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환경운동연합과 전남환경운동연합은 지난 25일 ‘2016년 광주전남 10대 환경뉴스’를 선정, 발표했다. 광주환경운동연합과 고흥, 보성, 광양, 목포, 순천, 여수, 장흥 환경운동연합은 활동가 논의를 거쳐 올 한해 광주전남에서 일어난 환경 관련 이슈 10개를 추렸다. 선정된 뉴스 모두 지역주민의 생명과 재산, 건강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그 내용을 간추려 소개한다. 1.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은 오는 2024년까지 영광 핵 발전소(한빛원전) 부지 내 임시 저장시설 건설을 위해 ‘한빛원전 부지 내 저장시설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고준위 핵폐기물(폐연료봉)은 발전소 내 수조(물탱크)에 임시저장된 상태로 2023년 수조가 가득 찰 전망이다. 발전 중단이라는 상황을 피하려고 발전소 부지에 임시저장시설을 설치한다는 게 정부와 한수원 방침이다. 사용 후 핵연료(고준위 핵폐기물)는 인류가 만들어낸 최악의 독성물질로 불리며 최소 10만 년 이상 주변환경과 격리돼야하는데, 충분한 연구나 시민 의견 수렴 없이 정부와 원전 사업자가 일방적으로 폐기물 건립 저장공간을 짓는다는 점에서 곳곳에서 반발이 제기됐다. 이러한 이유로 영광을 비롯한 전남지역 주민, 시민 환경단체에서는 ‘고준위방사성 폐기물관리 기본계획’을 전면 백지화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 광주 광산구 하남산단에 있는 세방산업이 1급 발암물질인 트리클로로에틸렌(이하 TCE)를 전국에서 가장 많이 배출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커다란 충격을 줬다. 매년 300여t을 대기중으로 배출해온 세방산업 인근에는 수완지구, 하남지구 등 대규모 주거지역이 있어 시민들의 불안감은 가중됐다. 지난해 남영전구 수은누출 및 근로자 수은중독사고 이후 세방산업의 TCE 대량 배출은 하남산단과 지역 내 화학물질, 대기배출 관리 소홀 등 행정의 안이하고 부실한 관리가 빚어낸 사건이라는 게 환경단체 시각이다. 현재 세방산업의 TCE배출에 관한 검증위원회가 꾸려져 주변 환경과 주민, 노동자 건강에 대한 영향조사 등이 진행 중이다. 3. 올 한해 동안 광주·전남에서만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확인된 피해자만 246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사망자는 무려 71명에 이른다는 게 환경단체 설명이다. 사망자는 광주 36명, 전남 35명이다. 환경보건 시민센터, 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들은 가습기 살균제 사용자가 1000만명에 달했던 만큼 잠재적 피해자가 최소 29만명에서 최대 227만명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현재 피해 접수자는 빙산의 일각이라는 것이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 신고는 전국적으로 5294건(12월 16일 기준)이며 이중 올해 접수가 4012건으로 전체의 75.8%를 차지한다. 4.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4대강 사업 이후 수질 뿐 아니라 강 바닥 퇴적토까지 오염이 심각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환경운동연합과 대한하천학회는 올 여름 영산강 승촌보 죽산보 구간 하천바닥에 쌓인 저질토를 조사한 결과, 토양정화 및 복원대책이 필요한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는 것이다. 국립환경과학원에서 제시한 “하천, 호소 퇴적물 오염평가 기준”으로 총인(T-P)은 4등급, 완전연소가능량도 거의 4등급 수준이다. 즉, ‘매우 나쁨’, 즉 ‘심각하고 명백한 오염’상태라는 것이다. 보로 인해 물의 흐름이 막혀, 성층화현상(호수 깊이에 따른 수온변화에 의한 밀도차이로 여러 층이 분리되는 현상)이 뚜렷하다는 것도 확인됐다. 표층의 용존산소량은 양호하지만, 저층은 무산소층을 형성하고 있어 생명체가 살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정부와 지자체는 친수지구 확산 계획, 친수구역 개발 요구 등을 하고 있어 생태복원과는 거꾸로 가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5. 지난 11월 해남과 충북 음성에서 첫 발생한 조류독감이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의 초기대응의 실패로 인해 이미 전국의 가금류 2000만마리 이상이 도살처분됐다. 지난 12월 15일 위기경보 최고단계인 ‘심각’으로 격상하고 대응 중이나 상황은 녹록지 않다. 광주 우치공원과 더불어 전국의 동물원이 임시휴장에 들어갔으며, 계란 품귀현상이 나타나 서민 경제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 올해 조류독감에 대한 정부의 대응 역시 초기 대응의 실패, 늑장대응으로 그 피해를 키웠다는 게 환경단체 분석이다. 사육환경의 개선, 차단 방역 등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게 이들의 의견이다. 6. 지난 8월에 ‘전라선 철도 폐선부지 공원화 조성사업’ 기공식과 함께 사업이 본격화됐다. 전라선 옛 철길 공원화 사업은 광주 푸른 길 10.8㎞의 두 배인 21.4㎞로 국내 최장 구간이다. 여수환경운동연합은 지난 2011년 4월 폐선 된 전라선 옛 철길을 공원으로 만들기 위해 2008년부터 폐선부지 공원화 제안과 캠페인을 시작으로 2009년 선진지 견학활동과 도보·자전거·차량 답사, 2010년 전국 푸른 길 네트워크 참여와 생태공원 요구, 2011년 옛 철길 공원화 기자회견·논평과 토론회·간담회를 진행했다. 이러한 활동의 결과, 2012년 폐선부지는 도시계획(공원) 결정·고시되었고, 여수 시민사회는 2013년 옛 철길 공원화 운동본부를 출범하고 나무심기 행사 등을 진행해 왔다. 7. 광주시가 환경부 ‘물순환 선도도시’로 선정됐다. 광주시에 따르면 상무지구에 투수 블록, 옥상녹화, 식생체류지, 빗물침투시설 등이 설치된다. 이번 물순환선도도시의 선정은 그동안 시민사회, 행정, 학계가 광주의 물순환체계를 회복하기 위한 거버넌스 구축과 토론회, 현장활동 등의 노력이 이끌어낸 민관 협치의 성과라는 게 환경단체 설명이다. 광주시는 빗물 등 물순환조례를 제정하는 등 제도적 정비도 진행한다. 환경단체는 광주시가 물순환 선도 도시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선, 광주천 중하류 지역인 상무지구 시범단지의 효율성 문제를 검토하고 하천을 통합 관리해야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도시 내에서 지속 가능한 수자원을 확보하고 자립해야 건전한 물순환 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에 부합한 도시계획 등 제반 과제 수행도 요구된다고 밝혔다. 8. 광양 와우지구 택지개발 과정에서 성토재로 매립한 페루니켈 슬래그에서 발암물질인 니켈 성분이 기준치보다 매우 높게 검출된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일었다. 광양시에 따르면 와우지구 도시개발 정비사업의 주택단지 조성 현장에 약한 지반을 다지기 위한 수평배수재로 지하 10m 아래에 모래 대신 27만7000여t의 페루니켈 슬래그를 매립했다. 공사 현장에서 채취한 페루니켈 슬래그의 성분 분석을 공인시험기관에 의뢰한 결과 발암물질인 니켈이 주거지역 토양오염 우려 기준(100㎎/㎏)의 9배를 넘는 967.8㎎/㎏이 검출됐다. 9. 전 세계 64개국이 유전자변형농산물(GMO)을 유통을 금지하거나 표시를 강화하고 규제하고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GMO쌀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환경단체가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전남에서는 생산자, 소비자, 시민단체 등 30여개의 단체로 구성된 ‘GMO반대 전남도민행동’(이하 도민행동)이 출범, 대응에 나섰다. GMO의 나라로 불리는 미국에서도 주식인 밀에 대해서는 GMO승인을 하지 않고 있음에도 농촌진흥청은 13개 작물 111종의 GM작물을 포함해 올해 총 146종의 GMO를 연구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무안, 완주를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GMO벼가 시험재배되고 있는 것으로도 조사됐다. 도민행동은 GMO 완전표시제, GMO없는 학교급식, GMO상용화 중단과 시험재배지의 안전한 관리체제 등이 이뤄지도록 건강한 대안을 찾아 활동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10. 광주는 올해도 아파트 중심의 도시재생사업이 진행됐다. 시민들과 도심 주변 환경(조망권, 열 섬, 일조권)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부적합한 종 상향에 의한 초고층 아파트 건설계획이 추진됐다는 비판이 시민 환경단체로부터 수시로 터져나왔다. 광천동 호반 써밋플레이스는 48층, 첨단 힐스테이트 리버파크는 42층, 양산동 쌍용예가 46층, 임동은 39층짜리 아파트 건설이 확정됐다. 심의가 진행중이나 누문동에도 44층짜리 고층 아파트가 들어설 전망이다. 현재 광주시의 실효성을 갖는 지구단위계획과 세부지침, 조례 등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고층아파트 중심의 개발사업 추세는 계속될 것이라는 게 환경단체 분석이다. 도시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 사업수익 중심의 고층아파트 건설은 교통난, 녹지공간 축소, 일조권 침해, 기형적 도시경관 초래, 도심 열섬화 심화, 도시공간 소통 단절 등의 문제를 일으키고 기형적인 도시를 만들게 된다는 게 환경단체 지적이다. /김형호기자 kh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