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 선거를 둘러싼 갈등이 형사고발에 이어 행정심판 청구로까지 이어지면서 평화롭던 보성군의 한 마을이 쑥대밭이 됐다.

전남도는 30일 행정심판위원회를 열어 이 안건을 다룰 예정이지만, 어떤 결론이 내려지더라도 갈라진 공동체 회복에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보성군 문덕면사무소와 주민들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비극의 시작은 지난 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46세대 100여명의 주민들이 거주하는 보성군 문덕면 한 마을에서 이장 임기를 놓고 격론이 벌어진 끝에 선거가 치러졌다. 당시 이장이었던 A(56)씨는 임기 3년을, 신임 이장에 출마한 C(53)씨는 관례를 이유로 2년을 주장했다. C씨의 주장이 받아들여져 투표를 시작했지만, A씨를 지지한 주민들은 퇴장해버렸다. C씨는 이 선거에서 당선돼 신임 이장 자격을 얻었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이장 임명권을 갖고 있는 당시 면장이 선거절차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C씨의 임명을 미룬 것이다. C씨는 정당한 주민총회라며 임명해줄 것을 주장했으나 면장은 이장선거를 재공고했고, 지난 7월 재선거가 열리면서 문제는 더 복잡해졌다. C씨는 재선거가 원천무효라며 참여를 거부, A씨의 부인 B(53)씨가 단독 출마해 당선된 것이다.

C씨는 이렇게 되자 A씨를 공금 횡령, 폭력 등으로 형사고발하고, A씨 부부는 맞고소를 해놓은 상태다. 또 C씨는 전남도에 보성군 문덕면사무소를 상대로 ‘이장임명 무효확인 및 이행청구’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마을은 서로 편이 갈려 대화조차 주저하는 분위기가 장기간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분쟁의 배경에는 오랜 기간 한 마을에서 집성촌을 이루고 살아온 성씨인 A씨와 15년 전 귀농해 정착한 C씨로 대표되는 공동체 구성원 간 갈등이 내재돼 있다는 분석도 있다. 또 분쟁 초기에 면사무소가 적절한 중재를 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C씨는 “마을에서 떨어진 곳에 살고 있는데 A씨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주민들이 나서달라고 해 이장에 출마했다”며 “면사무소측이 이장선거 결과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이 같은 분쟁이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A씨의 부인이자 현 이장인 B씨는 이에 대해 “지난 2월 선거는 주민들이 제대로 참여하지 않은 것이라 무효”라며 “재선거에 불참해놓고 이제와서 분란을 일으키고 있다”고 반박했다.

전남도 관계자는 “행정심판위원회가 생긴 이후 첫 사례일 정도로 이례적인 안건”이라며 “청구인이 승소하면 법적 효력을 인정받을 수는 있지만 이장선거를 둘러싼 갈등이 해소될 지는 미지수”라고 우려했다.

/윤현석기자chadol@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