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상나무 나이테로 지난 150년 동안의 기상정보를 추적해 나무의 생존조건을 파악한 연구결과가 나왔다.

6일 국립공원관리공단에 따르면 공단 소속 국립공원연구원이 지리산과 덕유산 일대 구상나무 나이테를 연구한 결과 봄철의 수분 공급과 태풍이 이 나무의 생존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립공원연구원은 나이테 산소동위원소 분석기법을 도입해 지난 2015년부터 2년간 국내에서 처음으로 150년(1864∼2015년) 동안 살았던 구상나무 82그루의 나이테를 분석해 이들 나무가 살아온 과정을 추적했다.

나이테는 탄생부터 죽음까지 나무가 살아가는 동안 연속적인 생육 정보를 담고 있는 일종의 ‘블랙박스’ 역할을 한다.

연구원이 죽은 구상나무의 나이테 정보를 기상청 자료와 비교해 분석한 결과, 겨울철 뿌리 보온과 봄철 수분환경이 구상나무 죽음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겨울철 눈은 구상나무 뿌리가 얼지 않도록 보온 역할을 하며, 봄철에 천천히 눈이 녹으면 수분 공급 역할도 한다.

이번 연구결과, 구상나무의 고사 이유는 태풍 등 급격한 기상변화로 단시간에 죽는 유형과 겨울철 이상 고온 등으로 장기간에 걸쳐 서서히 말라죽는 유형 등 2가지 형태로 분석됐다.

겨울철에 눈이 적게 내리거나 기온이 높아져 눈이 빨리 녹고 봄 가뭄이 심할 경우 나무가 서서히 죽는 것으로 나타났다. 태풍 등 급격한 기상변화 땐 나무가 단기간에 죽기도 했다는 것이다.

구상나무는 한국에만 자생하는 고유종으로, 전 세계에서 한국전나무(Korean Fir)로 불린다. 기후변화에 취약해 개체군이 축소되면서 세계자연보전연맹의 위기종으로 등재됐다.

/김형호기자 kh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