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하소설 ‘태백산맥’(작가 조정래)의 주 무대인 보성군 벌교읍 일원이 문학도시로 탈바꿈하고 있다.

보성군은 소설 ‘태백산맥’이라는 문학적인 관광자원을 활용해 지난 2008년 11월 벌교읍 소재지에 ‘태백산맥 문학관’을 개관한 데 이어 2009년에는 ‘태백산맥 문학거리’를 조성했다.

이어 2012년과 2013년에는 소설에 등장하는 ‘보성여관’과 ‘벌교 금융조합’(현 벌교 농민상담소) 건물을 차례로 복원해 개관했다. 올해 들어서도 ‘이야기가 있는 문화생태 탐방로’ 조성사업을 벌여 도보여행객들을 위한 안내표지판과 함께 주무대지 건물에 해설 안내판을 설치했다.

또한 ‘태백산맥 문학거리’내 일부 건물 외벽을 1940∼1950년대 분위기로 리모델링했으며, 지난 12일에는 문학거리의 시작점에 태백산맥 문학공원 기념 조형물(가로 23m·높이 3m)을 세웠다.

◇‘태백산맥 문학관’ 5년간 40만명 찾아=벌교는 1930년대 광주 송정과 순천을 연결하는 경전선이 개통되면서 전남 동부권의 교통요지로 주목받았고, 일제시대 당시에 곡물방출의 전진기지 역할을 했다. 광주, 목포, 여수와 더불어 ‘호남의 4대 상업도시’로 발달했던 것도 바로 이런 교통의 요충지였기 때문이다.

벌교읍에는 현 부잣집을 비롯해 김범우 집, 보성여관, 술도가, 금융조합 등과 같이 일제시대에 지어진 건물들이 여럿 남아 있다. 이는 ‘태백산맥’에 등장하는 건물들이기도 하다. 소설 속의 주인공인 김범우의 전통적인 옛집과 왜색이 물씬 풍겨지는 현 부잣집도 있다.

벌교천을 가로 지르는 부용교(일명 ‘소화다리’)는 소설에서 좌·우익 간에 사형을 집행하던 장소로 묘사돼 있다. 또한 벌교포구 바로 위쪽의 경전선 철교는 소설 속의 인물 염상구가 담력시합을 했던 것으로 유명한 곳이다.

1935년에 지어진 일본식 2층 목조건물인 보성여관은 소설에서 토벌대장 임만수와 대원들의 숙소였던 남도여관으로 소개됐고, 금융조합은 1919년에 금융 시설로 지은 2층의 붉은색 벽돌 건물로 지난 2005년 등록문화재 제226호로 지정된 바 있다.

개관 5주년을 맞은 ‘태백산맥 문학관’은 지난해 11월 기준 총 40만여 명이 찾았다. 지난해 한해에만 6만 명이 찾았고 올해 상반기에도 3만1000여명이 방문할 정도로 탐방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태백산맥 테마파크 조성사업 추진=보성군은 소설 ‘태백산맥’과 관련된 또 하나의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군은 올 하반기에 사업비 9억원을 투입해 ‘벌교 삼매경 관광활성화 프로젝트’사업을 추진한다. 문학거리에 근·현대식 외벽과 간판을 설치하고 관광자원을 연계시켜 더욱 특색있는 근·현대식 거리로 조성하는 것이다. 이 사업이 완료되면 서울 인사동 거리와는 색다른 문학거리가 탄생할 것으로 기대된다.

군은 내년도에 벌교읍 일원에 지역문화의 정체성과 역사성을 반영한 ‘태백산맥 테마파크’ 조성사업을 벌일 계획이다. 벌교지역에 산재돼 있는 소설 무대의 체계적인 정비를 통해 도시 전체가 문학이라는 테마로 연결된 문학도시를 조성하자는 취지이다. 예상 사업비는 국비 50억원·군비 50억원 등 총100억원 규모로, 국비지원을 건의할 예정이다.

보성군 관계자는 “보성군은 녹차밭 뿐만 아니라 ‘서편제’ 보성소리라는 독창적인 판소리 계보도 있고, 소설 ‘태백산맥’이라는 문학적인 관광자원이 풍부한 곳”이라며 “지역민의 생활공간 개선을 통해 소설 ‘태백산맥’이 현실화된 도시를 창조해 문학기행 루트의 허브 관광자원을 구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벌교=김윤성기자 kim06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