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신문은 빠르게 진화 중이다. 지난 4일 대전에서 열린 지역신문컨퍼런스에서 다시금 혁신의 현장을 재확인했다. 경남도민일보는 SNS 활용으로 독자와 협업저널리즘으로 종합콘텐츠기업으로 변신했다. 실시간 뉴스펀딩과 네티즌과 쌍방향성을 강화하며 독자가 생산한 뉴스를 소셜 네트워크에서 공유한다.

2년 연속 대상을 수상한 충북일보는 도심재생과 골목상권 문제를 기획취재하며 지역밀착형스토리텔링의 진면목을 보여줬다. 지난해 지역신문들은 이처럼 수많은 논문을 분석과 해외 현지취재를 거쳐 재래시장과 현대적 상권을 접목하며 지역발전에 앞장섰다.

특히 국제신문 중고생기자단은 21년째 운영 중인데 올해까지 2200명을 배출했다. 학생기자들은 인터넷카페에서 회의를 거듭하면서 지역 청소년뉴스를 담당하는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다했다. 시민기자 부문의 특이한 수상자는 주간함양의 베트남 출신 누엔티녹프엉. ‘다문화 새댁들의 좌충우돌 함양 적응기’를 75회 연재하며 다문화가족도 ‘우리’라는 공감대 형성에 기여했다. 대상을 차지한 해남신문의 ‘나눔·기부 문화, 지역 주민을 주체로 만들자’는 기획도 돋보였고, 은상을 차지한 해남우리신문은 주민과 함께 FM 마을라디오방송을 운영하고 소외된 할머니들을 기자가 되어 할머니신문을 제작하는 등 지역주민이 주인인 지역미디어의 본보기를 보여줬다. 이 신문은 앞서 전국 최초로 신생아 소식을 뉴스콘텐츠로 다뤄 유럽 지역신문이 지향하는 ‘요람에서 무덤까지 지역민과 함께하는 지역신문’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최근 3년 동안 지역신문의 눈부신 변화는 단연 인터넷 모바일 방송융합의 크로스미디어의 대성공을 꼽을 수 있다. 저마다 신문위기를 말할 때 주간 성주신문은 종이신문, 인터넷, 방송융합을 통한 소위 ICT(Information & Communication Technology) 생태계 기반의 경영전략을 구사했다. 최근 여러 지역신문들은 이를 벤치마킹하고 있다. 논문 등에서 해외언론사례로 이따금 조우하던 일이 우리 지역신문의 자랑스러운 성공신화로 부상하고 있다. 종이신문 콘텐츠를 역동적 영상으로 재현하고 주민과 함께 제작해 송출하는 지역미디어야말로 진정한 로컬저널리즘의 역할과 가치를 실현한 것이다. 인구 4만4000명의 군 단위에서 주민들이 제작한 뉴스를 주민들 스스로 흥미와 보람과 애향심을 느끼고 공감하고 전율한다. 주민들의 참여 열기가 높아지면서 군청과 kt는 초고속 인터넷망을 마을마다 확대 설치해줬고 주민들은 마을회관에서 자신들이 제작한 마을뉴스, 군정소식, 선거보도를 실시간 시청하고 있다.

지역신문이 발달한 미국에는 1500개 지역신문과 1600여개 지역텔레비전이 있다. 대표적 글로벌 지역신문은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미국인 90% 이상은 중앙 뉴스보다 지역뉴스에 더 관심이 높다. 집 근처 먹을거리 , 내 아이가 다니는 학교소식, 출생과 부음 등 우리 동네 소소한 이야기다. 워싱턴포스트의 오랜 전통은 지역뉴스에 비중을 둔다는 점. 물론 지역뉴스만을 고집하지는 않는다. 1971년 뉴욕타임스는 국방부 비밀문서를 입수해 월남전에 대한 미국정책 과정을 상세히 보도했다. 정부는 국가비밀 누설이라고 제소했지만 연방대법원은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는 언론의 역할에 손을 들어줬다. 1971년에는 미국이 베트남전쟁 군사개입 강화를 위해 통킹만 사건을 조작하며 전쟁확전을 노리자 정부 기밀문서를 폭로해 미국인의 거센 반전운동의 도화선이 됐다. 닉슨정부는 국가기밀누설혐의로 제소했지만 역시 연방대법원은 ‘국민 알권리’이라며 지역신문의 손을 들어줬다.

2년 전 우리 언론계와 학자들은 뉴욕타임스 혁신보고서 내용에 호들갑을 떨었다. 보고서 핵심은 신문이 가야 할 길은 디지털융합의 혁신이라는 것. 문제는 16년 전 이미 국내 언론계와 학계에서 디지털플랫폼으로 패러다임 전환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았던 것.

그러나 중앙 주류언론의 기득권 유지와 인터넷매체 무시, 편집국 우월주의와 닷컴 따로 놀기가 지속되는 비생산적 비효율적 제작환경을 방치한 채 급변하는 디지털미디어시장의 소용돌이에 휩쓸렸다. 늦었지만 우리 지역신문은, 그토록 부러워하던 미국보다 인문학적 상상력과 IT융합의 강점을 무기로 진화와 혁신의 전설을 언론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디지털모바일 커뮤니티에서 하루 6시간 이상 머무는 세계 4개국 중 하나인 우리나라. 이제 대한민국 저널리스트로서의 사는 일은 곧 멀티미디어기자로 사는 길이다. 날로 높아지는 독자 수준과 지역발전의 목마름을 사이다뉴스로 해갈해줘야 한다. 그 길은 애오라지 지역민 삶 속으로 들어가 지역과 지역주민이 주인인 신문, 지역과 지역주민이 즐기는 신문을 만드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