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이른 감이 있기는 하지만, 시간을 앞당겨 박근혜 정부 5년의 경제 정책이 어떤 평가를 받을지 생각해 본다. 남은 임기 중에 현 정부의 특성이 갑자기 바뀔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이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평가 의견이 다르다 하더라도 최소한 두 가지 점에 대해서는 공감을 얻을 것 같다. 하나는 이전의 어떤 정부에 비해서도 ‘남 탓’ 하기를 잘한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대통령 본인이 가장 강한 어조로 가장 많은 횟수에 걸쳐 ‘개혁’을 부르짖은 정부라는 점이다.

지난해 스스로 세운 목표치에 훨씬 못 미치는 저조한 경제성장률을 두고 비판이 일자, 정부 관료들은 세계 경제의 악조건부터 서두에 내놓았다. 중국의 저성장과 금융 변수 불안, 저유가로 인한 산유국의 수요 감소와 함께 미국의 금리 인상 요인도 덧붙여졌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인한 소비 위축과 관광객 감소도 단골 메뉴이다. 그 전에는 세월호 사태가 가져 온 소비심리 위축도 지목되었다. 전염병 확산을 막을 수 있었던 초기 대응에 실패하고, 세월호 사태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처리에 실패한 정부의 무능이 오히려 그보다 앞선 원인이라는 인식은 찾아볼 수 없다. 제조업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한편에서는 소프트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세계 경제환경의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는 경제구조의 경직성을 지적할라치면, 국회 탓 야당 탓부터 한다.

작년 하반기부터만 챙겨 보더라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직접 국회를 비난한 횟수가 얼추 20여 차례다. 국회와 야당이 몇 가지 ‘자칭’ 개혁 법안 혹은 민생 법안을 처리하지 않아 경제를 망친다는 주장을 반복했다. 국회와 야당이 경제를 망친다는 주장은 총선 슬로건으로서는 비할 바 없이 쓸모가 있겠지만 정작 실제 개혁에 쓸모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왜 ‘자칭’ 개혁 법안이냐면, 그 법안들이 어떤 경로로 경제에 작용해서 무엇을 어떻게 바꿀지에 대해 국민에게 답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개혁에서 나올 이익과 손실을 관련 사회 계층 간에 어떻게 공평하게 나누고 부담할지 가늠할 수 없게 한다.

예를 들어 해고의 자유화가 진작되면 그것이 어떻게 한국 경제가 재벌과 수출에 의존한 채 노쇠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지 설명할 길이 없다. KT가 빠지고 현대중공업이 새로 포함된 한 가지 경우를 예외로 하면, 공기업을 제외한 상위 10대 그룹의 구성이 10년 전과 똑같다. 13대 주력 수출 품목이 2006년부터 순서도 바뀌지 않고 그대로다. 이 현실이 어떻게 바뀔 수 있는지 설명하지 않는다.

최근 세계 400대 부호를 선정해서 발표한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에 포함된 한국인 5명이 모두 상속자, 다시 말해 재벌 2·3세다. 한국 경제의 이러한 고착된 기존 질서가 자유로운 해고와 무슨 상관이 있어서 바뀔 수 있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세계 400대 부자의 65%가 창업자였고, 미국은 125명 가운데 89명이 자수성가한 부자라 했다. 10년을 잃었느니 20년을 잃었느니 하는 일본조차도 포함된 5명이 모두 새로 기업을 일으킨 사람들이다. 물려받은 기업과 경영권을 지켜야 하는 자들이 지배하는 경제는 기존 기업집단의 이해관계를 보호하고 새로운 도전자의 등장을 어렵게 하는 진입 장벽을 강고하게 쌓아 가는, 다시 말해 노쇠해 가는 구조를 갖는다.

개혁의 결과라고 내세운 것이 ‘창조경제 만들기’다. 전국에 17개 창조혁신센터를 만든다고 야단법석을 떨었다. 그런데 그것을 재벌들에게 맡겼다. 이 센터들이 그냥 놀았다는 말처럼 들리는 보도가 있었다. 센터당 하루 기업 지원 건수는 평균 0.12건, 경영상담은 0.7건이었다. 스스로를 파괴해야 가능한 ‘창조경제’를 재벌 손에 맡겼다는 데서 충분히 설명되는 일이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업이 우후죽순처럼 솟아나고, 성공하면 할수록 스스로에게 해가 되는 자들이 박근혜표 창조경제를 맡았다.

재벌이 대신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은 것은 백화점·아웃렛·면세점 확대였으며, 아파트 분양사업이었다. 한국경제가 활력을 상실하는 이유의 밑바탕은 재벌에서 기인한다. 이를 도외시하는 한 박근혜표 경제 개혁은 2년 뒤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