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복의 ‘응답하는 사회학’]성매매와 사생활 침해
2016년 08월 18일(목) 00:00 가가
최근 한국 최고의 재벌 총수가 다수의 조선족 여성을 성매매한 사실을 추정케 하는 동영상이 발표되어 세간의 주목을 끌었다. 우리 사회에 성매매가 널리 이루어지고 있음은 누구라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지만 그것이 문제가 되어 수사가 이루어지고 처벌받는 경우는 드물다. 암암리에 내밀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물건과 서비스를 화폐 가격으로 환산하여 사고파는 자본주의 시장의 논리를 따르자면 성적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에 대한 금전적 보상을 받는 일은 자연스러운 거래 행위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여성의 성을 상품화하여 거래하는 일은 법으로 금지되고 있다. 그런데도 성희롱과 성폭력은 금지되어야 하지만 성매매의 경우 다른 서비스와 마찬가지로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 사이에 합의가 이루어지면 그만이지 누가 거기에 간섭을 하느냐는 질문이 제기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여성의 가장 오래된 직업이라고 하는 성매매를 법으로 금지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건전한 성도덕과 성풍속을 해친다는 이유도 있지만 성매매가 금지되는 이유는 그것이 인격에 대한 훼손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누구라도 함부로 범할 수 없는 거룩한 인격을 지니고 세상에 태어난다. 인격의 존엄성은 남녀를 불문하고 인류라는 종의 차원에서 보호해야 할 숭고한 가치이다. 그것은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기본 조건이다.
사람의 몸마저 시장에서 사고파는 물건이 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아프리카에서 강제로 끌려온 흑인들이 노예시장에서 거래되는 장면을 상상해 보라. 인간이 다른 인간의 몸을 상품으로 만들어 돈을 주고 거래한다면 그것은 파는 사람만이 아니라 사는 사람의 인격마저도 훼손하는 일이다.
성매매는 돈을 주고 타인의 몸을 범하는 일에 그치지 않고 그 사람 안에 들어있는 거룩한 인격을 범하면서 자신의 인격도 훼손하는 비인격적인 거래다.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상품화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거래의 대상으로 만들지만 장기 매매를 금지하고 인신매매를 금지하는 이유도 그것이 인간이 갖는 성스러운 인격을 훼손하기 때문이다.
가난하고 궁핍했던 시절 ‘먹고 살기 위해서’라는 다급한 생존의 요구 앞에서 성매매가 이루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오늘날 생존의 문제는 복지나 보호 정책의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이지 성매매를 정당화하는 이유가 되지 못한다. 물질적 삶의 수준이 높아지고 쾌락주의적 가치관이 지배하게 된 현대사회에서 행복은 더 많은 즐거움과 동의어가 되었다. 성 해방의 물결에 따라 거의 모든 상품 광고는 성적 욕구를 암암리에 자극하고 있다. 이런 세상에서 성적 유혹에서 벗어나 인격과 인간적 품위를 지키고 산다는 일은 만만치 않은 일이다.
그러나 최소한 사회에서 중요하고 높은 자리를 차지하는 사람일수록 인간적 품위를 지키는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한다. 돈은 눈앞에서의 복종은 불러일으킬 수 있지만 진정한 존경심은 자아낼 수 없다. 성매매를 일삼으며 인간적 품위를 지키지 못하는 사람들이 사회의 상층부를 이루고 있다면 그 사회는 인격이 존중받는 사회가 될 수 없다.
이번 성매매 사건에서 또 한 가지 생각해 볼 점은 타인의 사생활 침해라는 문제다. 한 개인의 사적이고 내밀한 생활을 남몰래 염탐하고 동영상으로 만들어 그 자료를 무기 삼아 금품을 갈취하는 행위는 성매매와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의 인격을 훼손하는 행위이다.
공산주의 사회의 비밀경찰이나 군부독재 정권의 정보기관이 권력에 비판적인 요주의 인물의 일거수일투족을 24시간 감시한 것은 분명한 인권 침해이다. 널리 알려진 사람들의 뒤를 쫓으며 그들의 사생활을 사진에 담아 언론사에 팔아넘기는 파파라치나 특정인을 미행하며 그 사람의 비행 장면을 포착하여 금품을 요구하는 사람들 또한 심각한 인권침해 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어떤 이유에서든 자신의 존재를 알리지 않고 전화, 이메일, 문자메시지, 편지 등을 통해 특정인을 괴롭히는 스토킹도 타인의 인격을 훼손하는 비열한 행위이다. 그것은 육체적 고통 못지않은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유발한다. 경찰이나 수사기관이 명백한 혐의가 있는 피의자의 일상을 미행하고 감시하는 것은 예외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무방비 상태에 있는 개인의 사생활 침해는 근절되어야 한다.
성매매가 쾌락주의 사회의 징후라면 사생활 침해는 정당한 경쟁과 합리적 갈등 해결 방법의 부재를 나타낸다. 정치 활동이나 기업 활동, 애정 관계나 원한 관계에서 상대방을 제거하기 위해 전문가를 고용하여 경쟁자의 뒤를 밟아 약점을 찾아내는 음모적 정보 수집 활동이 드라마가 아니라 현실에서 빈번이 일어나고 있다. 성매매와 사생활 침해의 심각성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인격 존중의 윤리적 감수성 회복이 절실하다.
<사회학자·작가>
물건과 서비스를 화폐 가격으로 환산하여 사고파는 자본주의 시장의 논리를 따르자면 성적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에 대한 금전적 보상을 받는 일은 자연스러운 거래 행위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여성의 성을 상품화하여 거래하는 일은 법으로 금지되고 있다. 그런데도 성희롱과 성폭력은 금지되어야 하지만 성매매의 경우 다른 서비스와 마찬가지로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 사이에 합의가 이루어지면 그만이지 누가 거기에 간섭을 하느냐는 질문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가난하고 궁핍했던 시절 ‘먹고 살기 위해서’라는 다급한 생존의 요구 앞에서 성매매가 이루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오늘날 생존의 문제는 복지나 보호 정책의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이지 성매매를 정당화하는 이유가 되지 못한다. 물질적 삶의 수준이 높아지고 쾌락주의적 가치관이 지배하게 된 현대사회에서 행복은 더 많은 즐거움과 동의어가 되었다. 성 해방의 물결에 따라 거의 모든 상품 광고는 성적 욕구를 암암리에 자극하고 있다. 이런 세상에서 성적 유혹에서 벗어나 인격과 인간적 품위를 지키고 산다는 일은 만만치 않은 일이다.
그러나 최소한 사회에서 중요하고 높은 자리를 차지하는 사람일수록 인간적 품위를 지키는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한다. 돈은 눈앞에서의 복종은 불러일으킬 수 있지만 진정한 존경심은 자아낼 수 없다. 성매매를 일삼으며 인간적 품위를 지키지 못하는 사람들이 사회의 상층부를 이루고 있다면 그 사회는 인격이 존중받는 사회가 될 수 없다.
이번 성매매 사건에서 또 한 가지 생각해 볼 점은 타인의 사생활 침해라는 문제다. 한 개인의 사적이고 내밀한 생활을 남몰래 염탐하고 동영상으로 만들어 그 자료를 무기 삼아 금품을 갈취하는 행위는 성매매와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의 인격을 훼손하는 행위이다.
공산주의 사회의 비밀경찰이나 군부독재 정권의 정보기관이 권력에 비판적인 요주의 인물의 일거수일투족을 24시간 감시한 것은 분명한 인권 침해이다. 널리 알려진 사람들의 뒤를 쫓으며 그들의 사생활을 사진에 담아 언론사에 팔아넘기는 파파라치나 특정인을 미행하며 그 사람의 비행 장면을 포착하여 금품을 요구하는 사람들 또한 심각한 인권침해 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어떤 이유에서든 자신의 존재를 알리지 않고 전화, 이메일, 문자메시지, 편지 등을 통해 특정인을 괴롭히는 스토킹도 타인의 인격을 훼손하는 비열한 행위이다. 그것은 육체적 고통 못지않은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유발한다. 경찰이나 수사기관이 명백한 혐의가 있는 피의자의 일상을 미행하고 감시하는 것은 예외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무방비 상태에 있는 개인의 사생활 침해는 근절되어야 한다.
성매매가 쾌락주의 사회의 징후라면 사생활 침해는 정당한 경쟁과 합리적 갈등 해결 방법의 부재를 나타낸다. 정치 활동이나 기업 활동, 애정 관계나 원한 관계에서 상대방을 제거하기 위해 전문가를 고용하여 경쟁자의 뒤를 밟아 약점을 찾아내는 음모적 정보 수집 활동이 드라마가 아니라 현실에서 빈번이 일어나고 있다. 성매매와 사생활 침해의 심각성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인격 존중의 윤리적 감수성 회복이 절실하다.
<사회학자·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