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희 다산연구소 소장]양김 시대 넘어 새로운 정치 리더십을
2015년 11월 24일(화) 00:00 가가
한국 현대정치사의 한 영웅이 세상을 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일생과 함께 한국 민주화의 역동적 과정이 주마등처럼 떠오른다. 1979년 10월, 꿈쩍도 않을 듯했던 유신 독재정권이 갑자기 무너졌다. 그 계기는 야당 총재 김영삼에 대한 정권의 탄압과 저항, 그리고 부마항쟁이었다.
얼마 전 노벨 평화상 수상자가 눈길을 끌었다. ‘국민 대화 4자 기구’(National Dialogue Quartet)라는 튀니지의 민주화단체였다. 2010년 12월 튀니지에서 시작해 아랍에 번졌던 ‘아랍의 봄’이 튀니지처럼 성공적으로만 진행되진 않았다. 다시 군부독재가 되풀이 되거나 내전 상태에 빠져든 나라도 있다.
민주화 역정을 겪은 경험에, 두 가지를 생각해 본다. 첫째, 대중 시위만으로는 민주화 성취에 한계가 있다. 둘째, 투쟁과 전복 다음에는 통합과 건설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역사적으로 보면, 일반 대중과 지식인은 엇갈리곤 한다. 선구자적 희생이 계속되어도 민초들은 생업에 여념이 없는 듯하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일반 대중이 행동에 돌입하면, 훈계하거나 맹신하던 지식인들은 그 상황을 따라잡지 못하고 허둥댄다. 둑을 무너뜨린 물처럼 물길의 향방은 알 수 없다. 온갖 권력 추종자들과 군부와 외세가 기회를 노린다. 기존 권력을 붕괴시킬 수는 있어도, 새 권력을 건설하는 것은 또 다른 과제이다.
돌아보면, 양김의 분열에 실망하기도 했지만, 그것은 양김이 민주화운동의 구심이 되었기에 일어난 문제였다. 그만큼 역할과 공헌을 했다는 의미다. 양김은 곡절 끝에 차례로 대통령이 되어 큰일을 했다. 공직자 재산공개, 금융실명제, 하나회 척결,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 제정 등의 전격적인 개혁 조치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었기에 가능했다는 평가가 있다.
그러나 외환위기로 큰 실망을 주기도 했다. 다른 한 분은 외환위기를 잘 극복했다고 평가되었지만 후일 논쟁의 여지를 남겼다. 이러저러한 양김의 한계가 바로 새로운 정치 리더십이 요구되는 지점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남긴 마지막 메시지가 ‘통합’과 ‘화합’이었다고 전한다. 예사롭지 않게 들린다. 통합과 건설의 리더십에서 중요한 것은 이념투쟁을 일삼는 분열의 정치를 극복하는 것이다. 그것은 의제 설정에서 시작된다.
탕평군주 정조는 즉위한 날, 사도세자의 추숭(追崇)을 거론하는 자는 처벌하겠다고 말했고, 실제로 그렇게 했다. 사적인 복수심을 정쟁의 실마리로 삼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민생·인사·군정·재정 등 4대 개혁 과제를 제시했다. 천주교 문제가 거론되었을 때는 정치쟁점화하지 않도록 학문의 문제로 돌렸다. 분열의 의제를 제거하고자 노력한 것이다.
정조가 죽자 수렴청정을 맡게 된 정순왕후는 위정척사(衛正斥邪)를 명분으로 신유사옥이라는 공안정국을 일으켰다. 자신의 집안을 핍박한 사람들을 천주교도로 몰아 탄압했다. 사사로운 복수심과 노론 벽파의 권력욕이 결합한 것이다. 정순왕후와 노론 벽파 세력은 5년 후에 모두 숙청됐다. 반면 반대세력을 제거하는 빌미로 삼았던 천주교는 탄압 속에 더욱 확산되어 갔다. 사회의 분열은 더욱 심화되었다.
역사를 돌이켜 보면, 위정자들은 권력과 이익을 추구하면서 곧잘 이념으로 포장한다. 이념은 옳고 그름을 단순화시키고, 진영논리로 환원시키는 경향이 있다. 자기 진영만이 옳다는 독선이 현실을 제대로 직시하지 못하게 한다. 또한 이념은 무능·부패를 감추고, 책임을 회피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야당이라 하여 집권여당이 던진 의제에 끌려만 가서는 곤란하다. 자신이 옳다고 하여 분열적 이념투쟁의 의제에만 매몰되어서도 곤란하다. 통합과 건설의 리더십은 의제 설정에서 시작해 대안 제시와 역량 결집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동안 집권여당이 패착을 거듭함에도 불구하고 야당이 지지를 얻지 못하는 것은 대안 능력을 의심 받기 때문이다. 대안 제시는 백화점식 공약집으로 신뢰를 얻을 수 없다. 그것을 수행할 능력이 있는 사람을 미리 보여주어야 한다.
통합과 건설의 리더십은 옳은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동기가 좋아도 결과는 얼마든지 나쁠 수 있다. 정치 지도자는 옳은 게 전부가 아니다. 뜻만으로 안 되고, 밝아야 한다. 결과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 양김 시대가 세월에 밀려갔다. 이 시대를 이끌 새로운 리더십은 구축되어 있는가.
얼마 전 노벨 평화상 수상자가 눈길을 끌었다. ‘국민 대화 4자 기구’(National Dialogue Quartet)라는 튀니지의 민주화단체였다. 2010년 12월 튀니지에서 시작해 아랍에 번졌던 ‘아랍의 봄’이 튀니지처럼 성공적으로만 진행되진 않았다. 다시 군부독재가 되풀이 되거나 내전 상태에 빠져든 나라도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일반 대중과 지식인은 엇갈리곤 한다. 선구자적 희생이 계속되어도 민초들은 생업에 여념이 없는 듯하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일반 대중이 행동에 돌입하면, 훈계하거나 맹신하던 지식인들은 그 상황을 따라잡지 못하고 허둥댄다. 둑을 무너뜨린 물처럼 물길의 향방은 알 수 없다. 온갖 권력 추종자들과 군부와 외세가 기회를 노린다. 기존 권력을 붕괴시킬 수는 있어도, 새 권력을 건설하는 것은 또 다른 과제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남긴 마지막 메시지가 ‘통합’과 ‘화합’이었다고 전한다. 예사롭지 않게 들린다. 통합과 건설의 리더십에서 중요한 것은 이념투쟁을 일삼는 분열의 정치를 극복하는 것이다. 그것은 의제 설정에서 시작된다.
탕평군주 정조는 즉위한 날, 사도세자의 추숭(追崇)을 거론하는 자는 처벌하겠다고 말했고, 실제로 그렇게 했다. 사적인 복수심을 정쟁의 실마리로 삼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민생·인사·군정·재정 등 4대 개혁 과제를 제시했다. 천주교 문제가 거론되었을 때는 정치쟁점화하지 않도록 학문의 문제로 돌렸다. 분열의 의제를 제거하고자 노력한 것이다.
정조가 죽자 수렴청정을 맡게 된 정순왕후는 위정척사(衛正斥邪)를 명분으로 신유사옥이라는 공안정국을 일으켰다. 자신의 집안을 핍박한 사람들을 천주교도로 몰아 탄압했다. 사사로운 복수심과 노론 벽파의 권력욕이 결합한 것이다. 정순왕후와 노론 벽파 세력은 5년 후에 모두 숙청됐다. 반면 반대세력을 제거하는 빌미로 삼았던 천주교는 탄압 속에 더욱 확산되어 갔다. 사회의 분열은 더욱 심화되었다.
역사를 돌이켜 보면, 위정자들은 권력과 이익을 추구하면서 곧잘 이념으로 포장한다. 이념은 옳고 그름을 단순화시키고, 진영논리로 환원시키는 경향이 있다. 자기 진영만이 옳다는 독선이 현실을 제대로 직시하지 못하게 한다. 또한 이념은 무능·부패를 감추고, 책임을 회피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야당이라 하여 집권여당이 던진 의제에 끌려만 가서는 곤란하다. 자신이 옳다고 하여 분열적 이념투쟁의 의제에만 매몰되어서도 곤란하다. 통합과 건설의 리더십은 의제 설정에서 시작해 대안 제시와 역량 결집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동안 집권여당이 패착을 거듭함에도 불구하고 야당이 지지를 얻지 못하는 것은 대안 능력을 의심 받기 때문이다. 대안 제시는 백화점식 공약집으로 신뢰를 얻을 수 없다. 그것을 수행할 능력이 있는 사람을 미리 보여주어야 한다.
통합과 건설의 리더십은 옳은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동기가 좋아도 결과는 얼마든지 나쁠 수 있다. 정치 지도자는 옳은 게 전부가 아니다. 뜻만으로 안 되고, 밝아야 한다. 결과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 양김 시대가 세월에 밀려갔다. 이 시대를 이끌 새로운 리더십은 구축되어 있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