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복의 ‘응답하는 사회학’]‘개 돼지 발언’의 사회학적 의미
2016년 07월 21일(목) 00:00 가가
나향욱 교육부 정책기획관의 파면이 최종 확정되었다. 그러나 그것으로 이 사건이 종결된 것은 아니다. 그가 내뱉은 말들을 통해 우리 사회의 현실과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방안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의 발언은 최상류 1%에 속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불평등을 정당화하는 사회관을 보여 준다. 그는 똑똑한 엘리트가 사회를 이끌면서 민중들의 호구지책을 마련해 주는 사회를 정상적인 사회로 생각한다. 그의 ‘개·돼지 발언’은 못난 것들은 그저 밥 먹고 살면 그뿐이지 그 이상을 원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내비친다.
그렇다면 누가 잘난 엘리트가 되는가?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아이는 조기 영재교육에 이어 국제고나 외고·과학고 등에 진학하여 고액의 사교육을 받고 ‘스카이 대학’을 거쳐 미국 유학을 다녀와서 한국 사회의 엘리트로 등극한다. 흙수저를 물고 태어난 아이는 아무리 머리가 좋고 열심히 노력해도 엘리트가 되기가 힘든 세상이 되었다. 이제 더 이상 개천에서 용이 나지 않고 용천에서만 용이 난다.
조선시대에는 양반, 중인, 평민, 노비로 신분이 정해져 있었고 자식의 신분은 부모의 신분에 따라 결정되었다. 동학농민전쟁은 신분제 철폐를 요구했고 1894년 갑오개혁으로 신분제가 법적으로 폐지되었다. 그러나 사람의 신분을 구별하는 신분 의식은 일제 강점기를 거쳐 해방 이후에도 사라지지 않았다.
양반집 자제들은 집안의 하인들에게 반말을 했고 하인들은 나이 어린 상전을 도련님이라고 불렀다. 해방 이후 토지개혁이 이루어지면서 양반 지주층의 경제적 기반이 무너지고, 6.25 전쟁을 거치면서 인구 이동이 일어나면서 위아래를 가르는 신분 의식은 많이 누그러졌다. 그 대신 새로운 양반층이 형성되었다.
수많은 젊은이들은 고등고시를 통과하여 고위 공무원이 되기 위해 젊음을 헌납했다. 고시를 통과해 고위 공무원이 된 사람은 스스로를 엘리트이자 새로운 양반으로 생각했다. 미국 유학을 거쳐 대학교수가 된 다음 장관, 국회의원, 고급 공무원이 되는 길도 있었다.
그러나 현대그룹의 정주영 회장으로 대표되는 자수성가형 인물이 되는 길도 있었다. 공부를 잘하지 못하거나 대학을 나오지 못했어도 자영업을 통해 재산을 형성한 사람들은 자녀들을 외국 대학에 유학 보낼 수 있게 되었다.
그 결과 1980년대에 들어서 미국 유학생이 급증했다. 그러다가 1997년 외환 위기 이후 구조조정을 통해 신자유주의 경제원리가 사회 전체에 확산되었다. 자영업으로 자수성가하기는 어려워졌다. 그래도 부모들은 자신들이 못 배운 한을 풀고 자식들에게 ‘떳떳한’ 삶을 보장하기 위해 아무리 살림이 어려워도 자식들을 대학에 진학시켰다. 그 결과 대학 진학률이 80%에 이르게 되었고 대학을 나와도 정규직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되었다.
한국사회에서 사회적 상승 이동의 기회는 사라졌고 하강 이동의 길만 남아 있다. 불평등이 심화되어 80: 20의 사회에서 90:10의 사회를 거쳐 99: 1의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이니 이제 정부의 정책은 불평등을 줄이고 모든 사람이 사람다운 대접을 받으며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되어야 한다. 불평등이 심화되고 불만이 쌓이면 언젠가 폭발하는 시기가 온다.
나향욱 전 정책기획관은 “나는 신분제를 공고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다 평등할 수는 없기 때문에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상하 간의 격차가 어느 정도 존재하는 사회가 어찌 보면 합리적인 사회 아니냐”라는 발언을 했다. 그리고 “민중들은 개·돼지와 같으니 그저 밥만 먹고 살게 하면 된다”는 영화 속의 대사를 덧붙였다.
자기 자식도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로 사망한 가난한 청년의 처지가 될지도 모른다고 연민의 감정을 표시한 기자에게 “그게 어떻게 내 자식 일처럼 생각되나. 그렇게 말하는 건 위선이다”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나 전 기획관은 이 사건을 보도한 경향신문의 송현숙 부장이 여러 번에 걸쳐 해명할 기회를 주었으나 자신의 발언을 철회하거나 수정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의 발언은 취중의 실언이 아니고 그의 평소 소신이라고 볼 수 있다. 그는 23세에 행정고시에 합격하여 교육부 관료로 일하다가 청와대 근무를 거쳐 정책기획관으로 승진했다고 한다. 그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 누리과정, 대학 구조조정 등의 정책을 기획하고 부처들 사이에 조정 업무를 수행했다고 한다.
그렇게 중요한 일을 담당하는 고위 관료의 철학이 불평등을 옹호하는 엘리트주의였다면 이는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다. 그의 발언이 개인적 의견이 아니라 교육부를 비롯한 정부와 청와대에 근무하는 고위 공무원들의 사회관과 정서를 대변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 청와대와 정부는 불평등을 해소하고 모든 시민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획기적인 정책 전환을 통해 그런 의심을 지워 나가야 할 것이다.
<사회학자·작가>
그의 발언은 최상류 1%에 속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불평등을 정당화하는 사회관을 보여 준다. 그는 똑똑한 엘리트가 사회를 이끌면서 민중들의 호구지책을 마련해 주는 사회를 정상적인 사회로 생각한다. 그의 ‘개·돼지 발언’은 못난 것들은 그저 밥 먹고 살면 그뿐이지 그 이상을 원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내비친다.
조선시대에는 양반, 중인, 평민, 노비로 신분이 정해져 있었고 자식의 신분은 부모의 신분에 따라 결정되었다. 동학농민전쟁은 신분제 철폐를 요구했고 1894년 갑오개혁으로 신분제가 법적으로 폐지되었다. 그러나 사람의 신분을 구별하는 신분 의식은 일제 강점기를 거쳐 해방 이후에도 사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현대그룹의 정주영 회장으로 대표되는 자수성가형 인물이 되는 길도 있었다. 공부를 잘하지 못하거나 대학을 나오지 못했어도 자영업을 통해 재산을 형성한 사람들은 자녀들을 외국 대학에 유학 보낼 수 있게 되었다.
그 결과 1980년대에 들어서 미국 유학생이 급증했다. 그러다가 1997년 외환 위기 이후 구조조정을 통해 신자유주의 경제원리가 사회 전체에 확산되었다. 자영업으로 자수성가하기는 어려워졌다. 그래도 부모들은 자신들이 못 배운 한을 풀고 자식들에게 ‘떳떳한’ 삶을 보장하기 위해 아무리 살림이 어려워도 자식들을 대학에 진학시켰다. 그 결과 대학 진학률이 80%에 이르게 되었고 대학을 나와도 정규직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되었다.
한국사회에서 사회적 상승 이동의 기회는 사라졌고 하강 이동의 길만 남아 있다. 불평등이 심화되어 80: 20의 사회에서 90:10의 사회를 거쳐 99: 1의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이니 이제 정부의 정책은 불평등을 줄이고 모든 사람이 사람다운 대접을 받으며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되어야 한다. 불평등이 심화되고 불만이 쌓이면 언젠가 폭발하는 시기가 온다.
나향욱 전 정책기획관은 “나는 신분제를 공고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다 평등할 수는 없기 때문에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상하 간의 격차가 어느 정도 존재하는 사회가 어찌 보면 합리적인 사회 아니냐”라는 발언을 했다. 그리고 “민중들은 개·돼지와 같으니 그저 밥만 먹고 살게 하면 된다”는 영화 속의 대사를 덧붙였다.
자기 자식도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로 사망한 가난한 청년의 처지가 될지도 모른다고 연민의 감정을 표시한 기자에게 “그게 어떻게 내 자식 일처럼 생각되나. 그렇게 말하는 건 위선이다”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나 전 기획관은 이 사건을 보도한 경향신문의 송현숙 부장이 여러 번에 걸쳐 해명할 기회를 주었으나 자신의 발언을 철회하거나 수정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의 발언은 취중의 실언이 아니고 그의 평소 소신이라고 볼 수 있다. 그는 23세에 행정고시에 합격하여 교육부 관료로 일하다가 청와대 근무를 거쳐 정책기획관으로 승진했다고 한다. 그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 누리과정, 대학 구조조정 등의 정책을 기획하고 부처들 사이에 조정 업무를 수행했다고 한다.
그렇게 중요한 일을 담당하는 고위 관료의 철학이 불평등을 옹호하는 엘리트주의였다면 이는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다. 그의 발언이 개인적 의견이 아니라 교육부를 비롯한 정부와 청와대에 근무하는 고위 공무원들의 사회관과 정서를 대변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 청와대와 정부는 불평등을 해소하고 모든 시민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획기적인 정책 전환을 통해 그런 의심을 지워 나가야 할 것이다.
<사회학자·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