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샤를리가 아니다
2015년 01월 26일(월) 00:00 가가
강 용 주
광주트라우마센터장
광주트라우마센터장
지난 1월 7일 수요일 오전, 프랑스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본사에 이슬람 무장괴한이 총을 난사해 많은 사람들이 죽었습니다. 테러범들은 프랑스 국적 이민 2세 청년 3명으로, ‘샤를리’가 성자 무함마드에 대한 조롱 섞인 풍자를 담은 만평으로 이슬람교를 모독했기 때문에 응징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테러를 계기로 ‘표현의 자유’에 관한 관심과 논쟁이 다양한 형태로 나타났습니다. 대표적인 게 ‘나는 샤를리다’와 ‘나는 샤를리가 아니다’라는 상반되는 구호입니다.
테러에 맞서 많은 사람들이 ‘나는 샤를리다’를 외치며 표현의 자유를 옹호합니다. 표현의 자유는 프랑스 혁명 이래 건국정신의 근간이고 중요한 가치관입니다. 150만 명이 참가한 파리 테러 희생자 추모행진에는 올랑도 프랑스 대통령과 메르켈 독일 총리, 케머런 영국 총리 등 50여개가 넘는 국가의 정상이 선두에 섰습니다.
서방세계가 표현의 자유와 민주주의라는 구호를 외치면서 파키스탄, 이란, 팔레스타인 등 이슬람권 뿐 아니라 호주에서까지 ‘반샤를리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올랑도 대통령은 프랑스 국기를 태우는 일부 이슬람 국가의 시위에 대해 “국기를 훼손하는 일은 참을 수 없다”고 말합니다. ‘샤를리’의 무함마드 누드 만평도 표현의 자유로 보장되어야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샤를리’에 대한 항의 표시로 프랑스 국기를 태우는 일은 안 된다고 하니 이중잣대란 지적을 피할 수 없습니다.
‘샤를리’는 2009년 유대인 풍자만화를 그린 모리스 시네를 해고했습니다. 압력을 받은 편집장은 ‘반유대주의’라는 이유로 사과를 요구했고, 시네는 이 요구를 거부하여 20년이나 근무한 ‘샤를리’에서 해고되고 재판을 받았습니다. ‘샤를리’는 ‘표현의 자유’라는 명분으로 이슬람을 모욕하는 만평들을 수없이 발표했지만 유대인 문제에서는 그렇진 않았던 거지요.
프랑스 정부가 최근 코미디언 디외도네 음발라가 페이스북에 올린 “나는 오늘 밤 샤를리 쿨리발리 같아요”라는 글이 증오와 분열을 부추키는 발언이라며 기소했습니다. 비슷한 이유로 기소된 사람이 50여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표현의 자유를 외치지만 ‘프랑스가 허용하는’ 표현의 자유만 인정한다는 비판이 나올 만합니다.
표현의 자유는 본질적으로 약자와 소수자의 편에 서야 합니다. 표현의 자유를 이중잣대로 적용하거나 강자의 무기로 사용하면 폭력이 될 뿐입니다. ‘거지와 부자 모두 다리 밑에서 노숙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법을 제정한다면, 그것은 평등을 가장한 불평등이고 거지에 대한 폭력입니다. 부자는 다리 밑에서 노숙할 이유가 없지만 거지는 잠잘 자리마저 빼앗길까 두렵거든요.
마찬가지로 표현의 자유는 거지와 부자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게 아니라, 거지와 부자라는 현실의 불평등을 교정하기 위해 필요한 것입니다.
‘나는 샤를리가 아니다’란 구호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렇게 외치는 사람들이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를 옹호하거나, 표현의 자유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는 건 두말 할 필요도 없겠지요. ‘나는 샤를리다’란 구호가 자칫 평화와 인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경고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신의 이름으로 테러를 자행하는 것은 최악의 일탈행위다. ‘표현의 자유’가 민주주의와 문명사회의 최고 가치인 것은 맞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에는 한계가 있다. 나의 신앙뿐 아니라 남의 신앙도 존중해야 하며, 남의 신앙을 폄하하고 조롱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나는 샤를리가 아니다’ 집회에 참가한 파리의 고등학생은 르몽드지 인터뷰에서 말했습니다. “나는 이슬람교도가 아니라서 ‘나는 샤를리다’라고 말할 수 있지만, 우리 학교의 이슬람 친구들은 ‘내가 아흐메드다’라고 말할 수 없고, 그런 상황을 모욕적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아흐메드는 테러범에게 살해된 2명의 경찰관 중 한명으로, 튀니지 출신의 무슬림이었습니다.
이 경찰관은 볼테르의 유명한 표현인 “나는 당신의 의견에 반대하지만,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당신이 탄압받는다면 당신을 위해 싸울 것이다”는 ‘표현의 자유’와 ‘관용’을 상징하는 인물로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이슬람을 믿는 파리의 고등학생은 “나는 샤를리가 아니라 아흐메드다. 자신의 신앙과 문화를 조롱할 권리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아흐메드다”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연대는 정의를 실현하는 일입니다.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편에 서서 그들과 함께 하는 것입니다. 150만 명이 모여 ‘나는 샤를리다’를 외친 자리에도 일종의 연대는 있었겠지요. 하지만 진정한 연대는 ‘나는 아흐메드다’라고 말할 수 없는 무슬림 친구를 위해 파리의 고등학생이 ‘나는 샤를리가 아니다’라고 외친, 바로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나는 샤를리다’에 포함될 수 없는 ‘샤를리 아닌 것들’과 더불어 표현의 자유를 누릴 때 세상은 비로소 평화로울 수 있지요. “평화는 전부는 아니다. 그러나 평화 없이는 아무것도 아니”(빌리 브란트)기 때문입니다.
서방세계가 표현의 자유와 민주주의라는 구호를 외치면서 파키스탄, 이란, 팔레스타인 등 이슬람권 뿐 아니라 호주에서까지 ‘반샤를리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올랑도 대통령은 프랑스 국기를 태우는 일부 이슬람 국가의 시위에 대해 “국기를 훼손하는 일은 참을 수 없다”고 말합니다. ‘샤를리’의 무함마드 누드 만평도 표현의 자유로 보장되어야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샤를리’에 대한 항의 표시로 프랑스 국기를 태우는 일은 안 된다고 하니 이중잣대란 지적을 피할 수 없습니다.
표현의 자유는 본질적으로 약자와 소수자의 편에 서야 합니다. 표현의 자유를 이중잣대로 적용하거나 강자의 무기로 사용하면 폭력이 될 뿐입니다. ‘거지와 부자 모두 다리 밑에서 노숙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법을 제정한다면, 그것은 평등을 가장한 불평등이고 거지에 대한 폭력입니다. 부자는 다리 밑에서 노숙할 이유가 없지만 거지는 잠잘 자리마저 빼앗길까 두렵거든요.
마찬가지로 표현의 자유는 거지와 부자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게 아니라, 거지와 부자라는 현실의 불평등을 교정하기 위해 필요한 것입니다.
‘나는 샤를리가 아니다’란 구호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렇게 외치는 사람들이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를 옹호하거나, 표현의 자유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는 건 두말 할 필요도 없겠지요. ‘나는 샤를리다’란 구호가 자칫 평화와 인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경고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신의 이름으로 테러를 자행하는 것은 최악의 일탈행위다. ‘표현의 자유’가 민주주의와 문명사회의 최고 가치인 것은 맞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에는 한계가 있다. 나의 신앙뿐 아니라 남의 신앙도 존중해야 하며, 남의 신앙을 폄하하고 조롱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나는 샤를리가 아니다’ 집회에 참가한 파리의 고등학생은 르몽드지 인터뷰에서 말했습니다. “나는 이슬람교도가 아니라서 ‘나는 샤를리다’라고 말할 수 있지만, 우리 학교의 이슬람 친구들은 ‘내가 아흐메드다’라고 말할 수 없고, 그런 상황을 모욕적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아흐메드는 테러범에게 살해된 2명의 경찰관 중 한명으로, 튀니지 출신의 무슬림이었습니다.
이 경찰관은 볼테르의 유명한 표현인 “나는 당신의 의견에 반대하지만,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당신이 탄압받는다면 당신을 위해 싸울 것이다”는 ‘표현의 자유’와 ‘관용’을 상징하는 인물로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이슬람을 믿는 파리의 고등학생은 “나는 샤를리가 아니라 아흐메드다. 자신의 신앙과 문화를 조롱할 권리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아흐메드다”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연대는 정의를 실현하는 일입니다.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편에 서서 그들과 함께 하는 것입니다. 150만 명이 모여 ‘나는 샤를리다’를 외친 자리에도 일종의 연대는 있었겠지요. 하지만 진정한 연대는 ‘나는 아흐메드다’라고 말할 수 없는 무슬림 친구를 위해 파리의 고등학생이 ‘나는 샤를리가 아니다’라고 외친, 바로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나는 샤를리다’에 포함될 수 없는 ‘샤를리 아닌 것들’과 더불어 표현의 자유를 누릴 때 세상은 비로소 평화로울 수 있지요. “평화는 전부는 아니다. 그러나 평화 없이는 아무것도 아니”(빌리 브란트)기 때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