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철규 성공회대 경제학 교수]우리도 기본소득제를 논의할 때다
2016년 04월 26일(화) 00:00 가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장기 불황이 지속되면서 일자리와 성장을 유지하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부쩍 높아졌다. 작년 3분기까지도 위기 직전의 생산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일본과 유로 지역은 말할 것도 없고, 회복이 빠르다는 미국이나 독일도 과거의 성장 추세선에 비추어 현저히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를 배경으로 과거의 기준으로 보면 파격적이라 할 만한 정책들이 다양하게 제시되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 중앙은행이 마이너스(-) 금리 대출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까지 전해졌다. 현재 일본중앙은행은 금융기관의 중앙은행 예금에 대해 일부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하고 있는데, 은행들이 중앙은행으로부터 대출하는 경우에도 이자를 내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수입을 얻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양적 완화 정책이나 마이너스 금리 같은 공격적인 통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경기 회복은 전혀 만족스럽지 않다. 학계에서 경기 침체의 장기화에 대해 널리 받아들이고 있는 견해는 저축 성향은 높아지고 투자성향은 낮아지는 데서 오는 총수요 부족 가설이다. 그리고 저축 성향이 높아지는 원인은 소득 분배의 불평등이 확대되는 데서 찾아진다. 소득이 집중되는 고소득층의 저축 성향이 높기 때문이다.
그동안 총수요 부족을 메우는 방법은 금융의 팽창이었다. 그런데 금융자산의 축적은 그 반대편에 반드시 금융부채의 축적을 초래하기 때문에 부채의존형 성장을 의미한다. 소득으로 뒷받침되지 않는 소비는 가계부채의 누적과 부실화를 초래했고, 소비가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투자 확대는 거품을 낳았다.
한편 이러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으로 보이는 기술 발전도 위기감을 높이는 중요한 요인이다. 그동안 기업 간, 산업 간, 국가 간에 개별적으로 진행되던 컴퓨터 기술과 인터넷 이용의 발전이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로봇 상용화 등을 매개로 급속히 통합되고 있다. 그 결과 생산 능력은 급격히 팽창하고 있는데 이를 사회적으로 흡수할 수 있는 능력은 계속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올 초 열린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 주요 주제로 채택됨으로써 관련 논의가 급격히 확산되었다. 결국 ‘시장노동 없이 소득 없다’는 현 경제시스템의 기본 원칙에 상당한 수정이 필요하게 되었다는 결론이다.
이에 주목받고 있는 방안이 기본소득(Basic Income)제이다. 한국에서는 생소한 개념이지만, 유럽을 필두로 서구에서는 상당히 오래전부터 논의되어 왔다. 기본소득은 자격 심사나 구직 등 노동에 대한 요구 없이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개별적으로 무조건적 지급되는 소득을 말한다. 미성년자를 포함하여 모든 개인에게 자격 조건이나 의무 사항 없이 지급된다.
핀란드에서는 1917년부터 일부 가구를 대상으로 기본소득의 효과와 비용을 알아보기 위한 실험을 실시하기로 했다. 네덜란드의 경우도 지자체 단위에서 올 1월부터 기본소득제의 시범 운영이 시작되었다. 스위스는 이 제도의 도입을 위한 국민투표를 앞두고 있다. 영국과 캐나다도 예외가 아니며, 심지어 미국에서도 1970년대에 이미 기초소득 보장에 따른 효과를 살피기 위한 대규모 실험이 수차례 이루어졌다. 알래스카주는 일찍부터 석유자원 수입을 재원으로 해서 지급되어 왔으며, 브라질에서도 입법화되어 있다.
한국에서는 그동안 이에 대한 논의가 별로 없었지만, 이번 총선에서 일부 정당들이 공약으로 내걸기도 했고, 또한 국회입법조사처가 ‘기본소득 도입 논의 및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국회입법조사처의 논의에서 주목되는 것은 우리나라의 산업구조가 제조업 중심으로 되어 있다는 특징을 잘 지적했다는 점이다.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생산 효율화의 충격이 가장 크게 올 수 있는 경제구조이면서도 이를 수요 측면에서 관리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은 극히 취약하다는 것이다.
아담 스미스에서 유래하는 영국 고전경제학의 막내 격인 존 스튜어트 밀은 그의 ‘정치경제학원리’(4편)에서 이전의 모든 정치경제학자가 부의 증가가 무한정 계속될 수는 없음을 깨닫고 두려워하지만, 더 낳은 분배를 이룰 수 있다면 반드시 그럴 필요는 없다고 했다. 인구 증가 둔화와 인공지능이 사회적 재앙이 될지 인간 삶의 향상으로 이어질지는 분배에 달렸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양적 완화 정책이나 마이너스 금리 같은 공격적인 통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경기 회복은 전혀 만족스럽지 않다. 학계에서 경기 침체의 장기화에 대해 널리 받아들이고 있는 견해는 저축 성향은 높아지고 투자성향은 낮아지는 데서 오는 총수요 부족 가설이다. 그리고 저축 성향이 높아지는 원인은 소득 분배의 불평등이 확대되는 데서 찾아진다. 소득이 집중되는 고소득층의 저축 성향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 주목받고 있는 방안이 기본소득(Basic Income)제이다. 한국에서는 생소한 개념이지만, 유럽을 필두로 서구에서는 상당히 오래전부터 논의되어 왔다. 기본소득은 자격 심사나 구직 등 노동에 대한 요구 없이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개별적으로 무조건적 지급되는 소득을 말한다. 미성년자를 포함하여 모든 개인에게 자격 조건이나 의무 사항 없이 지급된다.
핀란드에서는 1917년부터 일부 가구를 대상으로 기본소득의 효과와 비용을 알아보기 위한 실험을 실시하기로 했다. 네덜란드의 경우도 지자체 단위에서 올 1월부터 기본소득제의 시범 운영이 시작되었다. 스위스는 이 제도의 도입을 위한 국민투표를 앞두고 있다. 영국과 캐나다도 예외가 아니며, 심지어 미국에서도 1970년대에 이미 기초소득 보장에 따른 효과를 살피기 위한 대규모 실험이 수차례 이루어졌다. 알래스카주는 일찍부터 석유자원 수입을 재원으로 해서 지급되어 왔으며, 브라질에서도 입법화되어 있다.
한국에서는 그동안 이에 대한 논의가 별로 없었지만, 이번 총선에서 일부 정당들이 공약으로 내걸기도 했고, 또한 국회입법조사처가 ‘기본소득 도입 논의 및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국회입법조사처의 논의에서 주목되는 것은 우리나라의 산업구조가 제조업 중심으로 되어 있다는 특징을 잘 지적했다는 점이다.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생산 효율화의 충격이 가장 크게 올 수 있는 경제구조이면서도 이를 수요 측면에서 관리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은 극히 취약하다는 것이다.
아담 스미스에서 유래하는 영국 고전경제학의 막내 격인 존 스튜어트 밀은 그의 ‘정치경제학원리’(4편)에서 이전의 모든 정치경제학자가 부의 증가가 무한정 계속될 수는 없음을 깨닫고 두려워하지만, 더 낳은 분배를 이룰 수 있다면 반드시 그럴 필요는 없다고 했다. 인구 증가 둔화와 인공지능이 사회적 재앙이 될지 인간 삶의 향상으로 이어질지는 분배에 달렸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