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자백과 오판, 그리고 우리사회
2015년 02월 23일(월) 00:00 가가
강 용 주
광주트라우마센터장
광주트라우마센터장
2015년 2월 ‘땅콩 회항’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조현아 부사장이 구치소에서도 ‘갑질’을 했다고 합니다. 서울 남부구치소에 2개밖에 없는 여성 전용 변호인 접견실 중 하나를 ‘시간 때우기용’으로 장시간 동안 독점해 다른 변호사들과 여성 의뢰인들에게 피해를 주었다고 하네요.
우리헌법 제 12조 4항에는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왜 갑질이라는 비판이 생기는 걸까요? 그것은 일반 사람의 경우와 다르기 때문입니다. ‘피의자 신문 시 변호인 참여’가 도입된 때는 2008년 입니다. 그 뒤로 조금씩 늘고 있다지만 대검찰청 발표에 따르면 2012년 당시 단지 0.13%에서만 검찰 조사 단계에서 변호인 참여가 이루어졌다고 합니다.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헌법상 권리로서 ‘누구든지’ 누리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 능력이 있는 0.13%만이 ‘선택적으로’ 누릴 수 있는 권리가 아닌지 의문이 듭니다.
미국 영화에는 경찰관이 범죄자를 제압한 뒤에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는 장면이 자주 나오지요. 피의자는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피의자가 진술한 내용은 피의자에게 불리하게 사용될 수 있고, 피의자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으며, 피의자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경제적 능력이 없는 경우 변호인을 제공한다는 내용입니다.
우리나라 헌법도 ‘모든 국민은 고문을 받지 아니하며,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제12조 제2항)고 진술거부권을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검찰에 송치된 형사사건 중 묵비율과 부인율은 지난 2007년에 각각 10.1%, 0.02%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반면 형사사건에서 피의자가 자백하는 비율이 한국은 90%로 영국(60%)이나 미국(45%)의 두 배 가까운 수치입니다. 여전히 ‘자백은 증거의 왕’의 자리에서 권세를 부리고 있습니다.
판사는 좀 다를까요? 1심 재판 무죄 선고율이 미국 16∼41%, 영국 20%에 비해 우리나라는 턱없이 낮아 1%가 못 된다고 합니다. 형사 절차상 피의자의 진술, 그 중에서도 자백 진술을 담은 증거물은 법정에서 피고인이 무죄를 주장하는데 현저히 불리하게 작용하게 됩니다.
최근 나온 논문도 이를 뒷받침 합니다. 우리나라 최초로 이뤄진 ‘오판에 관한 연구’로, 김상준 서울고법 부장판사의 ‘무죄 판결과 법관의 사실 인정에 관한 연구’입니다. 1995년부터 2012년까지 1심에서 유죄였다가 2심에서 무죄로 판결이 뒤집힌 강력사건 540건을 조사했는데, 그 중 170건(31.5%)에서 피고인 또는 공범의 허위 자백 때문에 나온 오판이었다고 합니다. 이 논문이 대상으로 삼은 시기는 1990년대 중반부터 2012년까지입니다.
87년 민주화 이후 10여년이 경과한 후에도 왜 허위 자백에 의한 유죄판결이 발생하게 되는 것일까? 거기에 대한 대답을 주는 책이 한 권 있습니다. ‘허위 자백과 오판’입니다. 고문과 폭력을 가하지 않아도 허위 자백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피의자의 심리를 조종하고 속이며 스트레스를 유발하기 위해 경찰이 사용하는 신문기법과 전략’을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한, 사람은 자기에게 불리하거나 자기를 파괴하는 행동을 쉽게 할 수 있다는 근원적인 성찰이 없는 한, 오늘도 조사실에서의 ‘과학적 수사’라는 이름을 빌린 허위 자백(을 얻어내기 위한 신문)은 여전히 진행되고 있을 것입니다.
지난 연말, 경찰청은 ‘피의자가 조사를 받을 때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자유롭게 보장되도록 경찰청 훈령인 범죄수사규칙을 개정하라’는 국가인권위의 권고를 거부하였습니다. 검찰은, 헌법상 권리인 ‘진술 거부권’인 묵비권을 행사하라는 조언을 했다고 민변 소속변호사의 징계를 요구합니다. 묵비권을 행사하도록 ‘강요’했다는 이유입니다.
헌법상 권리는 ‘헌법전’에만 있어야한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여전히 자백에만 의존하는 수사 관행, 피의자의 방어권과 변호인의 역할에 대한 천박하고도 적대적인 인식, ‘무죄가 선고될 때까지는 유죄’라고 보는 선입견, 이것이 우리의 형사사법 제도의 현실인 것 같아 씁쓸합니다.
저는 1980년대, ‘고무호스와 곤봉’으로 상징되는 이른바 ‘3급수사의 시대’ 당시 조사실을 직접 경험했습니다. 그 때의 몽둥이와 고문은 사라졌다 해도, 조사실의 어둠과 암흑, 수사관들의 ‘유죄심증’에 기초한 수사방식이 바뀌었다는 증거는 아직도 찾아볼 수가 없군요.
그 어둠과 암흑을 밝게 비추는 빛이 있어야만 누구에게나 공정한 형사사법제도, 헌법적 권리를 우리가 누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허위 자백과 오판’, 이 책의 진지한 일독을 권합니다.
우리헌법 제 12조 4항에는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왜 갑질이라는 비판이 생기는 걸까요? 그것은 일반 사람의 경우와 다르기 때문입니다. ‘피의자 신문 시 변호인 참여’가 도입된 때는 2008년 입니다. 그 뒤로 조금씩 늘고 있다지만 대검찰청 발표에 따르면 2012년 당시 단지 0.13%에서만 검찰 조사 단계에서 변호인 참여가 이루어졌다고 합니다.
미국 영화에는 경찰관이 범죄자를 제압한 뒤에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는 장면이 자주 나오지요. 피의자는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피의자가 진술한 내용은 피의자에게 불리하게 사용될 수 있고, 피의자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으며, 피의자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경제적 능력이 없는 경우 변호인을 제공한다는 내용입니다.
최근 나온 논문도 이를 뒷받침 합니다. 우리나라 최초로 이뤄진 ‘오판에 관한 연구’로, 김상준 서울고법 부장판사의 ‘무죄 판결과 법관의 사실 인정에 관한 연구’입니다. 1995년부터 2012년까지 1심에서 유죄였다가 2심에서 무죄로 판결이 뒤집힌 강력사건 540건을 조사했는데, 그 중 170건(31.5%)에서 피고인 또는 공범의 허위 자백 때문에 나온 오판이었다고 합니다. 이 논문이 대상으로 삼은 시기는 1990년대 중반부터 2012년까지입니다.
87년 민주화 이후 10여년이 경과한 후에도 왜 허위 자백에 의한 유죄판결이 발생하게 되는 것일까? 거기에 대한 대답을 주는 책이 한 권 있습니다. ‘허위 자백과 오판’입니다. 고문과 폭력을 가하지 않아도 허위 자백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피의자의 심리를 조종하고 속이며 스트레스를 유발하기 위해 경찰이 사용하는 신문기법과 전략’을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한, 사람은 자기에게 불리하거나 자기를 파괴하는 행동을 쉽게 할 수 있다는 근원적인 성찰이 없는 한, 오늘도 조사실에서의 ‘과학적 수사’라는 이름을 빌린 허위 자백(을 얻어내기 위한 신문)은 여전히 진행되고 있을 것입니다.
지난 연말, 경찰청은 ‘피의자가 조사를 받을 때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자유롭게 보장되도록 경찰청 훈령인 범죄수사규칙을 개정하라’는 국가인권위의 권고를 거부하였습니다. 검찰은, 헌법상 권리인 ‘진술 거부권’인 묵비권을 행사하라는 조언을 했다고 민변 소속변호사의 징계를 요구합니다. 묵비권을 행사하도록 ‘강요’했다는 이유입니다.
헌법상 권리는 ‘헌법전’에만 있어야한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여전히 자백에만 의존하는 수사 관행, 피의자의 방어권과 변호인의 역할에 대한 천박하고도 적대적인 인식, ‘무죄가 선고될 때까지는 유죄’라고 보는 선입견, 이것이 우리의 형사사법 제도의 현실인 것 같아 씁쓸합니다.
저는 1980년대, ‘고무호스와 곤봉’으로 상징되는 이른바 ‘3급수사의 시대’ 당시 조사실을 직접 경험했습니다. 그 때의 몽둥이와 고문은 사라졌다 해도, 조사실의 어둠과 암흑, 수사관들의 ‘유죄심증’에 기초한 수사방식이 바뀌었다는 증거는 아직도 찾아볼 수가 없군요.
그 어둠과 암흑을 밝게 비추는 빛이 있어야만 누구에게나 공정한 형사사법제도, 헌법적 권리를 우리가 누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허위 자백과 오판’, 이 책의 진지한 일독을 권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