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윤영의 집과 사람] 위험한 건축; 패스트 하우징
2014년 03월 14일(금) 00:00 가가
얼마 전 가슴 아픈 소식이 있었다. 갑자기 내린 눈에 건물이 무너져 신입생 수련회에 참석 중이던 부산 외국어대 학생들이 사망한 것이다. 참변이 일어난 데는 갑작스런 폭설에 미처 대비하지 못한 이유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샌드위치 패널로 급히 지어진 건물 자체에도 문제가 있었다.
식빵 사이에 햄과 치즈를 끼워 먹는 샌드위치가 바쁜 시간에 급히 한끼를 해결하는 수단이듯, 두 장의 철판 사이에 스치로폼이라는 단열재를 끼워 만든 샌드위치 패널 역시 빠른 시간 안에 급히 건물을 짓기 위한 자재로 쓰인다.
흔히 의식주라 일컫는 옷과 밥과 집은 서로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매우 긴밀하게 맞물려 있다. 몇 년 전부터 패스트푸드의 위험성이 크게 제기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체인점을 가진 맥도널드 햄버거는 매장에 전문 요리사를 두지 않는다.
음식은 매장의 주방이 아닌 공장에서 반조리 상태로 가공되어 배달되기 때문에 매장에서는 굽고 데우는 등의 간단한 조리만 하면 되고, 그래서 고임금의 전문 요리사 대신 저임금의 시급(時給) 노동자만 있으면 된다. 자동차의 대중화 시대를 열었던 포드 자동차의 컨베이어 벨트 시스템에서 착안하여 음식 역시 조리가 아닌 조립의 공정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패스트푸드의 특징이다.
빠른 시간 안에 저렴한 가격으로 한 끼를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건강을 해치고 또한 설거지비용을 줄이기 위해 사용되는 일회용품들은 환경을 악화시켜 정크푸드의 대명사라 불린다.
한편 옷에도 패스트패션이 있다. 예전에는 옷값이 비싸 한 벌을 장만하면 몇 년을 두고 아껴 입었다. 그런데 요즘은 자라, 유니클로 등을 비롯한 다국적 기업이 진출하면서 옷값이 저렴해졌는데, 이러한 기업은 의류산업계의 맥도널드와 유사하다.
본사에서는 디자인만 담당하고 실제 제작은 제3세계의 값싼 노동력에 의존하는데, 박리다매를 위해 빠르게 변하는 유행을 따른다. 그래서 한 계절만 입고 버리는 옷 내지는 기분에 따라 서너 번만 입고 버리는 옷이 되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인터넷 쇼핑몰을 통한 의류구매도 활발하다. 사진에 나온 옷만 보고 주문했다가 제품을 받아보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반송이 귀찮아 그냥 버리는 경우도 있다. 더구나 이런 옷들은 천연소재가 아닌 값싼 합성섬유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몸에도 좋지 않고 잘 썩지도 않아서 지구 환경을 크게 오염시킨다.
또한 패스트푸드와 패스트패션만큼이나 심각한 위험성을 안고 있는 것이 패스트하우징이다. 빠른 시간 안에 짓는 집이라는 의미의 패스트하우징은 철제 프레임에 내화 단열재를 사용하여 만든다. 주택의 80% 정도를 공장에서 만들어 현장에서는 조립만 하는 형식이다.
공장 생산 자체가 나쁘다기보다 공기 단축과 단가 절약을 위해 값싼 재료로 만들어진다는 데 문제가 있다. 사실 이러한 건물은 예전에도 있었다. 컨테이너 하우스라 하여 공사현장의 임시 숙소로 쓰이거나 대형 행사장이나 전시장 등 임시적인 용도로 일부 쓰이던 건물이다. 그런데 요즘에는 패스트하우징을 아예 주택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현재 주택 보급률 100%를 초과 달성한 상황에서 새로운 주택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아파트 일색의 획일적인 주거문화에 염증을 느껴 마당이 딸린 단독주택이나 전원주택을 꿈꾸기도 하고, 직장과 학교 때문에 도시를 떠나기 어려운 사람들은 대도시 인근에 소형 주말주택을 짓는 것을 희망하기도 한다.
그런데 막상 집을 지으려면 엄두가 나지 않기 때문에 공장에서 미리 만들어놓은 것을 구매하는 형식의 조립식 주택을 선호하기도 한다. 방, 주방, 욕실 등 미리 만들어진 모듈을 사다가 레고블럭을 조립하듯 현장에서 조립을 하거나 소형 주택인 경우에는 아예 통째로 만들어 트럭으로 운반하여 설치하기도 한다.
일견 쉽고 간단하게 작은 주택 한 채를 마련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여기에는 패스트하우징이라는 또 다른 얼굴이 숨겨져 있다. 패스트푸드와 패스트패션이 건강과 환경을 해치듯 패스트하우징 역시 위험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패스트푸드에 대한 위험성만이 제시될 뿐 패스트하우징에 대해서는 별다른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있는데, 아직은 집값이 비싼 한국의 현실을 반영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건축 칼럼니스트>
식빵 사이에 햄과 치즈를 끼워 먹는 샌드위치가 바쁜 시간에 급히 한끼를 해결하는 수단이듯, 두 장의 철판 사이에 스치로폼이라는 단열재를 끼워 만든 샌드위치 패널 역시 빠른 시간 안에 급히 건물을 짓기 위한 자재로 쓰인다.
음식은 매장의 주방이 아닌 공장에서 반조리 상태로 가공되어 배달되기 때문에 매장에서는 굽고 데우는 등의 간단한 조리만 하면 되고, 그래서 고임금의 전문 요리사 대신 저임금의 시급(時給) 노동자만 있으면 된다. 자동차의 대중화 시대를 열었던 포드 자동차의 컨베이어 벨트 시스템에서 착안하여 음식 역시 조리가 아닌 조립의 공정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패스트푸드의 특징이다.
한편 옷에도 패스트패션이 있다. 예전에는 옷값이 비싸 한 벌을 장만하면 몇 년을 두고 아껴 입었다. 그런데 요즘은 자라, 유니클로 등을 비롯한 다국적 기업이 진출하면서 옷값이 저렴해졌는데, 이러한 기업은 의류산업계의 맥도널드와 유사하다.
최근에는 인터넷 쇼핑몰을 통한 의류구매도 활발하다. 사진에 나온 옷만 보고 주문했다가 제품을 받아보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반송이 귀찮아 그냥 버리는 경우도 있다. 더구나 이런 옷들은 천연소재가 아닌 값싼 합성섬유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몸에도 좋지 않고 잘 썩지도 않아서 지구 환경을 크게 오염시킨다.
또한 패스트푸드와 패스트패션만큼이나 심각한 위험성을 안고 있는 것이 패스트하우징이다. 빠른 시간 안에 짓는 집이라는 의미의 패스트하우징은 철제 프레임에 내화 단열재를 사용하여 만든다. 주택의 80% 정도를 공장에서 만들어 현장에서는 조립만 하는 형식이다.
공장 생산 자체가 나쁘다기보다 공기 단축과 단가 절약을 위해 값싼 재료로 만들어진다는 데 문제가 있다. 사실 이러한 건물은 예전에도 있었다. 컨테이너 하우스라 하여 공사현장의 임시 숙소로 쓰이거나 대형 행사장이나 전시장 등 임시적인 용도로 일부 쓰이던 건물이다. 그런데 요즘에는 패스트하우징을 아예 주택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현재 주택 보급률 100%를 초과 달성한 상황에서 새로운 주택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아파트 일색의 획일적인 주거문화에 염증을 느껴 마당이 딸린 단독주택이나 전원주택을 꿈꾸기도 하고, 직장과 학교 때문에 도시를 떠나기 어려운 사람들은 대도시 인근에 소형 주말주택을 짓는 것을 희망하기도 한다.
그런데 막상 집을 지으려면 엄두가 나지 않기 때문에 공장에서 미리 만들어놓은 것을 구매하는 형식의 조립식 주택을 선호하기도 한다. 방, 주방, 욕실 등 미리 만들어진 모듈을 사다가 레고블럭을 조립하듯 현장에서 조립을 하거나 소형 주택인 경우에는 아예 통째로 만들어 트럭으로 운반하여 설치하기도 한다.
일견 쉽고 간단하게 작은 주택 한 채를 마련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여기에는 패스트하우징이라는 또 다른 얼굴이 숨겨져 있다. 패스트푸드와 패스트패션이 건강과 환경을 해치듯 패스트하우징 역시 위험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패스트푸드에 대한 위험성만이 제시될 뿐 패스트하우징에 대해서는 별다른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있는데, 아직은 집값이 비싼 한국의 현실을 반영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건축 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