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국내 대형서점의 리뉴얼 사례가 화제가 된 바 있다. 3개월간의 리뉴얼 공사 후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서점 한가운데에 큰 독서 테이블을 설치한 것이다. 통로에 서서 책을 읽거나 바닥에 앉아 책을 보는 고객들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만든 이 대형 테이블은 뉴질랜드의 5만 년 된 대형 카우리 소나무 재질로 100명이 동시에 앉아 책을 읽을 수 있을 정도로 큰 규모를 자랑한다.

이 테이블이 공개되자 여러 매체가 앞다퉈 소개하였고, 이제는 그 서점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볼거리가 되어 책을 사러 가는 것이 아니라 단지 이 테이블을 보기 위해 서점을 찾는 이들까지 생겨날 정도라고 한다. ‘오고, 머무르고 싶은 서점’을 만들고 싶었다고 리뉴얼 작업의 배경을 설명하는 이 서점의 대표는 리뉴얼 벤치마킹의 모델로 일본의 츠타야 서점을 언급한 바 있다.

우리에게는 낯선 이름이지만 츠타야 서점은 일본에서는 꽤나 유명한 대표적인 ‘핫 플레이스’ 중 하나다. 일본이나 우리나 서점업계의 불황은 별반 다르지 않을 텐데 일본 전역에 1400여 곳 이상의 매장을 운영하며 승승장구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츠타야 서점은 각 지역별 특성에 따라 매장들을 각기 다른 콘셉트로 구성하고 있는데, 특히 이 중 도쿄 다이칸야마에 위치한 매장은 이 도시를 찾는 여행자들의 필수 방문 코스로 인기가 높다. 이 다이칸야마 츠타야 서점의 콘셉트를 차용한 일본 소도시의 한 공공도서관은 개관 13개월 만에 100만 명 이상의 방문객이 다녀가기도 했다.

어떻게 이 서점은 업계 전반의 불황에도 불구하고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을까? 얼마 전 국내에서 이 서점의 창업자가 쓴 책이 출간됐다. 그의 말에 따르면 그는 서점을 ‘책을 파는 곳’이 아니라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하는 곳’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그래서 츠타야 서점은 책뿐만 아니라 그들이 제안하는 내용에 따라 책과 DVD, 음반, 가전기기, 레저용품 등을 함께 팔며 사람들이 앉아서 즐길 수 있는 문화복합공간으로 구성됐다.

물자와 판매 플랫폼이 넘치는 현대에는 고객들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제안과 기획 능력을 제공해야 한다는 창업자의 경영철학이 반영된 것이다. 그리고 그는 이것을‘고객 가치’라고 부른다. 그동안은 ‘판매자의 입장’에서 일방적으로 팔기 원하는 것을 제공했다면, 이제는 ‘고객의 입장’에서 고객이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혁신은 국내 콘텐츠 산업에도 필요하다. K-Pop과 드라마 등으로 대표되는 한류가 최근 몇 년 새 주춤해졌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급격하게 냉각되어 가는 일본 시장과 정부의 주도 아래 자국 경쟁력을 높여 가는 중국 시장을 보면 한류가 ‘화무십일홍’으로 끝날지 모른다는 절박한 위기감마저 든다. 이제 원점에서 한류를 되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한류는 그동안 눈부시게 성장해 왔다. 일본과 중국에서 출발한 한류는 드라마에서 K-Pop, 예능 포맷 등으로 장르를 확장하며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로 그 외연을 계속 넓혀 왔다. 그러나 우리는 한류를 파는 데에만 너무 급급해 온 것은 아닐까? 이제는 한류를 좋아하는 이들이 정확하게 무엇을 원하는지, 또 그들의 삶에 어떻게 자연스럽게 한류를 녹아들게 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그들이 원하는 한류를 기획하고 제안해야 한다. 나는 이것을 ‘콘텐츠 플러스 알파’라고 부른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콘텐츠와 다른 산업이 융합된 ‘한류 그 이상’을 제공할 수 있다.

츠타야 서점의 창업자 마스다 무네아키는 ‘이제 모든 사람들이 스토리를 기획하는 디자이너가 되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한다. 이제 콘텐츠 산업에 종사하는 우리 모두는 콘텐츠를 넘어 새로움을 제안하는 ‘디자이너’가 되어야 한다. 솔직히 말해, 이러한 혁신은 콘텐츠 산업 뿐 아니라 대한민국 모든 산업에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