “진품 여부를 확인해줄 수 있는지”를 물었고, 요청에 따라 우주센터로 주머니를 보냈다.

지글러는 “주머니 속에 든 것이 달의 흙먼지일 뿐 아니라 주머니 겉에도 같은 흙먼지가 묻어있다”는 답을 줬지만, 수개월이 지나도록 주머니는 되돌려받을 수 없었고 소송을 제기했다.

NASA 측은 “결코 개인 소유일 수 없는 역사적 유물이 누군가의 불법행위로 칼슨에게 팔린 것”이라며 “과학적 가치면에서 중요할 뿐 아니라, 한 시대 국가적 차원에서 쏟은 노력의 결과물이다”고 밝혔다. 이어 칼슨에게 “달 흙먼지 주머니를 대중에 공개하는 방안을 고려해달라”고 당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