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옥숙 인문지행 대표] 부정의 욕망은 악마를 부른다
2016년 11월 28일(월) 00:00 가가
세계의 문호 괴테가 쓴 고전 ‘파우스트’는 끝없는 욕망과 탐욕의 본질을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주인공 파우스트 박사는 최고의 지식과 명예, 모든 사람의 존경을 받는 삶 등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노년의 학자다.
그러나 파우스트는 행복은커녕 우울증과 무력감에 빠진다. 애당초 불가능한 것, 사람의 한계를 벗어난 것, 즉 젊음을 욕망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삶에 대한 의욕조차 잃어버린 파우스트는 어떻게든 자신의 젊음을 되찾으려 한다. 이때 파우스트의 심정을 알기라도 하듯 메피스토펠레스라는 악마가 슬그머니 다가와서 젊음을 되돌려 주겠다고 유혹한다.
파우스트 앞에 악마는 어떻게 해서 때맞춰 나타난 것일까? 악마가 우연히 나타난 것이라고 생각하면 욕망과 악마의 관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파우스트의 충족될 수 없는 욕망이 없다면 악마는 접근하지 않았을 것이다. 욕망이 없는 곳에는 악마도 없다. 파우스트의 욕망이 악마를 부른 것이다. 악마는 병든 욕망을 먹고 살아가는 우리 자신의 또 다른 모습으로 그 욕망이 커질수록 악마의 유혹도 강해진다. 욕망 덩어리로 변한 파우스트는 악마가 내미는 계약서에 주저 없이 서명을 하고 젊음을 다시 얻는다. 악마와 거래를 한 것이다.
파우스트의 거래에서 사람들이 흔히 저지르는, 그러나 돌이킬 수 없는 위험한 도박을 본다. 젊음을 향한 욕망은 사실 시간을 되돌리겠다는 욕망이다. 시간의 흐름은 막을 수 없는 질서임에도 시간을 거슬러서 스스로를 영원한 존재로 만들려는 욕망이라는 의미다. 이렇게 젊음을 되찾겠다는 욕망의 깊은 곳에는 또 다른 욕망이 있다. 사람의 조건과 주어진 삶의 본질을 거부하려는 어리석고 불행한 욕망이다. 사람의 조건을 거부하는 것은 신이 아니라면 오직 악마의 힘으로만 가능한 일이지 않은가. 시간의 법칙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누구에게나 때가 되면 늙음이라는 흔적을 남긴다. 파우스트뿐만 아니라 대통령이나 여왕의 권력으로도 시간이 남기는 주름살을 막을 수는 없다.
책에 갇혀서 살다가 나이가 들어서야 젊음을 향한 욕망에 사로잡힌 파우스트는 악마와의 거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거래의 결과가 어떨 것인지에 대해서 조금도 생각하지 않는다. 이것이 욕망의 특징인 맹목성이다. 더 위험한 것은 파우스트에게서 나타나는 절대적 자만심이다. 그는 자신이 보통 사람들과는 전혀 다른 존재라고 생각하며, 악마에게 끌려다니지 않고 원하는 대로 모든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었다.
파우스트는 악마와의 거래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고 거기에다가 자신은 절대로 실패하지 않는다고 확신한 것이다. 그런데 크든 작든 모든 종류의 욕망 바닥에는 자만과 우월 의식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그래서 욕망보다도 더 위험하고 치명적인 것은 특권 의식이다. 우리 사회가 지금 겪는 있는 총체적 파국의 현상의 뒤에는 이러한 특권 의식이 깊고 깊게 똬리를 틀고 있음이 분명하다.
어리석거나 무지해서 또는 결핍 때문에 악마와 거래를 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파우스트가 삶에서 별로 이룬 것이 없었다면, 하루하루를 더 노력하며 성실하게 살면서 자신의 주름살과 백발을 담담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였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것을 이룬 파우스트는 도가 넘는 욕망을 품었고 결국 악마와 거래를 망설이지 않았다. 악마와의 거래로써 악마의 노예가 된다는 사실조차 그의 욕망을 잠재우지 못했다.
너무나 거센 욕망은 이성과 도덕을 무너뜨리고 스스로를 이미 악마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거래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왜냐하면 악마와의 거래는 언제나 영혼을 걸고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파우스트의 이야기는 욕망의 지배를 당할 때 어떻게 악마가 되어 가는가를 말한다. 악마와의 거래는 부도덕과 불법과 불공정의 결탁이며 은폐와 왜곡과 거짓을 통해서 지속되는 타락한 거래다.
하지만 파우스트는 긴 방황 뒤에 개인의 욕망을 극복하고 참된 목표를 세움으로써 악마로부터 벗어난다. 삶의 순리를 받아들이면서 덧없는 욕망의 늪을 빠져나온 것이다. 파우스트는 진정한 삶의 가치는 ‘자유로운 땅에서 자유로운’ 사람들이 살아가는 공동체를 세우는 것에 있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새로운 공동체 안에서 최고의 행복을 경험한다. 파우스트가 느끼는 이러한 행복은 악마와의 거래가 끝나는 것과 동시에 자신의 죽음을 의미한다. 파우스트는 사람의 희망은 공동체적 삶에서 실현되는 것임을 알게 됨으로써 자신의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은 것이다.
파우스트가 경험한 최고의 순간은 악마의 손길에 의해서 ‘주름살’을 없앴던 때가 아니고 부정의 욕망을 극복하고 ‘일하면 자유롭게’ 사는 세상을 이루었을 때였다. 그리고 파우스트는 덧붙여 말한다. “자유도 생명도 날마다 싸워서 얻는 자만이 그것을 누릴 만한 자격이 있다.” 한겨울에 매일매일 더 뜨거워지는 우리의 분노는 곧 자유와 생명을 위한 새로운 시작이다.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파우스트는 행복은커녕 우울증과 무력감에 빠진다. 애당초 불가능한 것, 사람의 한계를 벗어난 것, 즉 젊음을 욕망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삶에 대한 의욕조차 잃어버린 파우스트는 어떻게든 자신의 젊음을 되찾으려 한다. 이때 파우스트의 심정을 알기라도 하듯 메피스토펠레스라는 악마가 슬그머니 다가와서 젊음을 되돌려 주겠다고 유혹한다.
파우스트는 악마와의 거래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고 거기에다가 자신은 절대로 실패하지 않는다고 확신한 것이다. 그런데 크든 작든 모든 종류의 욕망 바닥에는 자만과 우월 의식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그래서 욕망보다도 더 위험하고 치명적인 것은 특권 의식이다. 우리 사회가 지금 겪는 있는 총체적 파국의 현상의 뒤에는 이러한 특권 의식이 깊고 깊게 똬리를 틀고 있음이 분명하다.
어리석거나 무지해서 또는 결핍 때문에 악마와 거래를 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파우스트가 삶에서 별로 이룬 것이 없었다면, 하루하루를 더 노력하며 성실하게 살면서 자신의 주름살과 백발을 담담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였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것을 이룬 파우스트는 도가 넘는 욕망을 품었고 결국 악마와 거래를 망설이지 않았다. 악마와의 거래로써 악마의 노예가 된다는 사실조차 그의 욕망을 잠재우지 못했다.
너무나 거센 욕망은 이성과 도덕을 무너뜨리고 스스로를 이미 악마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거래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왜냐하면 악마와의 거래는 언제나 영혼을 걸고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파우스트의 이야기는 욕망의 지배를 당할 때 어떻게 악마가 되어 가는가를 말한다. 악마와의 거래는 부도덕과 불법과 불공정의 결탁이며 은폐와 왜곡과 거짓을 통해서 지속되는 타락한 거래다.
하지만 파우스트는 긴 방황 뒤에 개인의 욕망을 극복하고 참된 목표를 세움으로써 악마로부터 벗어난다. 삶의 순리를 받아들이면서 덧없는 욕망의 늪을 빠져나온 것이다. 파우스트는 진정한 삶의 가치는 ‘자유로운 땅에서 자유로운’ 사람들이 살아가는 공동체를 세우는 것에 있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새로운 공동체 안에서 최고의 행복을 경험한다. 파우스트가 느끼는 이러한 행복은 악마와의 거래가 끝나는 것과 동시에 자신의 죽음을 의미한다. 파우스트는 사람의 희망은 공동체적 삶에서 실현되는 것임을 알게 됨으로써 자신의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은 것이다.
파우스트가 경험한 최고의 순간은 악마의 손길에 의해서 ‘주름살’을 없앴던 때가 아니고 부정의 욕망을 극복하고 ‘일하면 자유롭게’ 사는 세상을 이루었을 때였다. 그리고 파우스트는 덧붙여 말한다. “자유도 생명도 날마다 싸워서 얻는 자만이 그것을 누릴 만한 자격이 있다.” 한겨울에 매일매일 더 뜨거워지는 우리의 분노는 곧 자유와 생명을 위한 새로운 시작이다.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