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부(62) 보성군수가 처음 고향에서 군수에 도전한다고 했을 때 의아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재선의 서울시의회 의원과 최연소 서울시의회 의장을 역임한 정치 이력을 감안할 때 자그마한 농촌의 기초단체장 도전이 쉽게 납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보성군 복내면 출신인 이 군수는 광주상고를 졸업한 후 상경해 국회 3급 비서관으로 정치와 인연을 맺었다. 하지만 본격적인 인연은 전두환 정권 시절 서울 잠실 롯데월드 유리창의 햇빛 반사로 인근 아파트의 화단이 녹아내리는 민원을 해결한 것이 계기가 됐다.

주민들의 요구로 빛 반사 피해대책위원장을 맡아 10억원의 보상을 받아낸 것이 1995년 첫 서울시의원 당선의 밑거름이 됐다. 이 사건은 공작물 설치하자 책임의 선례를 남긴 국내 첫 사례로, 요즘엔 일반화된 일조권 개념의 시초가 됐다. 이어 잠실 저밀도아파트인 시영아파트 5개 단지 2만1250세대의 재건축 문제도 해결해 여당의 텃밭인 강남에서 야당후보로 재선을 했다.

그는 두 번째 도전 당시 떨어졌다는 선관위의 개표 방송을 듣고 현장에 달려가 봉인 직전 재검표를 요구한 끝에 7표 차로 결과를 뒤집은 에피소드도 소개했다.한국문인협회 회원이기도 한 이 군수는 지방선거 출마 전 행글라이더 비행기로 보성 상공을 4바퀴나 날았다. 득량만 갈대밭과 여자만 갯벌체험의 가치 등 새로 발견한 고향의 자원들을 ‘고향에 뜨는 달’이란 책에 담았다. 이 군수는 책에 담은 고향 발전의 비전을 실천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서울에서 화려한 경력을 쌓았는데 고향 군수를 선택한 이유는.

▲가난한 농부의 장남으로 태어나 어려운 학창시절을 보냈다. 어른이 돼 성공하면 고향에 돌아와 어머니를 모시고 살고 싶었다. 서울시 의정에서 얻은 소신과 경험은 앞으로 군정을 이끌어 나가는 데 많은 도움이 되리라 확신한다. 나의 모든 경험과 능력을 군민 행복시대를 위해 바치겠다.

-새정치민주연합 경선에 참여했다 탈당해 무소속으로, 3선에 도전하는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를 꺾어 화제가 됐다. 승리의 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군민들의 강한 변화에 대한 의지와 고향사랑에 대한 나의 뜨거운 열정과 비전이 고스란히 군민들에게 전달된 결과라고 생각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군민들의 꿈과 희망을 보았다. 뜨거운 지지와 성원을 보내주신 군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군민의 열망을 가슴깊이 새기고 올바른 군정으로 뜨거운 성원과 지지에 보답하겠다.

-민선 6기의 비전과 군정 운영방향은.

▲민선 6기의 비전은 ‘군민과 함께 만드는 행복한 보성’이다. 군민의 삶의 현장에 찾아가 의견을 듣고 소통하는 동시에 현장행정·책임행정을 펼쳐 나가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또한 풍요로운 생명농업, 희망나눔 맞춤복지, 생동하는 역사문화, 감동교육 인재양성, 군민중심 소통행정에 중점을 두고 군을 이끌어 나가면서 모든 군민이 행복한 군민행복시대를 열어가겠다.

-민선 6기 아젠다를 ‘생태문화’로 설정했다. 생태문화를 강조하는 이유는.

▲자연이 건강해야 사람도 건강하게 살 수 있고 보성의 생태가 우수해야 보성경제도 튼튼하게 성장할 수 있다. 우리 군은 산, 바다, 호수가 어우러져 생태환경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다. 주암호 주변의 수려한 자연경관과 초록의 융단처럼 펼쳐진 차밭, 일림산·초암산의 자연철쭉 군락지, 편백향 가득한 제암산 자연휴양림 등은 천혜의 자원이다.

특히 벌교 여자만의 갯벌은 국내 최초로 세계 람사르협약 보전습지로 등록된 소중한 자원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우리 지역이 갖고 있는 자연생태를 새로운 성장의 기회로 삼아 마을기업과 일자리를 만드는 등 자연과 사람이 함께하는 세계적인 생태의 보고, 문화 보성군을 만들어 가겠다.

-지역을 3개 권역으로 나눠 테마별로 개발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는데.

▲보성을 지역 특성에 맞게 3대 권역 3가지 테마로 묶어 균형적인 지역발전을 이끌어 내겠다. 복내·문덕·율어·노동·미력·겸백을 ‘힐링벨트’로, 보성·회천·웅치를 ‘역사문화벨트’로, 벌교·조성·득량을 ‘남해안 관광벨트’로 재편성하고 역사, 문화가 흐르는 보성을 만들어 나가겠다.

보성강 주변에 가로수 식재 등 캠핑장 조성, 열선루·군량미 길 등 충무공 이순신 장군 유적복원과 여자만 생태공원 및 태백산맥 테마파크 조성, 율포∼조성간 해안도로를 연인의 길로 만드는 등 군 자원을 재편성, 차별화해 찾아오는 보성으로 만들어 나가겠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 유적 복원이 눈에 띈다.

▲이순신 장군은 보성이 깊은 인연을 가지고 있다. 임진왜란 당시 보성의 조양창(보성군 조성면 조성리 유천리 고내마을)에서 많은 군량을 확보해 울돌목 앞바다에서 왜적을 크게 무찔렀다. 정유재란 때도 보성에서 군량과 군기, 수군, 배 등을 갖추고 전쟁에 나가 승리했다.

보성은 이순신 장군의 처가가 있는 고장이기도 하다. 전쟁을 승리로 이끌도록 도와준 곳, 사랑하는 아내가 나고 자란 곳이며 인간 이순신의 고뇌와 열정, 회한이 배인 고장으로서 장군이 처가를 찾을 때마다 들렀을 보성 관아와 열선루를 지키던 팽나무를 지금은 볼 수가 없다.

국난극복의 토대가 된 전략적 요충지를 복원해서 문화적 가치를 창출하고 역사적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관광명소로 보성을 널리 알릴 계획이다.

-태백산맥 문화벨트 조성으로 ‘여자만 르네상스 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유독 문화와 역사 공약이 많다.

▲조정래 작가와 대하소설 ‘태백산맥’의 주무대가 벌교인 점은 정말로 큰 보성군의 자산이다. 이곳을 태백산맥 문화벨트로 편성하고, 여자만 생태공원과 태백산맥 테마파크를 조성해 교육형 가족 체험교실 및 주말 체험생태학교를 운영하면서 남해안 관광벨트와 연계해 순천·고흥·장흥 등 인근 지자체와도 서로 윈-윈 하는 방안을 모색하겠다.

-군내버스 무료 요금제와 택시 준공영제 실시를 약속했다. 열악한 재정 상황을 감안하면 포퓰리즘 정책 아닌가.

▲우리 군은 전체인구 중 농·어업 종사자가 53%를 차지하는 전형적인 농촌지역으로 대중교통 여건이 취약하다. 군내버스 무료 요금제와 택시 준공영제는 취약한 교통여건을 개선해 군민들에게 교통복지를 누릴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군내버스 이용이 군민 한 명당 한 달에 10회를 넘지 않기 때문에 버스요금을 무료로 전환하다고 해도 많은 예산이 들지 않을 것이다.

택시 준공영제는 택시를 119와 같은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할 계획으로 각 면마다 1∼2대의 택시를 배정해 군민들이 좀 더 나은 교통복지를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

-보성녹차가 농약파동과 커피문화 확산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최근 판매가 살아나고 있다는 얘기도 있지만 미미한 것 같은데 지리적표시 제1호인 보성녹차의 명성을 되살릴 복안은 없나.

▲우리 군은 군수품질 인증제를 꾸준히 실시하고 있으며, 5년 연속 유럽(EU), 미국(USDA), 일본(JAS)의 국제 유기인증을 획득해 보성녹차의 명성과 브랜드 가치 제고에 힘쓰고 있다.

특히 현재 20여 개인 보성녹차 브랜드를 하나로 통합해 세계시장에 보성의 차가 홍보되고, 국민들에게도 신뢰받고 각광받는 상품으로 만들겠다. 제2회 세계명차 품평대회를 개최하는 등 보성 차의 세계화·명품화에도 앞장서겠다.



*이용부 보성군수 프로필

▲1952년 보성 출생 ▲서울시립대 행정학박사 ▲서울특별시의회 의장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 의장 ▲남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장필수기자 bungy@

/보성=김용백기자 kyb@

/벌교=김윤성기자 kim0686@

/사진=나명주기자 mj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