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김진구 우산중학교 교감]마공약전(馬公略傳)
2016년 12월 20일(화) 00:00 가가
몇 년 물수능인가 싶더니 올해는 불수능이다. 물불 못 가리는 수능도 그리 오래갈 것 같지는 않다. 제도가 어떠하든 원하는 대학이나 학과에 진학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학생 당사자나 학부모들은 잘 안다. 그런데 말 한 마리로 이대를 쑥대(밭)로 만들어 놓고 교육계를 뒤흔들어 놓았다. 엘리트체육과 체육 특기자 전형에 많은 변화가 있어야하고 특히 새해부터는 말 때문에 고개 숙이는 수험생이 없기를 바란다. 아울러 병신년 세모에 말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마공약전(馬公略傳)을 쓴다.
나는 말이 없다. 그저 히히잉∼ 웃고, 불만이 있을 때는 앞발로 긁을 뿐이다. 마이동풍(馬耳東風)이라 했듯 동풍이 부나 북풍이 부나 세상일에 그리 신경 쓰지 않고 주인과 나의 안위를 생각하며 살아왔다. 그런데 요즘은 그렇지 않다. TV 화면에 자주 나타나고 이미지 관리에 어려움이 많다.
내 친구 우공은 힘으로 인간을 돕다가 이제는 젖이나 살코기 제공으로 역할을 바꿨지만, 나는 지금도 전공대로 달리기로 살고 있다. 엔진이 뒷발에 연결된 후륜구동이며 앞발은 도약과 몸무게를 지탱한다. 마방에서 쉴 때 뒷다리는 교대로 들지만 앞다리는 들지 않는다. 머리와 목으로는 방향과 중심을 잡는다. 500㎏ 덩치여서 노출이 잘되지만 날카로운 이빨이나 뿔, 발톱, 맹독이 없어 그저 튀는 것이 가장 큰 무기이다. 항시 불안하기에 큰 눈으로 350도를 보고, 보이지 않는 꼬리부분 10도 때문에 약간의 뒷발차기 특기가 있다.
고집은 좀 있지만 순하고 겁이 많다. 날아가는 참새나 나풀거린 비닐봉지에도 놀란다. 거친 풀이라도 한번 먹으면 그뿐 되새김이 없기에 가장 큰 병이 산통 즉 배앓이이다. 산통이 생기면 대변이 나올 때까지 마장을 돌아 장 운동을 해야한다.
내 몸의 장식물은 대체로 인간을 위한 것이다. 앞니와 뒷니가 떨어져있는데 이 사이에 재갈을 물리고 고삐와 연결하여 운전대와 브레이크로 사용한다. 액셀러레이터는 부츠 뒤꿈치에 붙어있는 쇠붙이 박차다. 인간세상에서 올바른 주장에 재갈을 물리고, 신속한 일처리 주문에 박차를 가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 용어 함부로 쓸 일이 아니다. 내가 말을 못해서 그렇지 죽을 맛이다. 누군가가 독자 여러분의 예민한 갈비뼈 사이를 뾰족한 쇠붙이로 콕콕 찌른다고 생각해보자. 소름끼치는 일이 아닌가.
발굽은 통발로 신경이 없어 쇠붙이를 박을 수 있다. 편자다. 편자 때문에 발전한 대장간은 최초의 제철소이며 도제 기능사를 배출한 공과대학이다. 편자 박은 발굽 아래 세상은 요동쳤으며, 수많은 제국이 나의 발굽 소리와 함께 흥하거나 망했다. 편자가 편하다고 소문이 나자 견공들도 발에다가 쇠붙이를 박겠다고 한다. 하여 ‘개 발에 편자’라 했는데, 분수나 제격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높은 지위, 명품 옷을 걸쳐도 언행이나 품성이 추한 ‘인간 몸통에 편자’도 많다.
족보에 따라 몇 십억이지만, 이건 순실 댁이나 삼성이야기이다. 천차만별 중고차 시장과 비슷하다. 2,3백만 원짜리도 많다. 범퍼가 깨진 차가 있듯 관절염으로 절뚝거리거나 시동이 잘 안 걸린 친구도 있다. 올림픽에서 인간과 함께하는 유일한 동물이며 마칠기삼이라고 하여 기수보다도 내 역할에 큰 비중을 둔다.
알프스를 넘는 나폴레옹의 그림은 유명하지만 가짜다. 그런 자세로는 바로 떨어진다. 그의 말은 마렝고라는 소형마였고 마부가 기진맥진 끌고 올라갔다. 알렉산더의 부케팔로스, 항우의 오추마, 관우의 적토마가 이름난 친구들이며, 기생 천관의 집으로 술 취한 김유신을 데려갔다고 목이 날아간 억울한 친구는 귀소본능 때문이었다.
등산이 있으면 하산이 있는 법. 승마(乘馬)를 하면 반드시 하마(下馬)나 낙마(落馬)를 해야한다. 하마는 스스로 내려오는 자의적인 행위이고, 낙마는 부당한 지시나 불통으로 인한 무게중심의 이탈 결과이다. 고수란 낙마를 줄이는 사람이다. 인간 세상에서도 때맞춰 내려놓지 않아 떨어지는 사례가 많다.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했다. 지록위마(指鹿爲馬)는 진나라 환관 조고가 바른말을 한 신하들을 처단하고 왕을 농락해서 생긴 한자성어인데, 이제는 지왕위계(指王爲鷄) 즉 ‘백성들은 왕을 가리켜 닭이라 불렀다’는 사자성어가 우리 역사서에 전해질지 모르겠다. 천하를 통일한 진나라가 3대 16년 만에 망했는데 병마(兵馬)가 없어서 망했겠는가. 조랑말 포니(Pony)로 시작해서 대형마 에쿠스(Equus)로 발전한 나라인데 정치는 청와대 앞에 촛불이요, 경제는 바람 앞에 촛불이다. 문제는 지도자들에게 있음을 분명히 상소하면서 내 소개를 마친다.
첨언하면 필자는 곡성에 3평 남짓 토담집을 지어 ‘일우헌’이라 명하였다. 그곳에서 세상을 주유하듯 살고 싶어 ‘일우마옹’(一隅馬翁)이라 아호를 짓고, 수년째 말 타기 연습 중이다. 멋있게, 맛있게 타기 위해서.
내 친구 우공은 힘으로 인간을 돕다가 이제는 젖이나 살코기 제공으로 역할을 바꿨지만, 나는 지금도 전공대로 달리기로 살고 있다. 엔진이 뒷발에 연결된 후륜구동이며 앞발은 도약과 몸무게를 지탱한다. 마방에서 쉴 때 뒷다리는 교대로 들지만 앞다리는 들지 않는다. 머리와 목으로는 방향과 중심을 잡는다. 500㎏ 덩치여서 노출이 잘되지만 날카로운 이빨이나 뿔, 발톱, 맹독이 없어 그저 튀는 것이 가장 큰 무기이다. 항시 불안하기에 큰 눈으로 350도를 보고, 보이지 않는 꼬리부분 10도 때문에 약간의 뒷발차기 특기가 있다.
발굽은 통발로 신경이 없어 쇠붙이를 박을 수 있다. 편자다. 편자 때문에 발전한 대장간은 최초의 제철소이며 도제 기능사를 배출한 공과대학이다. 편자 박은 발굽 아래 세상은 요동쳤으며, 수많은 제국이 나의 발굽 소리와 함께 흥하거나 망했다. 편자가 편하다고 소문이 나자 견공들도 발에다가 쇠붙이를 박겠다고 한다. 하여 ‘개 발에 편자’라 했는데, 분수나 제격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높은 지위, 명품 옷을 걸쳐도 언행이나 품성이 추한 ‘인간 몸통에 편자’도 많다.
족보에 따라 몇 십억이지만, 이건 순실 댁이나 삼성이야기이다. 천차만별 중고차 시장과 비슷하다. 2,3백만 원짜리도 많다. 범퍼가 깨진 차가 있듯 관절염으로 절뚝거리거나 시동이 잘 안 걸린 친구도 있다. 올림픽에서 인간과 함께하는 유일한 동물이며 마칠기삼이라고 하여 기수보다도 내 역할에 큰 비중을 둔다.
알프스를 넘는 나폴레옹의 그림은 유명하지만 가짜다. 그런 자세로는 바로 떨어진다. 그의 말은 마렝고라는 소형마였고 마부가 기진맥진 끌고 올라갔다. 알렉산더의 부케팔로스, 항우의 오추마, 관우의 적토마가 이름난 친구들이며, 기생 천관의 집으로 술 취한 김유신을 데려갔다고 목이 날아간 억울한 친구는 귀소본능 때문이었다.
등산이 있으면 하산이 있는 법. 승마(乘馬)를 하면 반드시 하마(下馬)나 낙마(落馬)를 해야한다. 하마는 스스로 내려오는 자의적인 행위이고, 낙마는 부당한 지시나 불통으로 인한 무게중심의 이탈 결과이다. 고수란 낙마를 줄이는 사람이다. 인간 세상에서도 때맞춰 내려놓지 않아 떨어지는 사례가 많다.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했다. 지록위마(指鹿爲馬)는 진나라 환관 조고가 바른말을 한 신하들을 처단하고 왕을 농락해서 생긴 한자성어인데, 이제는 지왕위계(指王爲鷄) 즉 ‘백성들은 왕을 가리켜 닭이라 불렀다’는 사자성어가 우리 역사서에 전해질지 모르겠다. 천하를 통일한 진나라가 3대 16년 만에 망했는데 병마(兵馬)가 없어서 망했겠는가. 조랑말 포니(Pony)로 시작해서 대형마 에쿠스(Equus)로 발전한 나라인데 정치는 청와대 앞에 촛불이요, 경제는 바람 앞에 촛불이다. 문제는 지도자들에게 있음을 분명히 상소하면서 내 소개를 마친다.
첨언하면 필자는 곡성에 3평 남짓 토담집을 지어 ‘일우헌’이라 명하였다. 그곳에서 세상을 주유하듯 살고 싶어 ‘일우마옹’(一隅馬翁)이라 아호를 짓고, 수년째 말 타기 연습 중이다. 멋있게, 맛있게 타기 위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