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애의 ‘이 시대 리더십’]대통령의 네 가지 존재감
2016년 05월 19일(목) 00:00 가가
결국은 올해도 5·18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지 못하고 말았다. 야당 원내대표들과 만난 박근혜 대통령의 한마디가 그렇게 가벼웠던가? 보훈처는 청와대 지시를 받지 않았다고 하고 청와대는 지시했다고 한다면 도대체 항명인가 아니면 거짓말인가? 박근혜 정권의 아집과 옹졸함이 고대로 드러나는 대목이다.
불행하게도 이제 국정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존재감은 미미하다. 얼마나 미미하면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불허라는 사안으로 겨우 존재감을 드러낸다는 말인가? 한때 ‘선거의 여왕’이었던 추억을 못 잊고 총선에서 그림자를 짙게 드리우다가 철퇴를 맞은 것이다. 현명한 국민은 벌써 알고 있었다.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무능의 한계치가 있음을 말이다. 거기에 오만의 그림자까지 드리우면 여지없이 국민의 심판을 받게 되어 있다.
정치권의 어느 누구도 승리하지 못한 총선이 끝나고 이제 온통 관심이 대통령 선거에 가 있는 것은 불가피하다. 개헌과 인위적 정계개편 등 여러 시도들이 이루어지겠지만 정치권의 게임만으로 그칠 위험성도 농후하다. 이번 총선의 결과를 보면 국민들이 얼마나 현명한 판단을 할지 기대가 높아졌다. 우리의 운명을 우리의 손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기대를 높이게 된다.
박근혜 대통령의 존재감이 사라진 지금 우리의 차기 대통령은 과연 어떤 존재감을 가져야 하는가, 생각하게 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대통령의 어떤 존재감을 바라는가?
첫째는 ‘책임의 존재감’이다. 간단히 말하면 과연 국정의 곳곳을 보고 있느냐, 듣고 있느냐다. 자기가 관심 있는 것, 자기가 좋아하는 것,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거나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국정의 최종 책임자로서의 책임감 말이다. 이런 책임감은 만기친람식의 국정 수행으로써는 가능하지 않다. 오히려 적시적소에 리더십을 부여해 주되 항상 보고 있고 듣고 있다는 존재감을 드러내야 가능하다는 점에서, 사실 마치 신과 같은 ‘옴니 프레즌스’(omni-presence)를 필요로 한다. 대통령은 언제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듯 존재해야 한다!
둘째는 ‘신뢰의 존재감’이다. 사실 책임의 존재감과 신뢰의 존재감은 같이 간다. 박근혜 정권에 대한 신뢰가 바닥에 떨어진 것은 책임지지 않는 자세를 대통령부터 갖고 있기 때문이다. 책임의 존재감이 있었던들 박근혜 정권에서 세월호 참사 이후 더 커져 버린 사회적, 법제적 참사, 메르스 사태, 옥시 사태 등이 일어날 수 있었겠는가? 참사가 참사를 키우는 데에는 절대적으로 책임지지 않는 풍토, 어떻게든 피해 가겠다는 분위기를 리더가 자아내기 때문이다.
셋째는 ‘소통의 존재감’이다. 꼭 말을 잘해야 할 이유도, 많이 해야 할 이유도 없다. 나의 말을, 우리의 말을, 다른 편의 말을, 다른 생각을 가진 이의 말을 경청하고 있다는 믿음이 소통의 존재감이다. 걱정을 같이 하고 있다는 믿음, 고통을 같이 나누고 있다는 믿음, 희망을 같이 하고 있다는 믿음이 소통으로부터 나온다. 이러한 점에서 박근혜 정권의 소통은 가히 빵점이다.
넷째는 ‘이성의 존재감’이다. 물론 세상은 이성만으로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고 감정과 직관에 의해서 세상이 돌아가기도 한다. 그러나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살아야만 하는 이 불확정성의 시대에 적어도 이성적으로 논리를 세우고 계획하고 설명하고 공유하는 작업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 정권 9년 동안 우리 사회에 작동하던 합리적 이성은 무너져 내렸다. 도대체 정책 결정에 설명하지 않고 홍보만 하려는데 어떻게 이성이 세워지겠는가? 언론들을 호위대로 만드는데 어떤 이성적 비판이 가능하겠는가? 국정원의 존재가 마치 바이러스처럼 세상에 퍼지는데 어떻게 이성적 비판이 가능하겠는가? 돈으로 시민단체를 사서까지 여론을 호도하려는데 어떻게 이성이 마비되지 않을 수 있는가?
정권교체가 꼭 이루어져야 한다고 믿는 것은 다름이 아니다. 그래야 ‘책임의 존재감, 신뢰의 존재감, 소통의 존재감’, 이성의 존재감‘이 우리 사회에서 바로 설 수 있기 때문이다. 비록 존재감이 무너져 내린 박근혜 대통령이지만 적어도 임기 말까지 더 이상의 큰 사고 없이 버텨 주기를 바라기는 한다. 그것이 대통령으로서 최소한으로 지켜야 할 존재감일 터이니 말이다.
<전 국회의원·도시건축가>
정치권의 어느 누구도 승리하지 못한 총선이 끝나고 이제 온통 관심이 대통령 선거에 가 있는 것은 불가피하다. 개헌과 인위적 정계개편 등 여러 시도들이 이루어지겠지만 정치권의 게임만으로 그칠 위험성도 농후하다. 이번 총선의 결과를 보면 국민들이 얼마나 현명한 판단을 할지 기대가 높아졌다. 우리의 운명을 우리의 손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기대를 높이게 된다.
첫째는 ‘책임의 존재감’이다. 간단히 말하면 과연 국정의 곳곳을 보고 있느냐, 듣고 있느냐다. 자기가 관심 있는 것, 자기가 좋아하는 것,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거나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국정의 최종 책임자로서의 책임감 말이다. 이런 책임감은 만기친람식의 국정 수행으로써는 가능하지 않다. 오히려 적시적소에 리더십을 부여해 주되 항상 보고 있고 듣고 있다는 존재감을 드러내야 가능하다는 점에서, 사실 마치 신과 같은 ‘옴니 프레즌스’(omni-presence)를 필요로 한다. 대통령은 언제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듯 존재해야 한다!
셋째는 ‘소통의 존재감’이다. 꼭 말을 잘해야 할 이유도, 많이 해야 할 이유도 없다. 나의 말을, 우리의 말을, 다른 편의 말을, 다른 생각을 가진 이의 말을 경청하고 있다는 믿음이 소통의 존재감이다. 걱정을 같이 하고 있다는 믿음, 고통을 같이 나누고 있다는 믿음, 희망을 같이 하고 있다는 믿음이 소통으로부터 나온다. 이러한 점에서 박근혜 정권의 소통은 가히 빵점이다.
넷째는 ‘이성의 존재감’이다. 물론 세상은 이성만으로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고 감정과 직관에 의해서 세상이 돌아가기도 한다. 그러나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살아야만 하는 이 불확정성의 시대에 적어도 이성적으로 논리를 세우고 계획하고 설명하고 공유하는 작업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 정권 9년 동안 우리 사회에 작동하던 합리적 이성은 무너져 내렸다. 도대체 정책 결정에 설명하지 않고 홍보만 하려는데 어떻게 이성이 세워지겠는가? 언론들을 호위대로 만드는데 어떤 이성적 비판이 가능하겠는가? 국정원의 존재가 마치 바이러스처럼 세상에 퍼지는데 어떻게 이성적 비판이 가능하겠는가? 돈으로 시민단체를 사서까지 여론을 호도하려는데 어떻게 이성이 마비되지 않을 수 있는가?
정권교체가 꼭 이루어져야 한다고 믿는 것은 다름이 아니다. 그래야 ‘책임의 존재감, 신뢰의 존재감, 소통의 존재감’, 이성의 존재감‘이 우리 사회에서 바로 설 수 있기 때문이다. 비록 존재감이 무너져 내린 박근혜 대통령이지만 적어도 임기 말까지 더 이상의 큰 사고 없이 버텨 주기를 바라기는 한다. 그것이 대통령으로서 최소한으로 지켜야 할 존재감일 터이니 말이다.
<전 국회의원·도시건축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