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로부터 국비 등 수십억원을 보조받아 장흥 천관산 자락에 ‘사상의학 체험랜드 조성’ 사업을 추진했던 전남도·장흥군 공무원들이 국고보조금을 부적절하게 집행한 사실이 확인돼 무더기로 수사 대상에 올랐다.

국비 24억원 등 총 72억원을 들여 완공된 사상의학 체험랜드는 날림공사로 지어진 탓에 제 구실을 못하는 애물단지로 전락했고, 사업을 담당했던 장흥군청 공무원 10여명은 민간 사업자가 국비와 군비를 반납하지 못할 경우 48억원을 물어내야 할 처지에 놓였다.

27일 장흥군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는 정부의 관광자원개발사업의 하나로 추진했던 장흥 사상의학 체험랜드의 보조 사업자인 전남도와 간접 보조사업자인 장흥군을 보조금사업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수사의뢰할 방침이다.

앞서 문화부는 장흥군으로부터 제출받은 보조금 집행 내역(자재·시설비, 인건비 등)과 현장 실사를 통해 사업 자체가 당초 목적대로 추진되기 힘든데다 보조금도 부적정하게 집행됐다고 판단, 지난 8월 장흥군에 지급된 국비 24억원을 반납하라고 통보했다.

문화부는 장흥군이 제출한 보조금 집행 명세 가운데 증빙서류를 적정하게 갖추고 목적에 맞게 사용된 금액은 사실상 ‘0원’으로 판단하고 있다. 장흥군과 전남도가 사상의학의 창시자 이제마 선생을 내세워 장흥군 천관산 자락에 조성한 사상의학 체험랜드가 엉터리 보조금 집행으로, 날림공사로 지어져 애물단지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2월 관산읍 옥당리 61번지 일원에 2만186㎡규모로 완공된 사상의학 체험랜드는 부실공사와 운영인력 부족으로 완공 20개월이 지나도록 개장조차 못하고 방치된 상태다. 약초방, 숙박시설, 찜질방 등 7개 건물은 갖췄지만, 시설이 엉망이어서 도저히 손님을 맞을 수 없는 실정인 것이다.

이 사업이 엉터리로 추진된 것은 장흥군이 국비와 군비를 지원받아 사업을 이끌어갈 민간 사업자를 허술하게 선정한데다, 보조금 집행과 관리 감독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또 사업을 추진할 민간사업자가 마땅히 없거나 사업 추진 자체가 불투명할 경우 아예 국비를 반납했어야 했다는 분석도 있다.

문화부 관계자는 “장흥군 측에서는 애초 자부담 24억원을 들여 사업을 꾸려나갈 민간 사업자가 나타나지 않아 어려움이 많았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국비를 반납하고 사업을 포기하는 게 맞다”며 “전남도는 국비 사업의 보조사업자로, 장흥군은 간접 보조사업자로 일정부분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흥군 관계자는 “우선 민간 사업자에게 국비와 군비 48억원을 반납하라고 통보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수사 결과에 따라 사업에 관여했던 공무원들이 책임을 져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형호기자 khh@kwangju.co.kr

/장흥=김용기기자·중부취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