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애의 ‘이 시대 리더십’]‘인면수심’인가 ‘천인공노’인가
2016년 10월 13일(목) 00:00 가가
교수신문이 작년에 꼽은 사자성어는 ‘혼용무도’(昏庸無道)였다. ‘어리석고 무능한 군주가 도리에 어긋나는 짓으로 어지러운 세상을 만든다’는 뜻이다. 올해는 어떤 사자성어를 꼽을까? 혹시 ‘인면수심’(人面獸心) 또는 ‘천인공노’(天人共怒)를 꼽는 것이나 아닐까? 가히 사람의 탈을 쓰고 동물도 하지 않을 짓, 하늘도 사람도 같이 분노할 짓을 해 대고 있으니 말이다.
이상하게도 모든 수상한 일들에 박근혜 대통령의 존재가 어른거린다. 말도 안 되게 타락한 진성준 검사장의 비리 사건이 났을 때 설마 청와대 민정수석의 인사 검증이 수상할 줄이야 몰랐었다. 그 민정수석이 부동산 관련 문제 등으로 특권 시비와 자격 시비가 일었을 때 설마 박근혜 대통령이 나서서 우병우 수석을 끼고 돌 줄이야 몰랐다.
백남기 농민이 경찰의 물대포 직사를 맞고 뇌출혈로 삼백여 일을 의식불명으로 있을 때 설마 경찰이 사과 한 마디 안할 줄이야 몰랐다. 더구나 백남기 농민의 사망진단서에 사인으로 ‘병사’라는 말이 쓰일 줄이야 몰랐다. 그게 빌미가 되어 검찰이 ‘부검 영장’을 신청할 줄이야 몰랐다. 서울대 의대생들과 선배 의사들이 ‘사망진단서 작성 지침을 어겼다며 바로잡으라’고 성명서를 내고 조사위원장이 자기라면 ‘외인사’라고 적었을 것이라 함에도 불구하고 백선하 주치의가 사망진단서를 못 고치겠다고 할 줄이야 몰랐다.
담당 레지던트가 사망진단서를 작성하면서 주치의와 부원장과 협의했다는 메모를 남겼는데, 이 사람들이 박근혜 대통령 주치의를 했다가 서울대 병원장으로 깜짝 위촉된 사람에 의해 발탁됐을 줄이야 설마 몰랐다. 백선하 주치의는 백남기 농민 사망 직후 퇴원 서류에 ‘외상성’이라고 적었고 서울대병원의 의료보험 청구서에는 명백하게 ‘외상성 출혈’이라고 11번이나 적었는데, 국감에 나와서도 사망진단서를 고치지 않겠단다. 믿는 구석이 있는 것인가,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될 저간의 사정이 있는 것인가?
세월호특별조사위가 연장되지 못하고 해체될 줄이야 정말 몰랐다. 여소야대의 상황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의 ‘조사 비용 세금 타령’이 있었고 그에 따라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의 끝없는 방해 공작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직 세월호를 인양하지도 못했고 인양 시기는 자꾸 늦어지고 세월호 절단이라는 변수가 거론되고, 세월호 특위의 조사 활동에는 공무원들의 비협조가 끊임없이 있었다. ‘세월호 이전과 이후가 다를 것이라며 해경 해체하고 세월호 참사의 전후 과정을 낱낱이 밝히고 세월호 유족들과 상의하겠다’고 말하던 박근혜 대통령은 어디로 갔는가?
점입가경은 박근혜 대통령의 역린이 아닌가 싶은 ‘최순실’의 본격 등장이다. ‘미르 재단-K스포츠 재단’의 초고속 설립과 전경련이 나서서 무려 800억 원을 대기업에서 몰아준 사건이다. 청와대의 개입이 없으면 불가능했을 일에 안종범 경제수석의 이름이 나오더니 비선 최측근이라는 ‘최순실’의 이름이 나오고 그의 딸에 얽힌 특권들이 나오고 여기에 차은택 감독의 이름까지 추가된다.
차은택은 창조융합경제단장 공직을 맡았었는데, 그 간택을 위해 시행령까지 스피디하게 고쳤을 뿐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의 해외 문화행사들을 도맡아 기획했고 그가 연관된 ‘늘품체조’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시연까지 했다. 최순실의 딸에 얽힌 대학 특권 시비, 해외 연수에 대한 대기업 지원설도 나온다.
이런 상황인데도 국감에서는 이중 어느 한 사람도 증인 채택을 못했다. 새누리당은 똘똘 뭉쳐서 증인 채택을 방해했고 이정현 대표는 ‘당무수석’이라는 오명을 쓰면서 단식까지 했다. 누구를 보호하고자 함인가? 박근혜 정권의 ‘문화계 황태자’라는 차은택을? 박근혜 대통령의 40년 친구라는 ‘최순실’을? ‘말 타는 공주’ 대접을 받는 최순실의 딸을? 박근혜 대통령 자신을?
사특하고 추잡하고 추악하고 졸렬하고 비열하게 반칙과 특권이 자행되고 변칙과 특혜가 자행되는 과정에서 사람은 사람의 얼굴을 잃고 있다. 가리고 감추고 덮으려 하는 과정에서 온갖 무리수가 생기면서 점점 더 동물보다 못한 짓들이 자행된다. 국민의 분노가 하늘에 이르러도 지금 이 순간 감추면 끝나는 것일까? 오직 ‘북핵 타령’과 ‘전쟁 위험’ 타령으로 넘어갈 수 있을까? 차기 정권을 창출하는 데 올인하면 될까? 어림도 없다. 죄는 죄를 쌓고, 리더십을 잃은 리더는 스스로 무너질 뿐이다.
<전 국회의원·도시건축가>
백남기 농민이 경찰의 물대포 직사를 맞고 뇌출혈로 삼백여 일을 의식불명으로 있을 때 설마 경찰이 사과 한 마디 안할 줄이야 몰랐다. 더구나 백남기 농민의 사망진단서에 사인으로 ‘병사’라는 말이 쓰일 줄이야 몰랐다. 그게 빌미가 되어 검찰이 ‘부검 영장’을 신청할 줄이야 몰랐다. 서울대 의대생들과 선배 의사들이 ‘사망진단서 작성 지침을 어겼다며 바로잡으라’고 성명서를 내고 조사위원장이 자기라면 ‘외인사’라고 적었을 것이라 함에도 불구하고 백선하 주치의가 사망진단서를 못 고치겠다고 할 줄이야 몰랐다.
점입가경은 박근혜 대통령의 역린이 아닌가 싶은 ‘최순실’의 본격 등장이다. ‘미르 재단-K스포츠 재단’의 초고속 설립과 전경련이 나서서 무려 800억 원을 대기업에서 몰아준 사건이다. 청와대의 개입이 없으면 불가능했을 일에 안종범 경제수석의 이름이 나오더니 비선 최측근이라는 ‘최순실’의 이름이 나오고 그의 딸에 얽힌 특권들이 나오고 여기에 차은택 감독의 이름까지 추가된다.
차은택은 창조융합경제단장 공직을 맡았었는데, 그 간택을 위해 시행령까지 스피디하게 고쳤을 뿐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의 해외 문화행사들을 도맡아 기획했고 그가 연관된 ‘늘품체조’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시연까지 했다. 최순실의 딸에 얽힌 대학 특권 시비, 해외 연수에 대한 대기업 지원설도 나온다.
이런 상황인데도 국감에서는 이중 어느 한 사람도 증인 채택을 못했다. 새누리당은 똘똘 뭉쳐서 증인 채택을 방해했고 이정현 대표는 ‘당무수석’이라는 오명을 쓰면서 단식까지 했다. 누구를 보호하고자 함인가? 박근혜 정권의 ‘문화계 황태자’라는 차은택을? 박근혜 대통령의 40년 친구라는 ‘최순실’을? ‘말 타는 공주’ 대접을 받는 최순실의 딸을? 박근혜 대통령 자신을?
사특하고 추잡하고 추악하고 졸렬하고 비열하게 반칙과 특권이 자행되고 변칙과 특혜가 자행되는 과정에서 사람은 사람의 얼굴을 잃고 있다. 가리고 감추고 덮으려 하는 과정에서 온갖 무리수가 생기면서 점점 더 동물보다 못한 짓들이 자행된다. 국민의 분노가 하늘에 이르러도 지금 이 순간 감추면 끝나는 것일까? 오직 ‘북핵 타령’과 ‘전쟁 위험’ 타령으로 넘어갈 수 있을까? 차기 정권을 창출하는 데 올인하면 될까? 어림도 없다. 죄는 죄를 쌓고, 리더십을 잃은 리더는 스스로 무너질 뿐이다.
<전 국회의원·도시건축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