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복의 ‘응답하는 사회학’] 박근혜 대통령 이후를 생각한다
2016년 11월 17일(목) 00:00 가가
지난 토요일 저녁, 서울 광화문 광장에 100만 시민이 모였다. 그에 대한 응답은 아직 미진하다. 대통령의 자진 하야는 없을 것이라고 한다. 청와대는 국회가 지명하는 국무총리에게 경제와 사회 등 내치를 맡기고 외교와 안보 등은 대통령이 직접 관장하는 이원집정제를 원하는 것 같다. 야당은 그것을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입장이다. 권력이 어떤 방식으로 이양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주요 언론은 그동안 감추어져 있던 비선 실세의 비리와 부패를 계속 파헤치면서 검찰의 수사 상황을 집중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그런데 이제 우리는 호흡을 가다듬고 조금 길게 내다볼 필요가 있다. 지금 관심의 초점은 대통령의 하야 여부와 그 이후 누가 국무총리가 될 것인가에 맞추어져 있다. 그것은 중대한 문제다. 그러나 그 다음을 생각해야 한다. 권력 이양 이후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국내외적으로 산적해 있는 얽히고설킨 문제들을 어떻게 풀어 나갈 것인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어차피 선거를 통해 다음 대통령이 선출되기 전까지는 과도적인 형태의 정부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도정부는 그 이전과 뚜렷하게 구별되는 자기만의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그것은 첫째,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 터져 나온 갖가지 권력형 비리 사례를 체계적으로 수집하여 문제의 유형을 분류하고 그것을 근절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는 일이다. 그동안 문제가 생기면 관련 부처의 장을 해임하는 것으로 끝내는 것이 관행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미봉책에 불과했다. 비선 실세의 국정농단, 정경유착, 부당한 인사 청탁, 즉흥적인 정책 변경, 국가 기밀 누설 등을 막을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 누가 차기 대통령이 되더라도 지금과 같은 상황이 반복되는 것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과도정부의 두 번째 임무는 경제민주화 정책의 기초를 마련하는 일이다. 이번 사태에서 나타났듯이 청와대는 재벌 기업에게 압력을 가하여 회장을 물러나게 하거나 특정 기금 형성에 거금을 희사하게 만들 수 있음이 드러났다. 재벌 그룹은 청와대의 요구를 무시할 수 가 없다. 노사관계와 관련된 법률 제정, 금융과 세무 관련 정책, 공적자금의 운용 등은 기업 활동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정부의 결정에 따라 특정 기업의 미래가 좌지우지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국민 전체를 생각하는 관점에서 사회 경제정책이 재조정되어야 한다. 그 가운데 가장 시급한 것은 1997년 외환 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악화된 소득 불평등을 완화시키는 정책이다. 지난 20년 동안 정규직은 줄어들고 비정규직은 늘어나면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임금 격차가 커졌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간격도 더욱 커졌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시키는 방안과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격차를 줄이는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불평등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중산층이 감소하고 양극화로 치닫는 경제적 불평등은 가계 부채의 증가와 기업 저축의 증가로 나타나고 있다. 과도정부와 차기 정부는 다양한 경제 정책과 복지 정책을 통해 경제적 불평등을 완화시키는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경제성장과 소득 불평등 완화가 동시에 이루어질 수 있음을 보여 주어야 한다. 기업의 지배구조를 민주화함으로써 대주주의 황포를 막고 기업의 공적 서비스 부분을 늘려 나가야 할 것이다.
세 번째로 중요한 것은 남북 관계 개선이다. 박근혜 대통령 정부 하에서 남북한 관계는 지속적으로 악화되었다. 이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이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악화된 측면이 있다. 이제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력이 갖는 효과가 제한적임이 드러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미국 대선 결과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어 미국의 대북 정책에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과도 정부는 변화된 상황에 대한 객관적 인식을 바탕으로 미국을 중심으로 하되 중국·일본·러시아와 공조 정책을 마련하는 한편 개성공단 폐쇄 이후 단절된 남북 간의 직접 소통 라인을 다시 연결하고 남북 지도자급 회담을 통해 한반도 평화구축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 세 가지 주요 과제 중에서 첫 번째 과제는 과도정부가 반드시 추진해야 할 사항이고 둘째와 셋째 과제는 차기 정부가 들어서면 제대로 움직일 수 있도록 그 기초를 마련해야 할 사항이다. 이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통해 야당과 여당 사이에 합의할 수 있는 부분이 늘어났다. 과도정부 이후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위에 제시한 3대 과제를 충실히 이행할 수 있는 정부의 정책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이는 광화문 광장에 모인 백만 시민의 대통령 퇴진 요구 밑에 깔려 있는 실질적인 요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학자·작가>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어차피 선거를 통해 다음 대통령이 선출되기 전까지는 과도적인 형태의 정부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도정부는 그 이전과 뚜렷하게 구별되는 자기만의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그것은 첫째,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 터져 나온 갖가지 권력형 비리 사례를 체계적으로 수집하여 문제의 유형을 분류하고 그것을 근절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는 일이다. 그동안 문제가 생기면 관련 부처의 장을 해임하는 것으로 끝내는 것이 관행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미봉책에 불과했다. 비선 실세의 국정농단, 정경유착, 부당한 인사 청탁, 즉흥적인 정책 변경, 국가 기밀 누설 등을 막을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 누가 차기 대통령이 되더라도 지금과 같은 상황이 반복되는 것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중산층이 감소하고 양극화로 치닫는 경제적 불평등은 가계 부채의 증가와 기업 저축의 증가로 나타나고 있다. 과도정부와 차기 정부는 다양한 경제 정책과 복지 정책을 통해 경제적 불평등을 완화시키는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경제성장과 소득 불평등 완화가 동시에 이루어질 수 있음을 보여 주어야 한다. 기업의 지배구조를 민주화함으로써 대주주의 황포를 막고 기업의 공적 서비스 부분을 늘려 나가야 할 것이다.
세 번째로 중요한 것은 남북 관계 개선이다. 박근혜 대통령 정부 하에서 남북한 관계는 지속적으로 악화되었다. 이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이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악화된 측면이 있다. 이제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력이 갖는 효과가 제한적임이 드러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미국 대선 결과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어 미국의 대북 정책에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과도 정부는 변화된 상황에 대한 객관적 인식을 바탕으로 미국을 중심으로 하되 중국·일본·러시아와 공조 정책을 마련하는 한편 개성공단 폐쇄 이후 단절된 남북 간의 직접 소통 라인을 다시 연결하고 남북 지도자급 회담을 통해 한반도 평화구축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 세 가지 주요 과제 중에서 첫 번째 과제는 과도정부가 반드시 추진해야 할 사항이고 둘째와 셋째 과제는 차기 정부가 들어서면 제대로 움직일 수 있도록 그 기초를 마련해야 할 사항이다. 이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통해 야당과 여당 사이에 합의할 수 있는 부분이 늘어났다. 과도정부 이후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위에 제시한 3대 과제를 충실히 이행할 수 있는 정부의 정책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이는 광화문 광장에 모인 백만 시민의 대통령 퇴진 요구 밑에 깔려 있는 실질적인 요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학자·작가>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