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을미년도 어느덧 서서히 저물어 가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올해 초부터 국토교통부에서 운영하고 있는 중앙도시계획위원회에 참여하게 된 행운을 갖게 되었다. 거의 매주 세종시의 정부청사를 오르내리는 일은 힘들었지만, 전국의 도시계획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어 시야를 한층 넓힐 수 있는 즐거운 경험이었다.

중앙도시계획위원회는 국내 도시계획위원회 중 가장 역사가 오래된 최고의 상위기구이다. 주로 다루는 내용은 광역도시계획·도시계획·토지거래계약 허가구역 등 국토부장관의 권한에 속하는 사항의 심의다. 또한 다른 법률에서 중앙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한 사항이나 도시계획에 관한 조사·연구 등도 있다. 여기에 광역지자체의 도시계획위원회에서 결정된 사항에 대해 일정 규모 이상 조건에 해당되는 사항은 중앙도시계획위원회를 거쳐 최종 결정한다.

그 구성은 정부위원 4명, 민간위원 26명으로 총 30인으로 되어 있다. 민간위원은 토지 이용, 건축, 주택, 교통, 환경, 방재, 문화, 농림 등 도시계획에 관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자 중에서 국토부장관이 임명하거나 위촉하도록 되어 있다. 현재는 90% 이상이 대학교수들이다. 시민단체나 언론계 등 비전공자는 포함되어 있지 않고, 대부분 도시계획 관련 분야 전문가들이기 때문에 심의 시 전공 영역에서 깊이 있게 토의된다.

위원회는 1분과와 2분과로 나누어서 전국에서 올라오는 많은 안건을 원활하게 처리하고 있다. 분과위원회를 활성화할 수 있는 토대는 위원 중에 도시계획 전공자가 많기 때문에 두 분과위원회에서 심의하는 수준이 거의 비슷하게 일관성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심의 안건의 보고는 지자체의 과장급 이상이 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그 이유는 책임 있는 답변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직책이어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질의응답도 우리 지역의 경우 통상 그 용역을 수행했던 전문용역회사의 직원과 하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중도위에서는 대부분 보고자(지자체 공무원)와 직접 주고받는다. 만약 보고자의 내용 파악이 부족해서 설명이 미흡할 경우는 유보·재상정으로 결론이 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위원들의 의견이 분분해서 결론에 도달하지 못하면 거의 현장실사를 하게 한다. 이때 실사위원을 5명 정도 선발하여 조사하도록 하고, 해당 안건이 재상정될 때 실사위원들 각각의 의견을 듣는다. 우리 지역의 경우도 이러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효율적으로 운영되지 못하는 점이 아쉬웠는데 잘 보완한다면 바로 적용할 만한 제도인 것 같다.

더욱 더 인상적인 것은 위원장의 역할이다. 위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면서 최종 결론에 도달하는 과정에서 위원장이 가지고 있는 카리스마, 부드럽지만 지루하지 않은 분위기 만들기, 전문적 식견 등으로 그 비중은 거의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다. 안건의 의결은 위원 과반수 참석에 과반수 찬성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그 동안 참석한 회의에서 찬반투표까지 간 경우는 없었고, 위원들의 전원합의에 의해서 수용되기 때문에 그만큼 위원장의 운영 테크닉이 중요한 것 같았다.

최근 광주시 건축위원회의 운영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광주시민단체협의회는 지난 28일 광주시 건축위원회가 교통대란과 도심 과밀화를 유발하는 언론사 48층 신사옥에 대한 조건부 승인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그간의 정황을 살펴보면 건축위원들이 외부 영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해서 충분한 토의가 부족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광주에서 제일 높은 건축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교통뿐만 아니라 입지 및 규모의 적정성, 랜드마크 기능으로서 도시경관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진행되었어야 할 것이다. 그랬더라면 보다 좋은 대안이 나왔을 텐데 아쉬움이 남는다.

각종 위원회의 심의에서 추상적인 의견이나 과도한 기부채납 요구, 고압적인 태도 등의 문제점은 앞으로 고쳐 나가야 할 것이다. 외압으로부터 간섭받지 않고 소신 있는 전문가의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