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원전 수조에 30여년간 쌓여있는 폐연료봉은 왜 보관료 지불 대상에서 제외되는가.”

정부가 최근 내놓은 고준위핵폐기물 처리 로드맵(기본계획)에 포함된 사용후핵연료 관련 ‘지역지원 프로그램’에 대한 형평성 논란이 예상된다.

사용후핵연료를 발전소에 쌓아두는 자치단체에 일종의 ‘보관료’를 한국수력원자력이 부담하도록 하는 내용인데, 30여년간 발전소 수조(물탱크)에 보관 중인 수천다발의 폐연료봉은 제외하고 신규 저장시설에 저장하는 것만 지원대상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수조에 보관 중인 사용후핵연료의 위험성과 중저준위 핵폐기물 처리 과정을 살펴보면 논란은 보다 분명해진다.

9일 정부의 고준위핵폐기물 처리 로드맵에 따르면 오는 2024년 사용후핵연료 저장공간이 포화되는 한빛원전을 포함한 3곳의 발전소에는 지역과 한수원의 논의를 거쳐 부지 내에 단기 저장시설이 새롭게 건설된다.

정부는 원전 소재 지자체와의 협의를 거쳐 별도의 보관료를 내는 방안을 한수원에 제시했다. 문제는 보관료 지불의 대상이 발전소 부지 내 들어설 단기저장시설에 쌓이는 사용후핵연료에 한정하고, 각 발전소 수조에 30여년 이상 보관 중인 것은 제외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원자로에서 타고 남은 핵연료는 일정기간 수조에 저장돼 열과 배출되는 방사선량을 줄인 뒤 부지 내 신규시설로 옮겨지는 구조”라며 “위험성이 큰 수조 속 핵연료는 빼놓고 신규시설로 옮겨간 핵연료에 대해서만 보관료를 준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사용후핵연료보다 위험성이 현저히 낮은 중저준위 핵폐기물 처리 과정과 비교하면 형평성 논란은 더욱 분명해진다. 한수원이 원전에서 사용한 장갑, 옷가지, 필터 등 폐기물을 경주방폐장으로 반입할 때 200ℓ 드럼 1개 당 63만7500원의 수수료(보관료)를 경주시(75%)와 방폐장(25%) 측에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주시 관계자는 “방폐장이 들어선 이후 연평균 30억원가량 수수료를 받고 있다. 그 돈으로 경주시 전체 12만 가구의 TV수신료, 전기 기본요금을 무료로 지원하고 있다”면서 “위험부담이 있다면 그만한 혜택이 있어야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영광군 관계자는 “영광군을 비롯한 전국의 원전 소재 자치단체는 그간 몇차례 사용후핵연료 보관료를 달라고 정부와 한수원에 요구했었다”면서 “그간 대책 없이 쌓아둔 핵연료에 대한 보관료도 주는게 형평성에 맞다”고 말했다.

/김형호기자 khh@kwangju.co.kr

/영광=이종윤기자 jy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