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청년실업과 전쟁 중이다. 국제노동기구(ILO) 추산(2013년 4월)에 따르면 지구촌 실업자는 2억 명을 약간 상회하는데, 그 가운데 청년층(15∼24세)이 7340만 명(36.4%)이다. 청년 실업률(12.6%)은 전체 실업률(6.0%)의 2배 이상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실업자가 청년층에 집중되어 있는 편이다.

최근 세계적인 종교지도자가 청년실업을 ‘심각한 범죄’라고 지칭하고 해결을 강조한 것처럼, 청년실업은 사회에 장기적으로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2012년)도 청년층(15세∼24세)의 실업률이 9.0%로 전체 실업률(3.2%)과 비교하여 3배 가까이 높다. 우리나라의 청년 실업률이 높은 편이기는 하나, 유럽 연합(2012년)의 청년실업률(22.6%)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안심해도 될 수준처럼 보인다.

유럽의 국가별 실업률을 보면 그리스(54.2%), 스페인(52.4%), 이태리(34.4%)가 매우 높고, 프랑스(22.9%)와 영국(21.3%)도 높은 편이다. 특히 과도한 국가채무 등으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나라의 청년실업률이 매우 높아, 경제위기가 노동시장 진입을 앞둔 청년층에게 가장 먼저 상처(scar)를 주는 것 같아 안타깝다.

그런데 이 와중에도 오스트리아(8.7%), 독일(8.2%), 스위스(6.1%)와 같이 우리나라 청년층 실업률과 유사하거나 오히려 상당히 낮은 실업률을 보이는 국가가 있다. 유럽에서는 보통 실업자로 등록된 자에게 상당한 경제적인 혜택을 주고 있으며, 입사시험 준비자 등과 같이 숨겨진 청년실업자가 거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낮은 실업률이다.

세 나라의 청년실업률이 낮은 것은 국가의 산업 경쟁력이 높고, 학교에서 노동시장으로 이행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최근 스위스에서 대학 진학 비중이 높아지고 있으나, 전반적으로 세 나라의 고등교육 진학률은 낮은 편에 속한다.

대학 진학을 대신해 직업교육에 대한 참여가 왕성하며, 일과 학습을 병행하는 도제제도(apprenticeship)가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직업교육을 학교와 기업이 공동으로 실시하여 학교교육단계에서 산업현장의 일을 배우니, 일자리로 이행이 원활하게 이루어진 것으로 판단된다. 기업은 훈련실시에 따른 부담을 지지만, 우수한 숙련인력을 쉽게 확보하는 더 큰 이익을 얻고 있다.

우리나라도 최근 고용노동부를 중심으로 청년층 노동시장 이행을 지원하기 위하여 일·학습 병행제도(dual system)을 도입한다고 발표하였다. 학교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던 직업교육에서 기업의 참여로 내실을 기하고 일자리로 연결을 용이하게 하려는 것이다.

간단해 보이지만 우리나라 직업교육의 근간이 바뀌고,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중요한 일보를 내딛는 것 같아 매우 든든하다.

그런데 여기에는 직업과 전문성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전제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 근로자가 일·학습 병행을 통하여 배운 직무분야에서 평생 동안 근무하여 최고의 전문가가 될 수 있는 경제사회 구조를 구축해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먼저 기업은 해당 과정을 통하여 입사한 근로자가 능력을 배양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등 은퇴까지 전문성 강화를 지원해야 한다.

근로자는 해당 직무에서 부단한 능력개발로 경쟁력을 보유한 전문가가 되어 기업과 사회에 기여하겠다는 생각을 잊지 않고, 실천해야 한다. 사회는 모든 직무분야 종사자를 그야말로 ‘귀천이 없이’ 대우해야 한다.

문제는 기업주나 근로자가 아무 일이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고정관념이다. 이것이 지속되면 일·학습 병행제도는 비용 대비 효율이 낮은 제도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이와 더불어 직업별 전문성 제고를 통해 경제 구조의 복잡성 증대와 국제 경쟁의 파고를 헤치고, 청년실업을 감소시키려는 노력도 사상누각이 될 수밖에 없다.

일·학습 병행제도가 튼튼하게 확립되고 근로자의 전문성이 보호되어, 우리나라 청년실업률이 세계에서 가장 낮은 날이 오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