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환의 세상읽기] 이대로라면 파티는 결코 끝나지 않는다
2013년 11월 29일(금) 00:00 가가
사람들은 공기업을 ‘신(神)의 직장’이라고 말한다. 부채는 많아도 임금은 높고, 과오에 대해 엔간해서는 책임을 묻지 않는다. 어떤 곳은 신규채용에 특혜를 주어 고용세습이 이루어진다. 복지후생 혜택은 세인의 상상을 초월한다. 이런 지경이니 사람이 아니라 신의 직장이라고 해도 과히 틀린 말이 아니다.
정부는 이런 공기업에 대해 손을 볼모양이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공기업의 방만 경영과 부채 문제를 집중 관리하겠다고 공언했다. 부채가 많고 복지가 지나치다는 비판을 받는 20개 공공기관장을 불러 “공공기관 파티는 끝났다”고 으름장도 놓았다.
정부의 공기업 관리는 일차로 임금과 복지를 살펴보는데 집중될 모양이다. 현 부총리는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서라도 반드시 공기업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특단의 조치가 무엇일까? 현 부총리의 말에 답이 들어있다. 그는 과거 5년간 부채 증가를 주도한 토지주택공사, 한전, 수자원공사 등 12개 기관에 대해 올해 말까지 부채 규모와 발생 원인 등을 공개하게 하고, 내년 상반기에 부채를 발생 원인에 따라 분석해 표시하는 부분회계제도를 도입해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고 했다. 주요 12개 기업 대상으로 사업조정과 자산매각, 원가절감, 수익창출 극대화 등을 위해서도 강도 높은 자구노력을 펴게 하겠다고 했다. 자구노력 이행 실적 등 부채관리 노력에 대한 경영평가 비중을 대폭 확대하고, 이 부분이 미진하면 다른 분야의 평가가 우수하더라도 경영평가 성과급을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현오석 부총리는 공기업을 집중 관리하겠다는 말 한 마디로 정말 오랜만에 언론의 각광을 받았다. 그러나 공기업의 방만 경영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반신반의(半信半疑)하는 사람이 많다. 공기업의 경영부실이나 과잉복지의 원인이 되고 있는 본질적인 문제에 관한 한 현오석 팀이 등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공기업이 빚더미에 얹혀 있는데도 돈을 흥청망청 쓰는 적폐의 주된 원인으로 공기업의 낙하산 인사를 든다. 전문성도 없는 정치권 인사가 낙하산을 타고 내려와 사장이나 감사를 맡아, 속된 말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방식으로 돈을 푸는 바람에 공기업이 예외 없이 빚더미에 앉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지적에 공감했는지 박근혜 대통령도 후보 시절에 공기업 낙하산 인사의 관행을 근절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공약은 그야말로 빌 공(空) 자 공약이 될 공산이 크다. 이미 많은 공기업에 정치권 인사가 낙하산을 타고 내려가 사장이나 이사, 또는 감사 감투를 썼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국회에서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을 하며, 이명박 정부에서 집권 초기에 공기업 사장의 76%가 낙하산 인사였는데 박근혜 정부 들어 더 심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이라면 기가 찰 노릇이다.
낙하산 인사는 마무리된 것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이다. 신문에 따르면 여러 공기업이 정치권 인사를 사장이나 임원 또는 감사로 맞이할 태세다. 경기도 화성갑 재보선에서 서청원 후보에게 새누리당 후보를 내준 김성회 전 의원이 지역난방공사 사장에 내정되었다고 한다. 김학송 새누리당 전 의원도 한국도로공사 사장을 맡을 모양이다. 이분은 경남 김해에서 3선을 지낸 친박 중진으로 지난해 총선 때 ‘친박 배제’ 여론에 밀려 공천에서 탈락했지만 대선 때 박근혜 캠프의 유세지원단 단장을 맡아 공신 반열에 올랐다.
박근혜 정부에서 낙하산 인사가 도를 넘고 있는데도, 여권에서는 대놓고 정부에 낙하산 인사를 받으라는 압력을 넣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새누리당 정우택 최고위원은 지난 20일, 현오석 부총리를 향해 “공공기관 임원 선임 시 원외 당원협의회 위원장을 배려해 달라”며 노골적으로 인사 청탁을 했다는 것이다. 공개적으로 압력을 넣고 있다면 물밑으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지 알만 하다.
현오석 부총리는 공기업의 파티는 끝났다고 공언했다. 천만의 말씀이다. 전문성이나 경력을 가리지도 않고 정치권 인사를 임원이나 감사에 앉히는 낙하산 인사가 지속되고 있는데 공기업의 파티가 끝났다니 무슨 잠꼬대인가? 원인 요인을 근절하지 않고 어떤 방법으로 공기업 파티를 멈추게 하겠다는 것인가? 낙하산 인사를 근절하겠다는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 되면 공기업(公企業)이 결국 공기업(空企業)이 되고 마는 것은 아닌지 두렵다.
〈고려대 명예교수〉
정부는 이런 공기업에 대해 손을 볼모양이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공기업의 방만 경영과 부채 문제를 집중 관리하겠다고 공언했다. 부채가 많고 복지가 지나치다는 비판을 받는 20개 공공기관장을 불러 “공공기관 파티는 끝났다”고 으름장도 놓았다.
그러나 공약은 그야말로 빌 공(空) 자 공약이 될 공산이 크다. 이미 많은 공기업에 정치권 인사가 낙하산을 타고 내려가 사장이나 이사, 또는 감사 감투를 썼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국회에서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을 하며, 이명박 정부에서 집권 초기에 공기업 사장의 76%가 낙하산 인사였는데 박근혜 정부 들어 더 심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이라면 기가 찰 노릇이다.
낙하산 인사는 마무리된 것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이다. 신문에 따르면 여러 공기업이 정치권 인사를 사장이나 임원 또는 감사로 맞이할 태세다. 경기도 화성갑 재보선에서 서청원 후보에게 새누리당 후보를 내준 김성회 전 의원이 지역난방공사 사장에 내정되었다고 한다. 김학송 새누리당 전 의원도 한국도로공사 사장을 맡을 모양이다. 이분은 경남 김해에서 3선을 지낸 친박 중진으로 지난해 총선 때 ‘친박 배제’ 여론에 밀려 공천에서 탈락했지만 대선 때 박근혜 캠프의 유세지원단 단장을 맡아 공신 반열에 올랐다.
박근혜 정부에서 낙하산 인사가 도를 넘고 있는데도, 여권에서는 대놓고 정부에 낙하산 인사를 받으라는 압력을 넣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새누리당 정우택 최고위원은 지난 20일, 현오석 부총리를 향해 “공공기관 임원 선임 시 원외 당원협의회 위원장을 배려해 달라”며 노골적으로 인사 청탁을 했다는 것이다. 공개적으로 압력을 넣고 있다면 물밑으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지 알만 하다.
현오석 부총리는 공기업의 파티는 끝났다고 공언했다. 천만의 말씀이다. 전문성이나 경력을 가리지도 않고 정치권 인사를 임원이나 감사에 앉히는 낙하산 인사가 지속되고 있는데 공기업의 파티가 끝났다니 무슨 잠꼬대인가? 원인 요인을 근절하지 않고 어떤 방법으로 공기업 파티를 멈추게 하겠다는 것인가? 낙하산 인사를 근절하겠다는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 되면 공기업(公企業)이 결국 공기업(空企業)이 되고 마는 것은 아닌지 두렵다.
〈고려대 명예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