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가고시마현 다네가시마 마니마타네초 나카베 마을은 다네가시마 우주센터에서 1㎞ 남짓 떨어져 있다. 우주센터 건설 당시 예상됐던 일자리 창출, 관광객 유입 효과 등 ‘시너지 효과’는 주민 기대에 못 미쳤다. ‘섬’이라는 지리적 한계에 관광객을 끌어들일만한 편의 시설도 충분하게 조성되지 못했고 기업들은 센터 주변이 아닌, 타 지역에서 관련 장비를 만들어 공급했다. 당연히 우주센터가 있는 섬을 중심으로 한 주변 지역의 우주 산업 관련 활성화는 이뤄지지 못했다. 우주센터는 ‘발사’ 전용 기지로만 남았다. 1969년 우주센터가 지어진 뒤 40년이 넘었지만 마을에 ‘생기’는 돌지 않고 있다.

나로우주센터가 위치한 고흥은 어떨까. 고흥은 나로우주센터를 중심으로 ‘우주 클러스터’ 조성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열악한 재정 및 기업들의 무관심, 정부의 육성 의지 미흡 등으로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형편이다. 정부는 기업들의 관심을 끌만한 지원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자치단체의 적극적 참여마저 없다면 일본 다네가시마의 사례를 답습할 지 모른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고흥군도 추상적인 밑그림이 아닌, 고흥이 갖고 있는 지역성과 미래 우주산업 발전을 이끌 핵심 컨텐츠 발굴을 통한 청사진을 갖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얘기다.

◇ 고흥 우주 클러스터=고흥군은 나로우주센터를 중심으로 지역 발전과 우주 산업을 연계한 ‘고흥 우주클러스터’ 계획을 추진중이다. 나로우주센터를 중심으로 연구·제작·발사가 한 곳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 ‘집적화’시설을 만들자는 게 골자다.

나로우주센터(2980억), 우주항공센터(260억), 우주과학관·청소년우주체험센터 등 교육문화시설(967억원) 등 우주기반시설이 갖춰져 있는 상태다.

고흥군은 여기에 항공우주 연구·시험 시설을 집적화하겠다는 계획을 구상해놓고 있다. 항공기 비행시험이 이뤄지는 국가비행종합시험센터, 관측장치와 송신기를 탑재한 과학 로켓 발사를 위한 과학로켓개발센터, 우주비행체 시험 센터, 우주항공 연관 산업단지 등 14개나 된다.

이러한 청사진을 실현해 국내 ‘우주’ 도시로 발돋움하겠다는 게 고흥의 구상이다.

박병종 고흥군수는 “일본도 2003년 3곳의 우주 기관이 JAXA로 통합되면서 기술 발전에 속도가 붙었고, 프랑스는 프랑스국립우주연구소(CNES)의 본부인 파리에서 우주센터가 있는 톨루즈로 1500여명의 인력이 유입되면서 지역균형발전을 이끌어 냈다” 면서 “클러스터 조성은 물류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어 우주산업 상업화에도 적지 않은 도움을 줄 것”이라 말했다.

◇ 정부 지원, 국민 관심 절실=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열악한 재정 형편 탓에 고흥군이 자체적으로 추진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정부의 적극적 지원이 절실하다는 얘기다.

정부는 나로우주센터 2단계 확장 공사가 끝나는 2016년이면 75t급 액체엔진 연소시험 등 발사체와 관련된 주요 시험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부는 또 한국형발사체(KSLV-Ⅱ)의 개발 시기를 오는 2019년으로 앞당기는 것을 목표로 한국형발사체, 위성개발 등 우주기술 개발을 위해 3220억원의 예산을 내년에 집중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계획대로 이뤄질 지 불확실한데다, 그나마 우주산업 인프라 확충에 투자하는 비용도 많지 않다. 언제 활성화될 지 모르는 일에, 정부의 우주 산업 개발 의지도 확신할 수 없는 탓에 관련 기업들이 무작정 투자할 리 만무하다.

이 때문에 정부가 관련 기업들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적인 육성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국내 우주산업이 궤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2020년 3000억원 규모의 우주 시장(항우연 추정)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는 점에서 고흥도 국내 비행시험에 적합한 지리적 요건, 저렴한 입지 여건 등을 관련 기업들에게 적극 홍보하는 등 투자 유치에 힘을 쏟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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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렬기자 halo@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