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폭력과 ‘루시퍼 이펙트’
2014년 09월 01일(월) 00:00 가가
강 용 주
광주트라우마센터장
광주트라우마센터장
지금 우리 군대는 영화 ‘악마를 보았다’를 보는 듯합니다. 28사단 포병부대 의무대의 윤일병은 3월 초 전입 후 “어눌하다”, “인상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선임병들에게 폭언, 구타를 당한 끝에 사망했습니다.
군 당국은 가해자인 이 병장이 분노 조절을 못해서 사소한 행동에도 화를 잘 낸다는 둥, 그의 아버지가 조폭이라는 둥 개인 문제로 돌리려 했습니다. 하지만 이 병장을 비롯한 가해자들 모두 입대 당시 복무적합도 검사는 ‘양호’였습니다. 전체 현역 군인의 20%에 이르는 이른바 ‘관심 사병’이 아니었다는 뜻이지요.
평범한 우리의 ‘이 병장’은 어떻게 가혹행위를 일삼는 악한 군인으로 돌변했을까요? 또 다른 ‘이 병장’들이 별 죄의식 없이 가혹행위에 동참한 까닭은 무엇일까요?
군대 내 가혹 행위와 자살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총기사건에 자살이 이어집니다. ‘참으면 윤 일병, 터지면 임 병장’입니다. 죽든지 죽이든지, 우리 청춘들이 무너져 내립니다.
‘윤일병’과 ‘임병장’을 보면서 짐바르도 교수의 ‘루시퍼 이펙트’가 생각났습니다. 책의 부제는 ‘무엇이 선량한 사람을 악하게 만드는가?’입니다. 1971년 8월14일, 그는 스탠포드 대학에 감옥을 만들어 놓고 대학생 자원자 24명을 반으로 나눠 교도관과 수감자 역할을 맡겼습니다.
이들은 몸과 마음에 장애가 없고, 범죄나 약물 남용 이력이 없는 남자였습니다. 모두 미국과 캐나다 중산층 출신의 좋은 교육을 받은 대학생들이었습니다. 교도관과 수감자는 제비뽑기로 나눴습니다.
실험이 시작되자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집니다. 교도관 역할을 맡은 학생들은 실험인 줄 알면서도 수감자들에게 가학적 행동을 하기 시작합니다. 점호 시간이면 온갖 가혹행위로 수감자들을 괴롭혔으며 반항의 기미를 보이면 독방에 감금하거나 성적인 모욕을 가합니다.
동료 교도관들의 묵인과 방조 속에서 교도관들은 잔인해졌고 수감자는 비굴해졌습니다. 실험에 교도관으로 참여한 사람은 ‘맡은 역할을 수행했을 뿐’이라며 자신들의 폭력을 합리화했고, 어느덧 반성할 줄 모르는 기계로 변해 버렸습니다.
실험은 원래 2주로 예정되었으나 수감자 역할을 하던 학생들에게 신경 쇠약 증세가 나타나는 등 상황이 악화되자 6일 만에 중단됩니다. 참가자들의 폭력성과 야만성이 위험수위를 넘어선 탓입니다. 짐바르도 교수는 이 감옥 실험으로 우리 주변의 선량한 인간이 악마가 될 수 있음을 입증했습니다.
짐바르도 교수의 실험은 33년 뒤 이라크에서 실제상황으로 재연됩니다. 2004년 이라크 아부그라이브 포로수용소에서 미군들이 이라크군 포로를 학대하는 사진에 전 세계가 분노합니다. 하지만 그 야만적 행위의 중심 인물인 프레드릭 하사는 지극히 정상적인 가정에서 자랐고 2주일에 한 번씩은 꼬박꼬박 침례 교회에 나갔으며, 스스로를 도덕적이고 영적인 사람이라 생각했습니다.
심리학자들은 모범적으로 업무를 수행했던 그가 아부그라이브 포로수용소에서 아무런 죄의식 없이 학대행위를 저지를 만한 정신병 성향의 증거를 전혀 찾을 수 없었습니다.
하느님의 사랑을 받던 천사 루시퍼는 천국에서 쫓겨난 뒤 악마로 변하지요. 프레드릭은 왜 악마로 돌변했을까요? 우리의 젊은이들을 ‘참으면 윤 일병, 터지면 임 병장’으로 만든 것은 과연 무엇일까요?
짐바르도 교수는 성한 사과를 썩게 만드는 ‘썩은 상자’에 주목했습니다. ‘감옥’과 ‘군대’라는 환경 자체가 ‘썩은 상자’였습니다. 위험하고 열악한 근무환경, 상관의 리더십 부재, 폭력문화를 재생산하는 내부 시스템이 문제입니다.
인간의 성격은 찰흙과 같아서 긍정적인 면이든 부정적인 면이든 상황에 따라 결정됩니다. 나쁜 시스템이나 나쁜 상황 하에서는 누구나 나쁜 행동을 할 수 있습니다.
이 병장은 ‘쫄따구’ 때 부당한 폭력을 당했다고 합니다. 고참이 된 뒤 내무반 문화를 바꾸면 좋았을 텐데, 그는 오히려 옛 폭력문화를 이용했습니다. ‘때려서라도 군기를 잡으라’는 의무대 하사의 묵인 아래 모든 병사들은 폭력의 구조에 갇혔습니다.
다행히 짐바르도 교수는 대안을 제시합니다. 잘못된 상황과 시스템에 저항하는 사람들 역시 평범한 사람들입니다. 이런 소수의 사람을 굳이 희생양으로 만들지 않고 그들의 행동을 고무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합니다. 싱싱한 사과를 가지려면 먼저 ‘썩은 상자’를 바꿔야 합니다.
군 당국은 가해자인 이 병장이 분노 조절을 못해서 사소한 행동에도 화를 잘 낸다는 둥, 그의 아버지가 조폭이라는 둥 개인 문제로 돌리려 했습니다. 하지만 이 병장을 비롯한 가해자들 모두 입대 당시 복무적합도 검사는 ‘양호’였습니다. 전체 현역 군인의 20%에 이르는 이른바 ‘관심 사병’이 아니었다는 뜻이지요.
군대 내 가혹 행위와 자살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총기사건에 자살이 이어집니다. ‘참으면 윤 일병, 터지면 임 병장’입니다. 죽든지 죽이든지, 우리 청춘들이 무너져 내립니다.
‘윤일병’과 ‘임병장’을 보면서 짐바르도 교수의 ‘루시퍼 이펙트’가 생각났습니다. 책의 부제는 ‘무엇이 선량한 사람을 악하게 만드는가?’입니다. 1971년 8월14일, 그는 스탠포드 대학에 감옥을 만들어 놓고 대학생 자원자 24명을 반으로 나눠 교도관과 수감자 역할을 맡겼습니다.
동료 교도관들의 묵인과 방조 속에서 교도관들은 잔인해졌고 수감자는 비굴해졌습니다. 실험에 교도관으로 참여한 사람은 ‘맡은 역할을 수행했을 뿐’이라며 자신들의 폭력을 합리화했고, 어느덧 반성할 줄 모르는 기계로 변해 버렸습니다.
실험은 원래 2주로 예정되었으나 수감자 역할을 하던 학생들에게 신경 쇠약 증세가 나타나는 등 상황이 악화되자 6일 만에 중단됩니다. 참가자들의 폭력성과 야만성이 위험수위를 넘어선 탓입니다. 짐바르도 교수는 이 감옥 실험으로 우리 주변의 선량한 인간이 악마가 될 수 있음을 입증했습니다.
짐바르도 교수의 실험은 33년 뒤 이라크에서 실제상황으로 재연됩니다. 2004년 이라크 아부그라이브 포로수용소에서 미군들이 이라크군 포로를 학대하는 사진에 전 세계가 분노합니다. 하지만 그 야만적 행위의 중심 인물인 프레드릭 하사는 지극히 정상적인 가정에서 자랐고 2주일에 한 번씩은 꼬박꼬박 침례 교회에 나갔으며, 스스로를 도덕적이고 영적인 사람이라 생각했습니다.
심리학자들은 모범적으로 업무를 수행했던 그가 아부그라이브 포로수용소에서 아무런 죄의식 없이 학대행위를 저지를 만한 정신병 성향의 증거를 전혀 찾을 수 없었습니다.
하느님의 사랑을 받던 천사 루시퍼는 천국에서 쫓겨난 뒤 악마로 변하지요. 프레드릭은 왜 악마로 돌변했을까요? 우리의 젊은이들을 ‘참으면 윤 일병, 터지면 임 병장’으로 만든 것은 과연 무엇일까요?
짐바르도 교수는 성한 사과를 썩게 만드는 ‘썩은 상자’에 주목했습니다. ‘감옥’과 ‘군대’라는 환경 자체가 ‘썩은 상자’였습니다. 위험하고 열악한 근무환경, 상관의 리더십 부재, 폭력문화를 재생산하는 내부 시스템이 문제입니다.
인간의 성격은 찰흙과 같아서 긍정적인 면이든 부정적인 면이든 상황에 따라 결정됩니다. 나쁜 시스템이나 나쁜 상황 하에서는 누구나 나쁜 행동을 할 수 있습니다.
이 병장은 ‘쫄따구’ 때 부당한 폭력을 당했다고 합니다. 고참이 된 뒤 내무반 문화를 바꾸면 좋았을 텐데, 그는 오히려 옛 폭력문화를 이용했습니다. ‘때려서라도 군기를 잡으라’는 의무대 하사의 묵인 아래 모든 병사들은 폭력의 구조에 갇혔습니다.
다행히 짐바르도 교수는 대안을 제시합니다. 잘못된 상황과 시스템에 저항하는 사람들 역시 평범한 사람들입니다. 이런 소수의 사람을 굳이 희생양으로 만들지 않고 그들의 행동을 고무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합니다. 싱싱한 사과를 가지려면 먼저 ‘썩은 상자’를 바꿔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