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애의 ‘이 시대 리더십’]‘박근혜’에 대해 쓰는 마지막 글
2016년 12월 08일(목) 00:00 가가
이 칼럼을 연재하는 동안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글을 여러 번 썼다. 이번이 박근혜에 대한 마지막 글이 되기를 바란다. 대통령의 근본적인 자격을 상실한 박근혜라는 이름 석 자를 입에 올리기조차도 역겹기 때문이다.
충격적인 것은, 이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박근혜가 대통령의 자격을 상실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 때문이다. 워낙 대통령이 될 일말의 자격도 없던 자였다. 그 본색을 40여 년 동안 숨기고 국민을 ‘깜쪽같이’ 속였던 것에 대해서 배신감, 분노, 울화, 모욕감이 뒤엉킨다.
박근혜의 머릿속에는 오직 세 가지 우선순위만 있었던 모양이다. 첫째는 ‘아이돌로 남아 있는 일’이다. ‘공주’로 자랄 적부터 ‘비운의 공주’가 되어 속으로 칼을 갈며 ‘잃어버린 왕관’을 찾는다는 허황된 믿음을 실현하기까지 박근혜의 자산은 ‘박정희의 딸, 육영수의 머리 스타일, 선거의 여왕’이었다.
시중에 떠돌던 ‘어르신 세대는 박근혜를 아이유쯤으로 여긴다’는 농담이 결코 농담만은 아니었다. ‘주름살 없는 피부, 화사한 화장, 흐트러지지 않는 육영수 머리, 때깔 좋은 패션, 화려한 한복’을 유지하는 일이야말로 박근혜에게는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그래야 선거의 여왕이 될 수 있으니까, 그래야 맹목적 지지자들을 현혹시킬 수 있으니까, 그래야 권력을 유지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라고 매일 같이 부르짖던 동화 속 마녀 여왕이 떠오를 지경이다.
둘째는, ‘비밀을 감추는 일’이다. 최순실 라인을 숨기는 일, 세월호 7시간의 비밀을 숨기는 일, 최태민과의 관계를 숨기는 일, 육영재단 비리를 숨기는 일, 영남대 재단 관련 비리를 숨기는 일, 피부 관리를 숨기는 일, 약물 사용을 숨기는 일 등. 이 밖에도 박근혜 주변에 묻혀지고 숨겨지고 덮어진 비밀은 너무 많아 아직도 드러나는 중이다. 이렇게 수많은 비밀을 감추려면 얼마나 바빠야 했겠는가, 얼마나 사람들과 말을 섞고 싶지 않았겠는가, 얼마나 대면 보고가 싫었겠는가, 얼마나 기자 질문을 받고 싶지 않았겠는가? 이러니, ‘통’할 수가 없던 것이었다.
셋째는, ‘최순실-정유라의 소원을 풀어 주는 일‘이다. 박근혜 공약의 구호였던 ‘나의 소원이 이루어지는 나라’의 ‘나’가 ‘박근혜’만이 아니라 ‘최순실’이었고 ‘정유라’였다는 시중의 비판이 고대로 들어맞는다. 지금도 납득이 안 되는 것이, 그래도 대통령직에 있는 자가 어찌 행정부 과장이나 나서서 할 만한 ‘인사 조치 요구, 일감 주기 청탁’을 했는지 치가 떨릴 정도다. 최순실이 뭐길래, 정유라가 뭐길래?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비밀들은 이 부분에 대해서 납득할 만한 이유를 밝혀 줄지도 모른다. 바닥은 아직도 드러나지 않았기에 더 끔찍하다.
박근혜의 머릿속에 이렇게 ‘사적 어젠다’가 자리 잡고 박근혜의 행위를 지배하고 박근혜의 말을 창조해 내는 사이에, 박근혜는 국민을 완벽하게 속여 왔다. 박근혜의 비밀들을 숨기기 위해서 수많은 친박 정치인들이 동원되었고, 수많은 공무원들이 시간 낭비를 거듭했고, 지금 역시 안 써도 되는 우리 세금을 허비하게 만들고 있다.
‘아버지 박정희의 명예를 회복시키는 일’은 박근혜에게는 오히려 우선순위에서 낮았는지도 모른다. 이런 박근혜를 두고 ‘국정 리더십 운운’ 할 필요조차 없었던 일이다. 이런 박근혜를 두고 경제 민주화, 위기관리 리더십, 균형 외교를 아무리 부르짖어 봤자 아예 관심조차 없었던 것이다. 박근혜 정부 내내 뜬금없고 생뚱맞은 일들이 불쑥불쑥 튀어 나왔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개성공단 폐쇄, 한일위안부협약,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사드 배치 등 갑작스럽게 박근혜 정부가 결정한 정책들의 배후에 박근혜가 무엇을 숨기고 무엇을 회피하려 든 것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다.
박근혜, 당신에게 대해 더 이상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다. 이런 꼴을 보려고 그렇게 열심히 ‘이 시대 리더십’을 고민해 왔던가 자괴감이 든다. 박근혜는 대한민국의 국격을 세계적으로 형편없이 떨어뜨렸지만 다행히, 광장에서 타오르는 수백만 촛불 시민들의 평화 집회는 대한민국의 뿌리가 튼튼함을 입증하고 있다. 이제 다시 묻는다. 박근혜, 당신의 최초이자 최후의 애국 행위는 무엇이 되어야 하겠는가?
<전 국회의원·도시건축가>
충격적인 것은, 이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박근혜가 대통령의 자격을 상실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 때문이다. 워낙 대통령이 될 일말의 자격도 없던 자였다. 그 본색을 40여 년 동안 숨기고 국민을 ‘깜쪽같이’ 속였던 것에 대해서 배신감, 분노, 울화, 모욕감이 뒤엉킨다.
시중에 떠돌던 ‘어르신 세대는 박근혜를 아이유쯤으로 여긴다’는 농담이 결코 농담만은 아니었다. ‘주름살 없는 피부, 화사한 화장, 흐트러지지 않는 육영수 머리, 때깔 좋은 패션, 화려한 한복’을 유지하는 일이야말로 박근혜에게는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그래야 선거의 여왕이 될 수 있으니까, 그래야 맹목적 지지자들을 현혹시킬 수 있으니까, 그래야 권력을 유지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라고 매일 같이 부르짖던 동화 속 마녀 여왕이 떠오를 지경이다.
박근혜의 머릿속에 이렇게 ‘사적 어젠다’가 자리 잡고 박근혜의 행위를 지배하고 박근혜의 말을 창조해 내는 사이에, 박근혜는 국민을 완벽하게 속여 왔다. 박근혜의 비밀들을 숨기기 위해서 수많은 친박 정치인들이 동원되었고, 수많은 공무원들이 시간 낭비를 거듭했고, 지금 역시 안 써도 되는 우리 세금을 허비하게 만들고 있다.
‘아버지 박정희의 명예를 회복시키는 일’은 박근혜에게는 오히려 우선순위에서 낮았는지도 모른다. 이런 박근혜를 두고 ‘국정 리더십 운운’ 할 필요조차 없었던 일이다. 이런 박근혜를 두고 경제 민주화, 위기관리 리더십, 균형 외교를 아무리 부르짖어 봤자 아예 관심조차 없었던 것이다. 박근혜 정부 내내 뜬금없고 생뚱맞은 일들이 불쑥불쑥 튀어 나왔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개성공단 폐쇄, 한일위안부협약,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사드 배치 등 갑작스럽게 박근혜 정부가 결정한 정책들의 배후에 박근혜가 무엇을 숨기고 무엇을 회피하려 든 것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다.
박근혜, 당신에게 대해 더 이상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다. 이런 꼴을 보려고 그렇게 열심히 ‘이 시대 리더십’을 고민해 왔던가 자괴감이 든다. 박근혜는 대한민국의 국격을 세계적으로 형편없이 떨어뜨렸지만 다행히, 광장에서 타오르는 수백만 촛불 시민들의 평화 집회는 대한민국의 뿌리가 튼튼함을 입증하고 있다. 이제 다시 묻는다. 박근혜, 당신의 최초이자 최후의 애국 행위는 무엇이 되어야 하겠는가?
<전 국회의원·도시건축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