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장 발파 소음과 진동으로 겨울잠 자던 꿀벌이 폐사한 것과 관련, 시공사 등이 1700여만원을 양봉업자에게 배상하라는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 결정이 나왔다.

22일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분쟁위)에 따르면, 분쟁위는 강원도 양양에서 양봉을 하는 A씨가 인근 저수지 공사장에서 발생한 소음과 진동으로 피해를 봤다며 시행사와 시공사를 상대로 5억1500여만원의 배상을 요구한 사건에서 최근 이같이 결정했다.

A씨는 지난 2014년 8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양봉장 인근 남서쪽 260m 지점 공사장에서 발파 소음과 진동이 이어져 벌이 폐사고 생산된 꿀의 품질이 떨어지는 등 피해를 봤다며 배상을 요구했다.

분쟁위는 공사장 소음(최대 67.8㏈)과 진동(평균 0.1cm/sec)이 가축피해 인과관계 검토기준 소음(최대 60dB), 진동(0.02cm/sec)을 초과했다고 인정하면서 전체 350여 통 중 10% 정도에 소음, 진동 피해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일정 기준이 넘는 소음과 진동은 날개 진동의 강약으로 의사소통을 하는 꿀벌의 활동을 방해해 벌꿀 생산, 산란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겨울철 꿀벌은 벌통 안에서 공 모양(봉구)을 형성해 날갯짓을 하며 열을 일으켜 생존한다. 소음, 진동으로 이 공 모양에서 떨어져 나간 개체는 저체온증으로 죽는다.

분쟁위는 그간 공사장 소음·진동, 도로 차량소음, 공장 대기오염물질 등을 양봉 피해의 원인으로 인정해 배상 결정을 내렸다.

지난해 6월 경기도 평택시 공사장 발파 진동으로 꿀벌이 폐사한 사건에서도 3300만원 배상 결정을 내렸고, 같은 해 10월에는 충남 예산 참숯공장의 대기오염 물질 배출로 인한 양봉 피해를 인정하고 3500만원 배상 결정을 하기도 했다.

분쟁조정위 관계자는 “사업자들은 소음, 진동으로 인한 양봉 피해 가능성을 간과하고 공사를 하는 사례가 많다”며 “공사현장 주변의 양봉 현황을 파악하고 충분한 피해방지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김형호기자 kh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