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는 다 선소(船所)여. 그 강(발포항)이 그전에는 겁나게 짚었어. 나 알기로도 큰 작대기 너닷발되는 대막대기를 가지고 쇠스랑을 해서 굴을 건져서 해먹고 그랬어. 부잣집들은 들에서 술을 받어 가지고 여그 쌓아 놨다가 싣고 그랬는디. 500석이나 싣는 곱배가 들어와서 싣고 그렸어.”(고광정 ·91세·도화면 덕흥마을)

#“(배타고 고기 잡으러 나갈때) 그때(1960년대)는 그냥 바구니도 있고 조그만한 도시락 같은 그런데다 싸갖고 댕기고. 그때는 풍부하지 못한 시댕게…그때 수입은 하루 쌀 한 가마니값 벌믄 많이 벌고. 그때는 쌀 한 가마니(87㎏)에 2000원 막 이랬을 거여.”(장형수·75세·도화면 봉산마을)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지역의 역사와 문화, 주민들의 삶과 정서가 담긴 설화문학은 소중한 전통문화 유산이다. 그러나 설화의 전승기반인 공동체의 해체와 기록문화의 발전 등으로 인해 접할 기회가 줄어들며 차츰 소멸돼 가고 있다.

이러한 추세 속에서 고흥군이 최근 지역의 설화문학 연구조사서를 펴내 화제다.

◇2년동안 주민 2100명 인터뷰 발품=고흥군과 전남도립대 (최한선 교수) 조사팀이 2년여에 걸쳐 16개 읍·면 515개 마을에 사는 주민 2100여 명을 대상으로 현장 인터뷰를 통해 입에서 입으로 구전돼 내려오는 설화문학을 수집해 2만여쪽 분량의 조사서(13권·사진) ‘고흥의 미래 여기에 길이 있다’를 발간했다.

설화집에는 오래전부터 구전돼 온 전설과 민담, 마을 유래 등 구비문학적 내용은 물론 일제 만행과 징용, 제주 4·3사건과 여순사건, 한국전쟁 등 근·현대사와 정치, 문화, 생활사 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특히 주민들은 자신이 겪어온 삶을 돌아보며 기억 속에 묻혀 있던 옛 보물창고 속의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놓았다. 군은 이번 연구조사서가 시나리오 작가와 소설가들이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작품 소재들을 담고 있어 앞으로 새로운 콘텐츠 개발에 무궁무진한 가치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몽인 선생의 ‘어우야담’ 잇는 설화문학 성과=군이 설화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는 조선시대 인물 만화경이라 불리는 설화집 ‘어우야담’(於于野譚)의 작가 유몽인(1559∼1623)이 고흥 출신이기 때문이다. 이에 발맞춰 군은 유몽인 설화문학 학술대회와 정걸 장군 학술대회, 류몽인 어우야담 설화극장 20부작 제작·방송 등 설화문학의 성지로 우뚝 서기 위한 역사인물 재조명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군은 올해부터 내년말까지 2년간 ▲류몽인 어우야담 활용 문화콘텐츠(애니메이션·웹툰) 개발 ▲임진왜란에 참여한 고흥 출신 의병, 군관, 승병 등 고흥에서 재직한 충훈 공신들의 인물 재조명 사업 ▲고흥출신 대표 문인(박찬영·정운회·송석규) 문집 번역사업 등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고흥군 관계자는 “전국 지자체의 설화를 집대성한 문화콘텐츠의 원형을 구축하기 위해 전국 최초로 두원 운대리에 세워지는 ‘고흥 덤벙 분청문화관’내에 한국설화문학관을 만들 계획”이라며 “앞으로 전남지역 다른 시·군의 설화문학을 채집해 전국의 설화문학을 설화문학관에서 전시·운영하겠다”고 밝혔다.

/고흥=주각중기자 gjj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