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0주년, 나라의 흥망을 생각하다
2015년 07월 28일(화) 00:00 가가
김 태 희
다산연구소장
다산연구소장
지난 5월에 이탈리아를 다녀왔다. 로마제국과 르네상스의 유적을 보고 싶었다. 아름다운 남부 해안을 다니면서 구글 지도를 빙빙 돌려 본다. 지중해에 이탈리아 반도가 장화 모양으로 쭉 뻗은 모습. 이탈리아는 지중해의 패권을 잡기에 아주 유리한 조건을 가졌다는 느낌이 단박에 들었다. 지중해를 중심으로 한 유럽은 중국을 중심으로 한 동북아 질서와는 사뭇 다른 지정학적 원리가 작동할 것이라는 점도 분명했다.
5세기 서로마제국 멸망 후, 이탈리아는 분열을 면치 못했다. 19세기 초에야 통일이 진전되었다. 로마제국의 중심지 포로 로마노는 제국 몰락 후 흙 속에 묻혔다가 18세기 와서야 발굴되기 시작했다. 영화로웠던 모습을 보면서 나라의 영고성쇠(榮枯盛衰)를 생각했다. 로마의 선진국이었던 그리스가 요즘 겪는 곤란한 지경을 보면서 더욱 실감한다.
다음 달 8월엔 광복절과 국치일이 함께 있다. 나라의 흥망을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로마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았듯, 나라가 망하는 것도 하루아침에 결정되지 않는다. 1910년 8월 29일, 나라가 망하는 날치고는 너무 조용했다고 한다. 몇 명의 선비가 자결했을 뿐 대부분은 일상적인 생활을 했다. 기실 나라는 이미 망한 거나 다름없었다. 일본의 집요하고도 교활한 작업에 의해 국권은 여러 단계를 거쳐 하나둘 일본에 넘어간 뒤였다. 그 새 우리의 저항이 없을 리 없었지만, 하나씩 각개격파 당하고 말았다.
국치일처럼 1945년 8월 15일도 조용했던 모양이다. 광복이 도둑처럼 몰래(?) 찾아왔기 때문이다. 광복(光復)! 빛을 되찾다. 예속 상태를 벗어났다는 ‘해방’이란 말도 극적이어서 좋지만, 원래 상태를 회복한다는 ‘광복’이란 말도 필연적인 의미가 담겨 있어 좋다.
‘주역’의 복(復)괘는 박(剝)괘에 이어 나온다. 박이 다하여 복이 된다고 해석한다. ‘주역’의 원리가 그렇듯 늘 세상은 변한다. 물극필반(物極必反). 거의 모든 것을 박탈(剝奪)당한 절망적 상황에서 씨앗을 남기고 희망의 싹을 틔워 되찾는다. 광복은 참으로 절절한 말이다.
1919년 3월 1일, 조선왕조 내지 대한제국이 망한 날로부터 9년 후였다. 우리는 독립을 선포하고 이를 바탕으로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수립했다. 나라를 잃은 순간부터 광복의 꿈을 잃지 않았던 것이다. 1930년 3월 1일 즈음에는, 심훈이 ‘그날이 오면’이란 시를 쓰고 노래했다.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며는/ 삼각산(三角山)이 이러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漢江)물이 뒤집혀 룡소슴칠 그날이,/ 이 목숨이 끊지기 전(前)에 와주기만 하량이면,/ 나는 밤한울에 날르는 까마귀와 같이/ 종로(鍾路)의 인경(人磬)을 머리로 드리바더 울리오/ 두개골(頭蓋骨)은 깨어저 산산(散散) 조각이 나도/ 깃버서 죽사오매 오히려 무슨 한(恨)이 남으오리까”
삼각산이 일어나 춤을 추고, 한강물이 용솟음칠 그날, 광복의 그날이 왔다. 기쁨에 겨워 종을 치겠다는 심훈은 안타깝게도 이미 세상을 뜬 후였다. 그때부터 어언 70년. 동족상잔의 비극도 겪었지만, 빈곤을 벗어나고 인권이 신장되었으니 참으로 다행이다. 그러나 아직도 분단의 벽은 우리 사회와 사람들의 마음을 가로지르고 있다. 일본은 시간을 되돌리려 하고 있다. 어둠 속에 빛이 있듯, 빛 속에 어둠이 있다. 요즘 여러 조짐이 예사롭지 않다. 나라의 운세와 흥망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그때 나라가 왜 망했던가? 국가권력은 소수 벌열(閥閱) 가문이 장악했다. 사회적 유동성이 현저히 떨어졌다. 서울의 소수 유력 가문이 상층부를 장악한지라 그들 유력 가문에 줄을 대야만 간신히 출세할 수 있었다. 공적 권력은 사유화되고, 부패가 구조화되어 갔다. 정치권력의 독과점 속에 제대로 된 정치는 사라졌다.
근거 없는 낙관도, 실천 없는 비관도 나라를 망하게 할 것이다. 위기감 속에서 행해지는 절실한 고민과 작은 실천이 모여 나라의 운세를 바꿀 것이다. 마침내 광복 100주년이 될 무렵에는 대동강을 건너 압록강·두만강을 건너 고속열차가 대륙을 힘차게 달릴 것이다. 삼면의 해양에는 여러 나라를 다녀오는 원양 선박으로 붐빌 것이다. 잃었던 소중한 것을 다시 깨달으며, 우리 함께 어깨 겯고 앞으로 더 나아갈 때다.
다음 달 8월엔 광복절과 국치일이 함께 있다. 나라의 흥망을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로마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았듯, 나라가 망하는 것도 하루아침에 결정되지 않는다. 1910년 8월 29일, 나라가 망하는 날치고는 너무 조용했다고 한다. 몇 명의 선비가 자결했을 뿐 대부분은 일상적인 생활을 했다. 기실 나라는 이미 망한 거나 다름없었다. 일본의 집요하고도 교활한 작업에 의해 국권은 여러 단계를 거쳐 하나둘 일본에 넘어간 뒤였다. 그 새 우리의 저항이 없을 리 없었지만, 하나씩 각개격파 당하고 말았다.
1919년 3월 1일, 조선왕조 내지 대한제국이 망한 날로부터 9년 후였다. 우리는 독립을 선포하고 이를 바탕으로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수립했다. 나라를 잃은 순간부터 광복의 꿈을 잃지 않았던 것이다. 1930년 3월 1일 즈음에는, 심훈이 ‘그날이 오면’이란 시를 쓰고 노래했다.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며는/ 삼각산(三角山)이 이러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漢江)물이 뒤집혀 룡소슴칠 그날이,/ 이 목숨이 끊지기 전(前)에 와주기만 하량이면,/ 나는 밤한울에 날르는 까마귀와 같이/ 종로(鍾路)의 인경(人磬)을 머리로 드리바더 울리오/ 두개골(頭蓋骨)은 깨어저 산산(散散) 조각이 나도/ 깃버서 죽사오매 오히려 무슨 한(恨)이 남으오리까”
삼각산이 일어나 춤을 추고, 한강물이 용솟음칠 그날, 광복의 그날이 왔다. 기쁨에 겨워 종을 치겠다는 심훈은 안타깝게도 이미 세상을 뜬 후였다. 그때부터 어언 70년. 동족상잔의 비극도 겪었지만, 빈곤을 벗어나고 인권이 신장되었으니 참으로 다행이다. 그러나 아직도 분단의 벽은 우리 사회와 사람들의 마음을 가로지르고 있다. 일본은 시간을 되돌리려 하고 있다. 어둠 속에 빛이 있듯, 빛 속에 어둠이 있다. 요즘 여러 조짐이 예사롭지 않다. 나라의 운세와 흥망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그때 나라가 왜 망했던가? 국가권력은 소수 벌열(閥閱) 가문이 장악했다. 사회적 유동성이 현저히 떨어졌다. 서울의 소수 유력 가문이 상층부를 장악한지라 그들 유력 가문에 줄을 대야만 간신히 출세할 수 있었다. 공적 권력은 사유화되고, 부패가 구조화되어 갔다. 정치권력의 독과점 속에 제대로 된 정치는 사라졌다.
근거 없는 낙관도, 실천 없는 비관도 나라를 망하게 할 것이다. 위기감 속에서 행해지는 절실한 고민과 작은 실천이 모여 나라의 운세를 바꿀 것이다. 마침내 광복 100주년이 될 무렵에는 대동강을 건너 압록강·두만강을 건너 고속열차가 대륙을 힘차게 달릴 것이다. 삼면의 해양에는 여러 나라를 다녀오는 원양 선박으로 붐빌 것이다. 잃었던 소중한 것을 다시 깨달으며, 우리 함께 어깨 겯고 앞으로 더 나아갈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