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1월30일 오후 4시, 2번의 실패와 10번의 연기 끝에 나로호(KSLV-1)가 ‘하늘 문’을 활짝 열고 화려하게 우주로 비상했다. 성공의 순간, 서로 부둥켜안고 흐느꼈다. 감격의 도가니였다.

감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나로우주센터는 더 원대한 목표에 도전했다. 오롯이 우리 기술로 만든 ‘한국형발사체(KSLV-2)’를 2020년 쏘아올린다는 계획이다. 1.5t짜리 실용위성을 지상 600∼800㎞에 실어올릴 수 있는 3단 우주로켓을 개발하는 것이다. 별도로 당초 2025년 예정했던 달 탐사선 발사를 5년 앞당기는 우주계획도 세웠다. 나로호 성공이 가져온 청사진이다.

‘하늘 문’이 열린 지 1년이 지난 23일, 나로우주센터는 분주했다. 곳곳에 덤프트럭·펌프카·포크레인·대형크레인이 작업 중이다. 발사체 사업의 기본인프라인 추진기관 시험시설을 짓는 공사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은 내년까지 단계적으로 시험설비 10개를 구축할 계획이다. 발사체 개발 예산 1조9572억원 중 약 22%인 4321억원이 이 곳에 투입한다.

시험설비 10개 중 6개가 나로우주센터에 건설된다.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내는 게 터보펌프 시험장이다. 터보펌프는 로켓의 액체연료를 고압으로 뿜어주는 장치다. 현재 공정률 90%로, 이르면 4월부터 시험에 들어간다.

연소기 시험장도 위용을 드러냈다. 높이 32m·폭 25m 규모의 콘크리트 시설물로 벽 두께가 1m다. 시설물 아래에 약 3000t 가량의 철근과 콘크리트가 들어가 있다. 1초당 250㎏의 연료가 연소될 때 생기는 엄청난 화염과 진동을 감당하기 위해서다. 오는 5월부터 약 200회가량 연소시험을 하게 된다.

건축공정을 책임지고 있는 김민현 건설관리실장은 “엄청난 굉음과 화염이 분출되는 연소기시험이 이 곳에서 펼쳐질 것”이라며 “수백번의 시험이 진행되는 동안 국립공원이 훼손되거나 어민 피해가 없도록 친환경공법으로 시험설비를 구축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한영민 발사체개발사업단 추진시험평가팀장은 “그동안 발사체를 못 만들었던 이유는 시험설비 인프라가 없었기 때문”이라며 “실제 발사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문제점을 실시간 시험해볼 수 있어 발사체 개발 사업은 한층 속도를 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발사장에 서자 1년 전 나로호의 감격이 살아났다. 마침 눕혀져 있던 나로호 발사대(거치대)가 수직으로 세워졌다. 3개월에 1번 하는 시스템 정기 점검이란다.

이 발사대는 추진력 170t의 나로호 전용이다. 300t인 한국형발사체에는 적용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약 1000억 원을 들여 바로 옆에 새로운 발사대를 만들 계획이다. 제2발사대다. 이미 기본설계에 들어갔고, 2016년 공사를 시작한다.

현재 개발 중인 한국형발사체는 3단 로켓이다. 맨 아래 1단에 추진력 75t엔진 4개, 2단에 75t엔진 1개, 3단에 7t엔진 1개가 장착된다.

2020년 발사에 앞서 2017년 미니 시험 발사를 시도한다. 75t엔진을 테스트하기 위한 것이다. 이때는 3단이 아니라 2단짜리를 쏜다. 1단에는 75t엔진을, 2단에는 7t엔진을 붙인다. 2019년엔 3단 로켓을 시험 발사한다. 그리고 진짜 3단 로켓은 2020년 발사한다. 이게 성공하면 달탐사선을 실어 쏠 계획이다.

이철형 나로우주센터장은 “모든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2019년 말에 3단 로켓의 첫 시험 발사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나로우주센터=박정욱기자 jw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