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새해가 밝았다. 신년 초에는 그동안 이루고 싶은 소망을 빌거나 구체적인 목표와 계획을 세우곤 한다. 또 올해에 있을 총선에 출마자들이 앞으로 수많은 공약을 쏟아놓을 것이어서, 당분간 미래에 대한 그림들이 넘쳐날 것 같다. 이러한 공약은 실천되지 않으면 신뢰의 문제가 되지만, 행정 계획이 잘못 수립되었을 경우에는 생활 불편이나 금전적 손실 등에 커다란 영향을 주게 된다.

예를 들어 장래 계획에 설정된 인구지표에 맞춰 기반시설을 건설하였다고 하자. 그런데 실제 인구가 목표 인구에 못 미쳐서 이용객은 적은데 계속 운영 관리비만 과다하게 지출되는 경우에, 그 계획 수립에 참여한 행정이나 전문기관에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그 대표적인 예가 중앙정부의 4대강사업이고, 광주시에서 매년 수백억 원의 적자를 메워 주고 있는 제2순환도로 1구간 사업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책임을 묻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행정 계획을 위법하게 만드는 하자의 경우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계획을 수립하는 주체가 계획 내용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계획 재량의 문제이고, 둘째는 계획 수립 절차를 위반해서 발생하는 문제이다.

계획은 종합적·전문적·기술적 판단을 기초로 하여 그 내용이 만들어지는 복합적인 행정 작용으로 작성에 재량의 여지가 많다는 특성이 있다. 이 때문에 법원이 그 형성 전 과정을 내용적으로 통제할 수 없다는 한계를 갖는다. 즉 행정청이 재량의 범위 내에서 행정 계획을 만든 결과로 인해 초래된 구체적인 행정 행위에 대하여는, 법원이 그 내용에 개입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계획 내용은 이를 입안하는 과정에서 행정 내부의 협의, 다양한 전문가의 자문, 주민 및 시의회 의견 청취, 공청회 등 여러 가지 법적 절차를 걸쳐 차곡차곡 합리성을 갖추며 만들어진다. 이러한 합리성 때문에 법원에서는 그 내용에 대한 위법성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고, 다만 절차적 하자가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제2순환도로 1구간 사업처럼 통행량을 과다 추정해서 재정 손실이 발생하였다 하더라도, 적법한 수립 절차를 따랐다면 그 계획 내용은 위법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2016년 새해는 광주시의 물리적·공간적인 커다란 질서를 부여하는 계획들이 결정되는, 근래에 다시없는 중요한 해이다. 먼저 도시공간 구조의 근본이 되는 2030년 광주 도시 기본계획을 비롯하여, 2025년 공원녹지 기본계획, 2030년 도시경관 계획, 2025년 도시 및 주거 환경정비 기본계획, 2025년 도시재생 전략계획 등이 한창 수립 중이거나, 완성 단계에 있다. 여기에서 작년에 수립된 도로 부문을 감안하더라도, 주택 분야가 포함된다면 광주의 향후 10년 동안 공간 질서를 새롭게 짜는 그야말로 그랜드 프로젝트가 마련되는 것이다.

이번 도시 기본계획의 최대 이슈는 계획 인구지표의 설정일 것이다. 이미 광주는 계획 인구 과다 설정의 폐해를 너무 크게 입었기 때문에 그만큼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이로 인하여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낮춰 잡지 않도록 충분한 논의가 있었으면 한다. 공원녹지 계획에서는 장기 미집행 공원에 대한 예산 확보와 폐지에 신중해야 하며, 경관 계획에서는 최근 초고층 건축물 신축에 따른 무등산 조망권을 확보하기 위한 조망점이 다양한 의견 수렴을 통해 합리적으로 선정되어야겠다. 정비 기본계획은 예정 구역의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사업성과 주민 의사를 반영하여 일부 해제 및 대안적 개선 방안의 제시가 필요하고, 재생 전략계획에서는 향후 중앙정부의 공모 사업에 선정될 수 있도록 활성화 계획의 비전과 지역 맞춤형 콘텐츠를 담았으면 한다.

각각의 계획들을 수립하는 부서가 고유한 계획 논리로 상호간 소통 없이 추진하다 보면 상충되는 부분이 발생하고, 결국 시민에게 혼란을 가중시키며 애써 만든 계획이 폐기되는 경우를 많이 보아 왔다. 먼저 이러한 계획들을 한자리에 모아 놓고 토론할 수 있는 열린 장이 마련되어야겠다. 그리하여 광주 도시공간이라는 큰 틀 내에서 유기적으로 통합·조정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앞으로 10년 동안 광주가 힘들어질 것이다. 새해 아침에 이 생각 저 생각으로 마음만 바빠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