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지 못하는 노래, ‘임을 위한 행진곡’
2015년 05월 18일(월) 00:00 가가
강 용 주
광주트라우마센터장
광주트라우마센터장
오늘 35주기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를 수 없다고 합니다. “5월이, 기일이 돌아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행사도 안 했으면 좋겠다. 우리가 부르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왜 못 부르게 하는가. 유족이 위로가 될 만한 행사를 해야제. 이 나라는 지금까지도 똑같다.” 80년 5월, 도청을 사수하다 계엄군의 총탄에 돌아간 광주상고 1학년 문재학 군의 아버지 문건양 씨 말씀입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5월 유족들과 시민들이 80년 5월을 추모할 때마다 함께 불러온 노래입니다. 이 노래는 광주를 지키다 돌아가신 임들을 위한 행진곡이면서, 80년 5월 세상의 고립 속에서 뜨거운 연대로 폭력에 맞선 시민들이 ‘대동세상’을 기리는 노래입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한 뒤, 정부 주관 첫 기념식이 열린 2003년부터 이명박 정부 첫 해인 2008년까지 기념식에서 제창된 이유가 거기 있습니다.
그런데, 국가보훈처가 등장하면서 느닷없는 일들이 벌어졌습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이 국론을 분열시키고 통합을 저해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정작 국론을 분열시키는 세력은 누구인가요. 2013년 6월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임을 위한 행진곡’의 5·18 기념곡 지정 촉구 결의안이 의결된 점이나,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등이 기념식에서 제창을 해야한다고 주장하는 점을 고려하면 국론을 분열시키고 통합을 저해하는 것이 누구인지 자명합니다.
보훈처가 보도자료를 통해 말한 내용은 충격적입니다. “1991년 북한의 5·18 영화 ‘님을 위한 교향시’ 배경음악으로 사용됨으로 인해 노래 제목과 가사 내용인 ‘임과 새날’의 의미에 대해 논란이 야기됐다”고 한 것입니다. 보수논객 지만원 씨나 일부 종편이 ‘복면 쓴 사람이 북한 특수부대’라고 왜곡하는 등 5·18 당시 북한군 개입설을 유포하고 있는 상황에서 보훈처가 북한 운운하는 것은 어이가 없는 일입니다.
우리 사회가 이념적으로, 정치적으로 점점 더 양극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많은데, ‘임을 위한 행진곡’을 그 분열의 수단으로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듯 합니다.
5·18에 대한 공감을 바라긴 하지만, 모두가 공감하지 못하는 것도 어찌보면 불편한 진실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 사회가 만들어온 최소의 합의는, 5·18에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들조차 최소한 존중을 하거나, 혹은 명시적 반대를 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광주 시민들의 숭고한 희생이 있었기에 87년 6월 항쟁으로 민주화를 이룰 수 있었던 것, 그리고 국제사회가 대한민국을 ‘단기간에 경제성장과 민주주의의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고 부러워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5·18 민주화운동 덕분이라고 인정하는 것, 이것은 5·18에 공감하지 않는 사람들도 최소 합의해온 의미 있는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몇 년새 유행하는 조롱과 비하는 그런 최소한의 합의와 공감대 자체를 깨뜨리는 행위라고 할 만합니다.
‘새로운 금지곡’인 ‘임을 위한 행진곡’에 프랑스 국가 ‘라 마르세이유’가 겹쳐집니다. 프랑스 혁명에 참여한 마르세이유 의용군을 위해 공병 대위 루제 드 릴이 하룻 밤에 작곡한 이 노래는 혁명전선에서 널리 불리다가 1795년 프랑스의 정식 국가가 됐습니다.
나폴레옹이 황제가 된 뒤 “폭군을 쓰러뜨리자”는 가사를 이유로 ‘라 마르세이유’를 금지곡으로 만들었지만 1830년 7월 혁명 이후 다시 국가로 인정됐습니다. 프랑스의 민주주의가 후퇴해선 안 되고, 전제정치로 돌아갈 수 없다는 뜻이지요.
지난해 광주트라우마센터를 방문한 아르헨티나 EATIP의 에델만 박사는 광주항쟁 유족과 생존자들이 5·18민주화운동 기념식 때 불러왔던 ‘임을 위한 행진곡’을 국가가 허용하지 않는 것은 트라우마 치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노래는 이들의 삶을 대변하는 의미가 있다. 기념하는 노래를 막는 것은 치유를 할 수 없게 하는 것”이라며 “노래를 불러야 치유가 된다”고 강조했던 것도 그 때문이었습니다.
기념이나 추모는 희생자들이 주인공입니다. 그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기념하고 추모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입니다. 왜곡하는 것, 침묵하게 하는 것,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집단 트라우마의 피해자들에게 또다시 외상을 입게 하는 일입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누가 그 이름을 지울 수 있겠습니까? ‘라 마르세이유’처럼 지우려고 하면 더 찬란히 빛나는 그 노래,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러봅니다. 80년 5월 도청에서 자식 잃은 문건양 아버님의 고통과 아픔이 조금이라도 위로받을 수 있도록, 도청 앞 분수대에서 부르는 우리의 노래가 온 나라를 울리도록 함께 부르면 좋겠습니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동지는 간데없고 깃발만 나부껴/ 새 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 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 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 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
그런데, 국가보훈처가 등장하면서 느닷없는 일들이 벌어졌습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이 국론을 분열시키고 통합을 저해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정작 국론을 분열시키는 세력은 누구인가요. 2013년 6월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임을 위한 행진곡’의 5·18 기념곡 지정 촉구 결의안이 의결된 점이나,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등이 기념식에서 제창을 해야한다고 주장하는 점을 고려하면 국론을 분열시키고 통합을 저해하는 것이 누구인지 자명합니다.
5·18에 대한 공감을 바라긴 하지만, 모두가 공감하지 못하는 것도 어찌보면 불편한 진실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 사회가 만들어온 최소의 합의는, 5·18에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들조차 최소한 존중을 하거나, 혹은 명시적 반대를 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광주 시민들의 숭고한 희생이 있었기에 87년 6월 항쟁으로 민주화를 이룰 수 있었던 것, 그리고 국제사회가 대한민국을 ‘단기간에 경제성장과 민주주의의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고 부러워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5·18 민주화운동 덕분이라고 인정하는 것, 이것은 5·18에 공감하지 않는 사람들도 최소 합의해온 의미 있는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몇 년새 유행하는 조롱과 비하는 그런 최소한의 합의와 공감대 자체를 깨뜨리는 행위라고 할 만합니다.
‘새로운 금지곡’인 ‘임을 위한 행진곡’에 프랑스 국가 ‘라 마르세이유’가 겹쳐집니다. 프랑스 혁명에 참여한 마르세이유 의용군을 위해 공병 대위 루제 드 릴이 하룻 밤에 작곡한 이 노래는 혁명전선에서 널리 불리다가 1795년 프랑스의 정식 국가가 됐습니다.
나폴레옹이 황제가 된 뒤 “폭군을 쓰러뜨리자”는 가사를 이유로 ‘라 마르세이유’를 금지곡으로 만들었지만 1830년 7월 혁명 이후 다시 국가로 인정됐습니다. 프랑스의 민주주의가 후퇴해선 안 되고, 전제정치로 돌아갈 수 없다는 뜻이지요.
지난해 광주트라우마센터를 방문한 아르헨티나 EATIP의 에델만 박사는 광주항쟁 유족과 생존자들이 5·18민주화운동 기념식 때 불러왔던 ‘임을 위한 행진곡’을 국가가 허용하지 않는 것은 트라우마 치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노래는 이들의 삶을 대변하는 의미가 있다. 기념하는 노래를 막는 것은 치유를 할 수 없게 하는 것”이라며 “노래를 불러야 치유가 된다”고 강조했던 것도 그 때문이었습니다.
기념이나 추모는 희생자들이 주인공입니다. 그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기념하고 추모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입니다. 왜곡하는 것, 침묵하게 하는 것,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집단 트라우마의 피해자들에게 또다시 외상을 입게 하는 일입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누가 그 이름을 지울 수 있겠습니까? ‘라 마르세이유’처럼 지우려고 하면 더 찬란히 빛나는 그 노래,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러봅니다. 80년 5월 도청에서 자식 잃은 문건양 아버님의 고통과 아픔이 조금이라도 위로받을 수 있도록, 도청 앞 분수대에서 부르는 우리의 노래가 온 나라를 울리도록 함께 부르면 좋겠습니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동지는 간데없고 깃발만 나부껴/ 새 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 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 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 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