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왜 의외의 인물이 자주 리더로 등장할까? 하나하나 사례를 보면 그럼직한 이유들이 있지만, 그런 사례들이 잦은 것을 보면 하나의 현상으로 떠오르는 것이 아닐까 싶다.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뽑힌 트럼프의 등장은 진기하기조차 하다. 첫 등장에는 모든 언론들이 ‘조크’라고 했을 정도였지만 기어코 공식 후보가 되었다. 인종차별, 남녀차별, 외교안보에 대한 무지 등 막말의 정도가 도저히 ‘공인’이라고 볼 수 없는 정도였는데 뽑히고야 말았다. 자당에서의 지원은커녕 핵무기 사용에 막말이 알려지고 상속세 폐지 등의 허황된 공약을 들고 나와서 ‘몰락’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지만 아직도 ‘당선 가능성 운운’이 나오는 이 상황을 어찌 봐야 할 것인가?

필리핀 두테르테 대통령의 경우도 의외다. 대통령 후보의 입에서 사형이나 처형이라는 말이 수시로 나오는데도 굳건한 지지로 뽑혔을 뿐 아니라 취임 이후 마약범들을 검거하고 위협해서 자수를 이끌어내는 등 대중의 지지도 역시 높다. 어떻게 보면 ‘조폭의 논리’와도 다름없는 논리가 통할 만큼 국민들이 마약범죄에 신물이 났던가? 하지만 범죄와의 전쟁이 끝나고 나면 어떻게 평시의 리더십을 만들어 낼까?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뽑힌 이정현 대표의 경우는 어떠한가? 새누리당 내의 친박 계보 정치가 얼마나 굳건한가, 박근혜 대통령의 당 장악 의지가 얼마나 강렬한가를 단적으로 보여 주는 사례이지만, 왜 이주영 후보도 한선교 후보도 아닌 이정현 후보로 압도적으로 몰렸을까?

아무리 오더 정치가 굳건하고 아무리 이정현 개인의 인간적 매력이 있고 호남 어필에 대한 기대가 작용했다 하더라도 소위 ‘실무 하수인’적 이미지가 강한 사람이 왜 대표로 낙점됐을까? KBS 보도국장에게 ‘보도지침 막말’을 한 내력쯤은 오히려 훈장이라고 여기는 박근혜정권의 속성 때문인가? ‘도로친박당’으로 돌아갔다지만 신임 이정현 대표는 의외의 리더임은 분명하다.

사실 의외의 리더가 등장하는 것은 정치권이 거의 유일하다. 반짝 스타가 등장하는 연예계·스포츠계라고 말들은 하지만 피땀 흘리는 시절 없이 올라서는 스타란 거의 없다. 경제계, 사회계, 산업계, 학계, 시민사회계 할 것 없이 꾸준한 활동을 쌓지 않고 하룻밤에 리더급에 오르는 경우란, 이른바 이너서클의 연줄을 타는 외에는 거의 사례가 없다. 오직 정치권에서는 의외의 리더의 등장이, 현저하게, ‘가능’하다.

물론 정치권에서도 의외의 리더라 할지라도 하룻밤에 떠오르는 것은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 후보나 오바마 대통령 후보가 떠올랐을 때 대중의 눈에는 의외의 인물이지만 눈썰미 있는 언론, 안목 있는 리더들은 진즉부터 주목해 왔던 경우가 많다. 또한 의외의 인물이라 하더라도 퍼포먼스가 나쁘리라는 법도 없다. 우리에게도 이미 그런 사례가 있다. 예컨대, 박원순 서울시장이 그렇게 ‘준비된 시장’일 것임을 여느 시민은 잘 몰랐을 것이다. 하지만 박원순 시장 역시 시민사회계에서는 이미 ‘준비된 인물’로 점찍혔던 사람이다.

그러고 보면, ‘준비된 사람’이라 하던 인물이 꼭 좋은 퍼포먼스를 보이리라는 법도 없다. 아마도 ‘준비된 대통령’을 캐치프레이즈로 걸었던 김대중 대통령이 거의 유일하지 않았을까? 그래도 대통령 한 번은 해야지 하는 막연한 이미지에 기대서 ‘준비된 여성 대통령’을 걸었던 박근혜 대통령이 얼마나 준비되지 않은 리더인가 하는 점은 이미 만천하에 드러났으니 말이다.

여하하든 ‘정치권에서 의외의 리더 현상’이 생기는 데에는 세 가지 이유가 작동한다. 첫째, 미디어의 영향이 지나칠 정도로 극심하다는 것. 둘째, 기성 정치권에 대한 혐오감이 너무도 크다는 것. 셋째, 지쳐 빠진 대중이 기적을 기다리는 현상이 지나치다는 것. 사실 이 세 가지는 서로 맞물리면서 작동한다. 현실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만 크게 우려하지 않으려야 않을 수 없는 포퓰리즘 현상이다.

바야흐로 리더를 뽑는 시대이다. 전당대회를 앞둔 더민주당에서 역시 ‘의외의 인물’이 리더로 등장할 수 있을까? 절대적으로 중요한 차기 대통령을 뽑는 과정에서 과연 ‘의외의 인물’이 새로운 리더로 등장하게 될까?

<전 국회의원·도시건축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