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님! 가까운 곳이 잘 안보여요.” 하루에도 몇 번씩 환자에게서 듣는 말이다. 나는 이 질문에 쉽게 답을 하지 못한다. 물론 노안 때문이다. 하지만 환자에게 노안 때문이라고 하면 내가 벌써 노안이냐며 실망스러운 내색이 역력하다.

또 어떤 분은 “내 몸에 어디가 안 좋아서 노안이 온 거지”, “내 건강에 적신호가 나타나는구만”, 혹은 “이제 다 살았구만” 등등 너무나 비관적인 생각으로 힘들어하시는 경우가 진찰실 안에서 벌어지곤 한다.

아마도 이런 생각을 하시는 데에는 노안이라는 말 자체가 한 몫을 하는 것 같다. 말 그대로 노안(老眼)은 늙은 눈이라는 뜻이다. 노안이란 용어가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오래전으로, 그 당시에는 보통 노안이 시작하는 40대 후반에 어울리는 용어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최근 평균수명이 79세로 40대에 노안이라는 용어는 어쩌면 조금은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다.

노안이라는 말이 눈이 변화되는 하나의 과정을 설명하는 단어로 오랜 기간 사용되어 왔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그냥 사용되고 있을 뿐 노년의 시작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특히 건강과 관련지어 생각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일이다.

우리 눈 안에는 카메라의 렌즈에 해당하는 수정체가 있다. 수정체는 우리 눈에 들어온 빛을 망막(카메라의 필름에 해당하는 신경부위)의 한 곳에 초점을 맞추게 하는 기능을 한다. 이런 수정체가 나이가 들면서 탄력성이 떨어져 모양 변화가 잘 안 되는 것이 노안이다. 즉 먼 곳을 보다가 가까운 곳을 보게 되면 수정체가 두꺼워져야 되는데, 이러한 변화가 잘 되지 않아 가까운 곳을 보게 되면 잘 보이지 않고 조금 시간이 지난 뒤에야 보이게 된다.

노안은 나이가 들수록 더 진행돼 심해지면 가까운 곳이 전혀 보이지 않게 돼 돋보기의 도움 없이는 근거리의 모든 일을 할 수 없게 된다.

평소 안경을 계속 사용하는데 벗고 보면 가까운 곳을 잘 보는 사람들도 있다. 이 경우는 근시, 즉 망막 앞에 초점이 맺히는 굴절이상의 상태로 오목렌즈 안경을 쓰는 사람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러한 근시는 가까운 거리가 수정체의 모양 변화 없이도 자연히 보이게 되므로 나이가 들어도 노안 증상이 더 늦게 나타날 수 있다.

이에 반해 평소 전혀 안경을 사용하지 않았던 약간의 원시가 있는 분들은 눈 안으로 들어오는 빛이 망막의 뒤에 초점이 맺히는 굴절이상의 상태로 볼록렌즈로 교정하게 되며, 근시와 반대로 나이가 들면 노안의 증상이 더욱 더 빨리 그리고 심하게 나타나게 된다.

노안이 오면 가까운 곳을 볼 때 돋보기 안경을 착용하는 것이 가장 쉬운 방법이나 미용상의 문제나 오래사용하면 어지러움이 유발되므로 꺼리는 경향이 흔히 있다. 최근에는 수술적인 방법으로 대학생들 라식수술하는 것처럼 각막에 레이저를 이용해 다촛점안경 형태를 만들어 주는 노안라식수술이 있고, 각막내에 ‘레인드롭’이나 ‘카메라인레이’ 렌즈와 같은 특수 노안렌즈를 삽입해 주는 수술, 노안과 백내장이 함께 있는 경우 노안 교정 인공수정체를 삽입하는 수술방법 등 다양한 노안수술방법이 안전하게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모든 경우에서 다 좋은 결과를 보이는 것은 아니어서 본인에게 좋은 방법이 될지는 안과전문의와 상의해 보는 것이 좋다. 사람은 누구나 나이 들어 늙어지지만 조금이라도 더 젊게 살고 싶은 것은 어느 누구만의 바람은 아닌 듯하다. ‘노안’이라는 말을 듣는다면 이제는 ‘눈이 늙어간다’는 의미가 아니라 ‘눈건강에 더 신경써야 된다’는 뜻으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