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옥숙 인문지행 대표]잘못을 바로잡는 용기가 필요한 시간
2016년 10월 17일(월) 00:00 가가
최근 계속되는 뜨거운 논란들을 보면서 지식인의 의미를 생각한다. 시대를 막론하고 부정과 분열의 앞줄에는 언제나 지식인들의 모습이 어른거린다. 우리 현실 또한 다르지 않다. 한 대학이 뿌리째 흔들리고 최고의 전문기관이 자랑하던 공신력은 웃음거리가 되는 지경이다. 보통사람의 눈으로는 앞과 뒤를 이해할 수 없는 아수라장의 중심에 최고의 권위와 명예를 누리는 사람들이 자리하고 있다.
지식인은 누구인가? 행동하는 철학자이며 프랑스 지식인을 상징하는 사르트르는 지식인과 지식전문가를 나누어서 말한다. 지식이 많다고 곧 지식인은 아니라는 의미다. 지식전문가와 지식인은 지식을 다룬다는 점에서 쌍둥이처럼 닮기는 했으나 지식 사용의 목적과 방법이 다르다.
한국의 대학 진학률이 80%에 이르니 이 정도면 지식인 양성이 과잉 아니냐고 할 만하다. 이런 현상은 ‘아는 것이 힘’이라는 근대적 신화가 지배하는 현실을 보면 당연한 일이지 싶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에 진정한 ‘지식인’은 찾아보기가 힘들다고 말한다. 지식인들은 왜 ‘지식인’이 아닌가? 사르트르에 따르면 지식인의 조건은 지식의 양에 있는 것이 아니고, 그 지식을 어디에 어떻게 쓰느냐에 달려 있다. 지식인과 지식전문가의 차이는 자신의 지식을 무엇을 위해서 어디에 쓰는가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한 끗’ 차이가 역사를 바꾸는 발판이 되기도 하고 수많은 사람에게 고통을 주기도 한다.
지식전문가는 주어진 현실의 모순 속에서도 자신의 지식을 그저 ‘밥벌이’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의 특징은 현실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 것이다. 자신의 지식이 어떻게 쓰이며 그 결과가 무엇인가 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직 자신의 쓸모가 인정되어서 ‘고용’이 보장되고 ‘밥벌이’만 안전하다면 세상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믿는다. 사르트르는 이러한 지식전문가들을 지배 계층을 위한 ‘파수꾼’이라고 불렀다. 파수꾼의 지위에 오른 지식전문가는 무소위의 전문가적 권한을 휘두른다.
반면에 지식인은 다른 누군가를 위해서 고용된 사람이 아니다. 지식인은 누구의 지시나 위임 없이 스스로 진실을 위해서 일한다. 그래서 지식전문가와는 달리 자신의 지식을 권력의 한 언저리를 차지하거나 안락한 삶을 위한 지렛대로 사용하지 않는다. 이들에게 지식은 휘두르기 위한 권력이 아니고 자기모순을 발견하고 극복하는 토대다. 그래서 지식인은 인간다운 삶의 권리를 모든 사람이 함께 누리는 세상의 건설을 자신의 의무로 여긴다.
이런 의미에서 지식인은 자신에게 아무 이익이 되지 않는 ‘남의 일’에 참견하는 사람이다. 이런 지식인의 역할은 프랑스에서 있었던 유명한 드레퓌스 사건에서 시작되었다. 1894년 프랑스 군부는 드레퓌스 대위에게 독일의 간첩이라는 죄목으로 종신형을 선고했지만 사실 드레퓌스 대위가 무죄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반유대주의적인 사회분위기를 등에 업고 자신들의 잘못을 덮기 위해서 군부는 오히려 진범에게 무죄 선고를 내렸다.
이 사건을 보고 아무 상관도 없는 소설가 에밀 졸라는 분노했다. 옳지 않은 일이었기 때문이다. 졸라는 ‘나는 고발한다’라는 제목으로 신문에 글을 썼고 많은 지식인들은 기꺼이 동참했다. 결국 드레퓌스는 무죄선고를 받았다. 에밀 졸라의 부당함에 대한 분노는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용기에서 나온 것이고 이 용기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었다. 지식인에게 진실은 모든 것에 우선한다는 것을 보여 준 것이다.
지금 눈앞의 현실은 참담하지만 한 편에서 들려오는 용기 있는 ‘지식인들’의 소리가 진심으로 반갑다. 특별히 눈에 띄는 것은 전문가의 길을 예비하는 학생들의 모습이다. 이 젊은이들은 ‘전문가란 실수를 하지 않는 신이 아니’라고 말한다. 전문가에게는 지식을 독단적 권한으로 사용할 권리가 없다고 비판한다. 그리고 전문가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을 돌아보는 용기라고 호소한다. 즉 “전문가란 오류를 범하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오류를 범했을 때 그것을 바로잡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이 짧은 문장에서 현실 상황의 본질을 본다. 단순히 권한과 기득권을 고집하는 한 전문 분야의 ‘꼰대’에게 보내는 비판만으로 읽을 수 없는 이유다. 그래서 이들이 짚어 내는 지적이 우리를 부끄럽게 한다. 우리 모두에게 잘못을 바로잡을 용기가 없음을 부인할 수 있는가?
그러나 잘못을 바로잡는 용기가 없는 곳에는 어떤 미래도 없다. 은폐된 어제의 잘못이 내일의 삶을 불행과 고통으로 파괴한다. 그래서 잘못을 바로잡는 용기는 더 나은 삶을 살고자 하는 태도이고 실천이다. 선배 전문가에게 지식에 앞서 자기 성찰의 능력을 요청하는 젊은이들 앞에서 사르트르가 나누어 놓은 지식인과 지식전문가의 경계는 맥없이 무너진다.
하지만 잘못을 바로잡는 용기가 어디 지식인과 전문가 또는 특정한 사람에게만 필요하겠는가? 공적이고 사회적 영역의 굵직한 일에만 필요한 용기는 더더욱 아니다. 각자의 크고 작은 영역에서도 잘못을 바로잡는 용기가 마찬가지로 필요하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것은 아무에게도 예외 없는 모두의 책임 아닌가.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한국의 대학 진학률이 80%에 이르니 이 정도면 지식인 양성이 과잉 아니냐고 할 만하다. 이런 현상은 ‘아는 것이 힘’이라는 근대적 신화가 지배하는 현실을 보면 당연한 일이지 싶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에 진정한 ‘지식인’은 찾아보기가 힘들다고 말한다. 지식인들은 왜 ‘지식인’이 아닌가? 사르트르에 따르면 지식인의 조건은 지식의 양에 있는 것이 아니고, 그 지식을 어디에 어떻게 쓰느냐에 달려 있다. 지식인과 지식전문가의 차이는 자신의 지식을 무엇을 위해서 어디에 쓰는가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한 끗’ 차이가 역사를 바꾸는 발판이 되기도 하고 수많은 사람에게 고통을 주기도 한다.
이런 의미에서 지식인은 자신에게 아무 이익이 되지 않는 ‘남의 일’에 참견하는 사람이다. 이런 지식인의 역할은 프랑스에서 있었던 유명한 드레퓌스 사건에서 시작되었다. 1894년 프랑스 군부는 드레퓌스 대위에게 독일의 간첩이라는 죄목으로 종신형을 선고했지만 사실 드레퓌스 대위가 무죄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반유대주의적인 사회분위기를 등에 업고 자신들의 잘못을 덮기 위해서 군부는 오히려 진범에게 무죄 선고를 내렸다.
이 사건을 보고 아무 상관도 없는 소설가 에밀 졸라는 분노했다. 옳지 않은 일이었기 때문이다. 졸라는 ‘나는 고발한다’라는 제목으로 신문에 글을 썼고 많은 지식인들은 기꺼이 동참했다. 결국 드레퓌스는 무죄선고를 받았다. 에밀 졸라의 부당함에 대한 분노는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용기에서 나온 것이고 이 용기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었다. 지식인에게 진실은 모든 것에 우선한다는 것을 보여 준 것이다.
지금 눈앞의 현실은 참담하지만 한 편에서 들려오는 용기 있는 ‘지식인들’의 소리가 진심으로 반갑다. 특별히 눈에 띄는 것은 전문가의 길을 예비하는 학생들의 모습이다. 이 젊은이들은 ‘전문가란 실수를 하지 않는 신이 아니’라고 말한다. 전문가에게는 지식을 독단적 권한으로 사용할 권리가 없다고 비판한다. 그리고 전문가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을 돌아보는 용기라고 호소한다. 즉 “전문가란 오류를 범하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오류를 범했을 때 그것을 바로잡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이 짧은 문장에서 현실 상황의 본질을 본다. 단순히 권한과 기득권을 고집하는 한 전문 분야의 ‘꼰대’에게 보내는 비판만으로 읽을 수 없는 이유다. 그래서 이들이 짚어 내는 지적이 우리를 부끄럽게 한다. 우리 모두에게 잘못을 바로잡을 용기가 없음을 부인할 수 있는가?
그러나 잘못을 바로잡는 용기가 없는 곳에는 어떤 미래도 없다. 은폐된 어제의 잘못이 내일의 삶을 불행과 고통으로 파괴한다. 그래서 잘못을 바로잡는 용기는 더 나은 삶을 살고자 하는 태도이고 실천이다. 선배 전문가에게 지식에 앞서 자기 성찰의 능력을 요청하는 젊은이들 앞에서 사르트르가 나누어 놓은 지식인과 지식전문가의 경계는 맥없이 무너진다.
하지만 잘못을 바로잡는 용기가 어디 지식인과 전문가 또는 특정한 사람에게만 필요하겠는가? 공적이고 사회적 영역의 굵직한 일에만 필요한 용기는 더더욱 아니다. 각자의 크고 작은 영역에서도 잘못을 바로잡는 용기가 마찬가지로 필요하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것은 아무에게도 예외 없는 모두의 책임 아닌가.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