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도시재생이나 마을만들기는 지역문화정책의 화두이다. 벽화마을을 조성하고, 유휴공간을 문화시설로 조성하며, 마을에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각종 생활문화 프로그램들에 대한 관심이 높다.

서구에 있어 도시재생이란 철강이나 석탄 산업과 같은 2차 산업이 발달했던 도시가 산업쇠퇴로 인해 인구가 줄고 도시가 황폐화된 상황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도시계획의 일환으로 시작되었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 스페인 빌바오의 구겐하임미술관 건립, 영국 게이츠헤드의 타인강변의 개발, 독일의 대표적 탄광지역인 에센의 졸퍼라인 지구의 문화적 개발 등등을 들 수 있다. 도시재생을 통해 쇠락했던 도시에 대규모 관광산업이 일어나고, 삶의 질이 향상됨으로 도시의 활력이 되살아나게 된 것이다.

우리의 경우, 큰 틀에서 서구와 다르진 않지만 대규모 도시 개발로 인해 구도심에 초래된 심각한 공동화 현상의 해소 방안으로 90년대부터 이러한 정책이 대두되었다.

광역도시들은 대부분 신도시 조성에 따른 급격한 인구 이동으로 원도심은 과거의 활력을 잃고 쇠락해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중소도시 역시 대도시로의 인구이전으로 도시의 기능이 위축되고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문화적 프로젝트들을 통해 원도심의 재생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원도심은 도시의 정체성과 전통문화, 그리고 도시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어 그 가치를 계승하는 일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또한 원도심의 경제적 낙후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문제도 해결해야할 과제이다.

가장 손쉽게 등장한 도시재생 프로그램은 벽화마을 조성이다. 벽화마을은 대개 경제적으로 열악한 도시 주변부지역을 재생하는 차원에서 시작되었는데 서울 이화동, 통영 동피랑, 수원 행궁동을 비롯해서 전주의 자만마을, 광주의 각화동 시화문화마을, 화순 성안마을, 순천 남제골 벽화마을 등등 전국적으로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이며, 현재도 많은 벽화들이 제작되고 있다.

이를 통해 지역의 관광 수입 증대 효과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대부분 작품의 수준이 낮고, 지역의 문화적 정체성과도 무관하며, 후속관리 미흡으로 도시의 새로운 공해가 되어 가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또 다른 재생방식은 대형 물류창고 등과 같은 도심의 유휴시설을 문화시설로 개조하여 도심을 재생하는 방식으로 서울 금천아트센터, 인천 아트플랫폼, 청주 연초제조창과 동부창고, 대구 예술발전소 등등의 사례를 들 수 있다.

이 경우 대부분 관주도형 대형프로젝트로서, 작가들의 스튜디오와 창작 발표공간을 겸하고 있어 이곳을 중심으로 예술가 등 창조계층들이 모여들게 함으로써 지역문화 활성화에 나름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에 비해 서울 문래동 철공소 지역에 조성된 문래아트벨리와 같이 작가들이 자발적으로 모여들어 예술촌을 조성함으로써 지역을 재생시킨 사례도 있다. 임대료가 비교적 저렴한 지역에 작가들의 집단 창작스튜디오가 조성된 뒤, 작품 발표 공간과 커뮤니티 센터, 카페와 음식점들이 들어서는 자생적인 예술타운을 조성해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지역을 대형 주상복합단지로 개발하는 경우도 많아 아트벨리가 존속의 위기에 직면해 있지만 이 지역을 자본논리로 무화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현재 도시재생은 가장 중요한 문화적 이슈로서 도시마다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다. 관주도적 프로그램들은 일정부분 기여도가 있지만 아직 이해가 부족하고 분명한 성공사례나 전범이 마련되고 있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가장 중요한 성공요인은 창조계층들이 자발적으로 모여들어 자신들의 창작 공간과 커뮤니티를 이룰 수 있는 자유로운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며, 지역의 정체성과 역사성을 살릴 수 있는 콘텐츠와 프로그램을 갖추는 일이다.

뿐만 아니라 도시재생으로 조성된 지역의 상업화로 인하여 창조계층들이 내몰리는 것을 원천적으로 방지할 수 있는 문화지구화도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