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국가로 가는 첫걸음 - 5·18 생존자 재활의 권리
2014년 01월 27일(월) 00:00 가가
강 용 주
광주트라우마센터장
광주트라우마센터장
지난해 12월, 광주 트라우마센터는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국가폭력·고문생존자 재활과 국가의 의무에 관한 국제심포지움’을 열었다. 유엔 고문방지위원회 노라 스베아스 위원과 조지 투구시 위원, 유럽의 고문생존자재활센터 네트워크 엘리제 비텐바인더 의장, 미국 고문피해자센터 누신 사르카라티 변호사, 이영문 국립공주병원장, 숙명여대 정경수 교수가 주제발표를 했다. 법무부와 국가인권위원회, 대한변호사협회, 5·18 광주민주화운동 생존자 및 제주 4·3사건 생존자, ‘진실의 힘’ 고문조작간첩 생존자가 토론에 참여했다.
유엔이 1987년 ‘고문방지협약’을 채택한 이후, 국제사회는 ‘고문 없는 세상’이라는 인류의 위대한 꿈을 실현하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해 왔다. 이 협약 14조는 ‘당사국은 국내법 체계 내에서 고문으로 인한 피해자가 구제를 받고, 가능한 한 완전한 재활수단을 포함하여 공정하고 적절한 배상을 받을 수 있는 실효적인 권리를 보장한다’고 규정했다.
유엔 고문방지위원회는 2012년 11월, 고문생존자 재활에 관한 국가의 의무를 특별히 강조하여 14조에 대한 ‘일반논평 3’을 채택했다. 국가가 피해자를 구제할 때 원상회복·금전적 보상·재활·진실에 대한 권리 및 재발방지 보장 등 다섯 가지 원칙을 명시한 것이다.
아울러 피해자 중심의 접근방식을 채택했다. 구제절차에서 피해자 개인의 요구를 중심에 두며, 구제과정에서 피해자가 효과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적절한 회복 수준을 결정하기 위해 피해자들 및 피해자 대리 단체와 상의하며, 이 모든 과정에서 피해자의 재트라우마를 방지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2013년 4월 ‘유엔총회 결의문’을 채택, 고문생존자의 재활을 위한 ‘국가의 책임’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협약 14조 및 ‘일반논평 3’에 따른 국가의 의무를 수행하기 위해 “고문생존자 치료를 위한 재활센터를 설립·운영·유지해야 한다”고 밝힌 것이다. 피해자에 초점을 두고, 피해자의 구제 및 신체적·정신적 재활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뜻이다.
‘일반논평 3’과 ‘유엔총회 결의문’을 토대로 국제사회에서는 ‘생존자 재활의 권리’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됐다. 2013년 4월 고문생존자재활센터 유럽네트워크는 ‘고문생존자 재활에 관한 국가의 책임’이라는 주제로 스웨덴 국회에서 국제회의를 열고 완전한 재활 수단을 제공할 국가의 의무에 관해 발표했다.
6월 26일 ‘유엔 고문피해자 지원의 날’을 맞이하여 국제고문피해자재활협회(IRCT)는 레바논에서 ‘고문피해자를 위한 재활의 권리’ 국제 심포지엄을 열었고, 9월에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고문피해자 재활센터들도 인도에서 ‘아시아의 현실’을 주제로 회의를 개최했다.
광주 트라우마센터가 국회에서 ‘국가폭력·고문생존자 재활과 국가의 의무에 관한 국제심포지움’을 연 것은 이런 국제적 흐름에 발맞춘 것이다. 우리나라는 일제 강점, 분단과 전쟁, 군부독재를 겪으며 30만 명 가량의 국가폭력 피해자가 생겼고, 이들 대다수가 극심한 심리적 고통을 겪어 왔다.
이들에 대한 구제·재활에 대한 논의는 아직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으며, 피해자의 심리 치료나 재활에 관한 논의도 부족한 현실이다. 이 심포지움은 뒤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뜻깊은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이 자리에서는 고문, 의문사, 민간인 학살, 반인권적 공권력 행사 등 국가폭력의 피해자와 그 가족들이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존엄을 되찾기 위한 재활은 국가가 책임져야 할 의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아울러, 한국정부가 국제사회의 요청에 부응하기 위해 국가폭력이나 고문생존자의 치유·재활을 위한 상설적인 전문치유기관을 만들 것을 촉구했다.
이제 국가가 나서야 할 때다. 이번 심포지움을 계기로 국제사회에서 가장 중요하게 논의되고 있는 고문피해자의 규정, 그 피해자들에 대한 구제의 범위 등에 대해 한국사회에서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졌으면 한다. 국가폭력·고문 생존자 구제 및 재활의 권리를 인식하고, 그 의무를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
5·18을 비롯한 국가폭력 생존자의 재활의 권리는 경제 성장과 민주화를 함께 성취한 우리나라가 국제적 위상에 걸맞은 인권국가로 나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그 일에 광주트라우마센터가 함께할 것이다.
유엔 고문방지위원회는 2012년 11월, 고문생존자 재활에 관한 국가의 의무를 특별히 강조하여 14조에 대한 ‘일반논평 3’을 채택했다. 국가가 피해자를 구제할 때 원상회복·금전적 보상·재활·진실에 대한 권리 및 재발방지 보장 등 다섯 가지 원칙을 명시한 것이다.
‘일반논평 3’과 ‘유엔총회 결의문’을 토대로 국제사회에서는 ‘생존자 재활의 권리’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됐다. 2013년 4월 고문생존자재활센터 유럽네트워크는 ‘고문생존자 재활에 관한 국가의 책임’이라는 주제로 스웨덴 국회에서 국제회의를 열고 완전한 재활 수단을 제공할 국가의 의무에 관해 발표했다.
6월 26일 ‘유엔 고문피해자 지원의 날’을 맞이하여 국제고문피해자재활협회(IRCT)는 레바논에서 ‘고문피해자를 위한 재활의 권리’ 국제 심포지엄을 열었고, 9월에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고문피해자 재활센터들도 인도에서 ‘아시아의 현실’을 주제로 회의를 개최했다.
광주 트라우마센터가 국회에서 ‘국가폭력·고문생존자 재활과 국가의 의무에 관한 국제심포지움’을 연 것은 이런 국제적 흐름에 발맞춘 것이다. 우리나라는 일제 강점, 분단과 전쟁, 군부독재를 겪으며 30만 명 가량의 국가폭력 피해자가 생겼고, 이들 대다수가 극심한 심리적 고통을 겪어 왔다.
이들에 대한 구제·재활에 대한 논의는 아직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으며, 피해자의 심리 치료나 재활에 관한 논의도 부족한 현실이다. 이 심포지움은 뒤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뜻깊은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이 자리에서는 고문, 의문사, 민간인 학살, 반인권적 공권력 행사 등 국가폭력의 피해자와 그 가족들이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존엄을 되찾기 위한 재활은 국가가 책임져야 할 의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아울러, 한국정부가 국제사회의 요청에 부응하기 위해 국가폭력이나 고문생존자의 치유·재활을 위한 상설적인 전문치유기관을 만들 것을 촉구했다.
이제 국가가 나서야 할 때다. 이번 심포지움을 계기로 국제사회에서 가장 중요하게 논의되고 있는 고문피해자의 규정, 그 피해자들에 대한 구제의 범위 등에 대해 한국사회에서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졌으면 한다. 국가폭력·고문 생존자 구제 및 재활의 권리를 인식하고, 그 의무를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
5·18을 비롯한 국가폭력 생존자의 재활의 권리는 경제 성장과 민주화를 함께 성취한 우리나라가 국제적 위상에 걸맞은 인권국가로 나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그 일에 광주트라우마센터가 함께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