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조차도 ‘무엇을 남길 것인가?’라는 의문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주체가 인간이다. 그런 질문을 하면서 사는 삶이 인간다운 삶이기도 하다. 자신의 존재 이유, 이 시간 이 공간에 있는 의미를 찾고자 하는 것이 인간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법정 스님은 탐욕과 집착을 버리라며 ‘무소유’를 설파하셨지만 그 역시 가장 큰 것을 남기셨다. 바로 ‘무소유의 정신’이다. 사람들의 마음속에 오래오래 살아남는 정신적 가치를 남기는 것만큼 뜻깊은 것이 어디 있겠는가.

대통령이란 ‘무엇을 남길 것인가?’라는 질문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존재다. 사실 그 질문의 부름이 강하기에 대통령이라는 최고의 책임 있는 자리까지 올라갈 수 있는 건지도 모른다. ‘무엇을 남길지에 대한 개념’이 투철할수록 국민들의 지지를 끌어내기도 할 것이다. 대통령이 된 후에도 그 의문을 풀려는 의지가 확고할수록 대통령직의 무한 책임을 다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이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당장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현 대통령을 보면 과연 ‘무엇을 남길 것인가’에 대한 개념이 있는 건지 의문이 가기 때문이다. 법정 스님이 버리라고 했던 ‘탐욕’과 ‘집착’이 각기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현 대통령을 압축하는 단어가 되어 버렸을 뿐이다. 국익을 위해서, 국민을 위해서, 사회 발전을 위해서 무엇을 남길 것인가에 대한 개념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어느 평론가가 절묘하게 간파했듯이, ‘국가를 개인과 측근들의 수익 모델’ 정도로 생각했던 것 아닌가 싶을 정도다. ‘경제성장’의 허상과 부자 되고 싶은 국민의 욕구가 맞아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적어도 대통령직을 맡았으면 국가의 큰 그림 속에서 자신은 무엇을 남길 것인가 고민했을 법도 하련만, 탐욕의 깊은 상처만 남겼을 뿐이다.

현 정권하에서 덮고 가고 있지만 ‘4대강 사업’이라는 재앙 사업에 올인하고 ‘자원 외교’ 거품을 일으키며 국부를 허비한 것은 도대체 대통령직에 걸맞은 일이 아니다. 게다가 국가 리더의 탐욕은 그 하나에 그치지 않는다. 탐욕은 전염병처럼 번진다. 최근 드러나는 검찰과 법조계의 썩은 고리, 권력과 재계 사이의 이너 서클이 벌이는 비도덕적인 행태는 이명박 정권에서 도져서 전반적으로 또 더욱 극심하게 퍼져 버리고 말았다.

이명박 정권의 탐욕이 우리 사회를 전염병처럼 물들였다면, 박근혜 대통령의 집착은 아예 공직 사회를 마비시키고 있다. 국가 리더의 아집이 작동하니 공직사회의 상식이 작동하지 않고 그 누구도 쓴소리를 하지 않은 채 납작 엎드릴 뿐이다. 국민은 이미 대통령의 바닥을 보는데, 지지율이 떨어지니 불안해진 대통령은 더욱 우병우 민정수석 등 권력 실세 지키기에 나서고, 이정현 새누리당 신임 대표에 대한 진수성찬 대접이며 특권의식과 비도덕성을 드러낸 장관들 임명조차 강행한다. 이런 와중에 어떻게 국정이 제대로 돌아갈 수 있겠는가?

박근혜 대통령의 집착은 ‘아버지의 명예 회복’과 ‘아버지 시대로의 회귀’ 그리고 ‘권력의 유지’ 이 세 가지임을 이미 전 국민이 알아 버렸다. 이런 사적 집착으로는 국내적으로 또 국제적으로 이 엄혹한 시대의 국정을 꾸려 가기 어렵다. 국가 안보를 권력 유지의 수단으로 삼는 게 일상이 되었으니, 과연 북한의 존재나 북한 핵 없이 이 정권이 기댈 수 있는 게 그 무엇이 있을지 궁금하다.

탐욕과 집착, 어느 쪽이 더 끔찍한 유산일까? 이미 이 질문은 무의미한 것일까? ‘이명박근혜’정권에서 ‘이 대통령은 무엇을 남길 것인가?’는 더 이상 본질적 의문이 아니게 되어 버린 상황으로 치닫고 있으니 참으로 끔찍할 따름이다.

4대강 사업, 녹색 성장, 자원 외교 사업 같은 게 아니라, 사드 배치, 역사 교과서 국정화, 새마을사업 세계화, 한일 위안부 합의 같은 사건이 아니라, 대우해양조선과 한진해운의 비리 문제가 아니라, 부디 ‘남북 평화와 동북아 시대의 균형 외교, 국민 복지와 양극화 해소, 국토 균형 발전과 지역 발전, 헬조선을 벗어나는 사회정의’에 대한 의제를 듣고 싶다. 우리는 이제 ‘무엇을 남기고 싶은 대통령’을 바라야 하는가? 부디 희망을 다오!

<전 국회의원·도시건축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