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징과 법치국가
2013년 07월 29일(월) 00:00 가가
요즈음 세상은 두 명의 전직 대통령과 관련된 문제로 야단법석이다. 하나는 전두환 일가에 대한 압수수색이고, 다른 하나는 노무현의 NLL발언 공개이다. 두 대통령은 모두 광주와 특별한 인연이 있는 사람들이어서 더욱 관심이 간다.
전두환은 무고한 광주시민을 학살하고 대통령이 된 사람이고, 노무현은 광주시민의 절대적 지지를 계기로 당내 경선에서 승리한 다음 그 여세를 몰아 대통령이 된 사람이다. 이러한 인연으로 광주시민들은 최근의 사태 진전을 남다른 감회로 지켜보고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노무현은 고인이므로 여기에서는 아직 살아있는 전두환에 대해서만 언급하려고 한다.
전두환은 군인으로서 군사반란과 내란을 일으킨 뒤 광주시민의 목숨을 내건 저항을 물리치고, 대통령직을 불법적으로 탈취한 자이다. 그 과정에서 수백명의 시민과 군인이 목숨을 잃었다. 그의 집권은 영호남을 비롯한 지역간 갈등을 심화시켰고, 그 여파는 아직도 사회통합에 장애가 되고 있다.
그는 국가안보를 명분으로 내세워 군사쿠데타를 일으켰다고 했지만 정작 그는 휴전선을 지키는 군대를 서울 한복판으로 불러들여 안보위기를 초래하였다. 집권 후에는 사회를 정화한다는 명분으로 수많은 시민을 영장도 없이 체포하여 삼청교육대에 강제수용하였다.
나아가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대기업으로부터 공갈 수준의 비열한 방법으로 뇌물을 수수했다. 한마디로 법이 아닌 힘에 의한 통치로 법치국가인 대한민국의 기본질서를 훼손한 것이다.
결국 전두환은 퇴임 후 법의 심판을 받게 되었다. 법을 어겼으니 법의 심판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를 두고 정치보복을 운운하는 것은 법치국가인 대한민국의 기본원리를 무시하는 어불성설이 아닐 수 없다. 대한민국의 독점적 소추기관인 검찰은 전두환을 처음에는 불기소 처분하였다.
그러나 오래되지 않아 검찰은 다시 전두환을 재수사하여 군사반란과 내란죄의 수괴로 기소하였다. 검찰의 이러한 태도변화는 민주적 정통성을 내세워 민심을 얻으려는 당시 대통령 김영삼의 정치적 판단에 따른 것이다. 동기가 무엇이든 김영삼의 결단은 역사적으로 평가받을 만한 일이었다.
전두환은 1심에서 사형을 선고 받았지만 결국 대법원에서 무기징역과 추징금 2205억으로 감형되었다. 무고한 광주시민 200여명을 살해하고 집권한 다음 2205억 원의 뇌물을 거둬들인 전두환에 대한 대법원의 최종판결이 합당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역사적인 평가에 앞서 법리적인 비난이 가능할 것 같다.
형량은 책임에 비례해서 정해지기 마련이다. 200명이 아닌 2명을 살해해도 사형이 선고되는 우리나라 사법실무에 비추어 수백명의 양민을 살해한 사람에게 무기징역이 과연 합리적 양형인지 사법부의 양심은 고민해보아야 할 것이다.
전두환은 자신의 책임과는 전혀 비례하지 않은 가벼운 형을 선고받았지만 이마저도 사면되는 특권을 누렸다. 김영삼은 퇴임 직전 세간의 예측대로 전두환을 사면하고 말았다. 그가 검찰을 시켜 전두환을 기소하게 한 동기가 냉철한 역사의식이 아닌 정치적 동기에서 비롯된 것임을 추단케 하는 소행이 아닐 수 없다.
아무튼 당시의 무기징역에 부가해서 선고된 추징형이 이제 전두환을 발목 잡고 있다. 무기수 전두환이 실제로 복역한 기간은 수사와 재판기간을 더한 2년에 불과하였다. 그는 출소 후 자숙이나 봉사와 같은 국민적 기대에는 어긋나게 추종세력을 모아 지방과 해외로 골프투어를 다니는 호사를 누리며 살고 있다. 그 비용이 어디에서 조달되는 것인지는 몰라도 추징금의 대부분을 미납한 처지에서 할 짓은 아니라고 본다. 그것이 국민정서인 것이다.
국민들은 현직 대통령들이 그를 전직 대통령으로 예우하며 청와대로 초청하고, 수많은 정치 지망생들이 정치적 결단을 전후로 그의 사저를 방문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허탈감을 금할 수 없었다. 대한민국의 법치국가성에 대하여 회의를 가진 분들도 많았다.
그는 분명히 전직 대통령으로서 예우가 박탈된 사람이다. 이것은 전직 대통령으로서 누릴 수 있는 존경과 신뢰를 잃었다는 국민적 평가인 것이다. 이러한 그를 아직도 추종하는 세력이 있다면 그의 불법행위와 독재에서 함께 단물을 빨았던 의리 때문이라는 반증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다만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다.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다. 비록 전두환은 법치국가의 정신을 철저하게 농단했지만 그도 역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법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법치국가란 그런 것이다. 아무리 불법적인 만행을 저지른 자라고 하더라도 그에 대한 처벌은 법이 허용하는 것 이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김하중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전두환은 무고한 광주시민을 학살하고 대통령이 된 사람이고, 노무현은 광주시민의 절대적 지지를 계기로 당내 경선에서 승리한 다음 그 여세를 몰아 대통령이 된 사람이다. 이러한 인연으로 광주시민들은 최근의 사태 진전을 남다른 감회로 지켜보고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노무현은 고인이므로 여기에서는 아직 살아있는 전두환에 대해서만 언급하려고 한다.
그는 국가안보를 명분으로 내세워 군사쿠데타를 일으켰다고 했지만 정작 그는 휴전선을 지키는 군대를 서울 한복판으로 불러들여 안보위기를 초래하였다. 집권 후에는 사회를 정화한다는 명분으로 수많은 시민을 영장도 없이 체포하여 삼청교육대에 강제수용하였다.
결국 전두환은 퇴임 후 법의 심판을 받게 되었다. 법을 어겼으니 법의 심판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를 두고 정치보복을 운운하는 것은 법치국가인 대한민국의 기본원리를 무시하는 어불성설이 아닐 수 없다. 대한민국의 독점적 소추기관인 검찰은 전두환을 처음에는 불기소 처분하였다.
전두환은 1심에서 사형을 선고 받았지만 결국 대법원에서 무기징역과 추징금 2205억으로 감형되었다. 무고한 광주시민 200여명을 살해하고 집권한 다음 2205억 원의 뇌물을 거둬들인 전두환에 대한 대법원의 최종판결이 합당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역사적인 평가에 앞서 법리적인 비난이 가능할 것 같다.
형량은 책임에 비례해서 정해지기 마련이다. 200명이 아닌 2명을 살해해도 사형이 선고되는 우리나라 사법실무에 비추어 수백명의 양민을 살해한 사람에게 무기징역이 과연 합리적 양형인지 사법부의 양심은 고민해보아야 할 것이다.
전두환은 자신의 책임과는 전혀 비례하지 않은 가벼운 형을 선고받았지만 이마저도 사면되는 특권을 누렸다. 김영삼은 퇴임 직전 세간의 예측대로 전두환을 사면하고 말았다. 그가 검찰을 시켜 전두환을 기소하게 한 동기가 냉철한 역사의식이 아닌 정치적 동기에서 비롯된 것임을 추단케 하는 소행이 아닐 수 없다.
아무튼 당시의 무기징역에 부가해서 선고된 추징형이 이제 전두환을 발목 잡고 있다. 무기수 전두환이 실제로 복역한 기간은 수사와 재판기간을 더한 2년에 불과하였다. 그는 출소 후 자숙이나 봉사와 같은 국민적 기대에는 어긋나게 추종세력을 모아 지방과 해외로 골프투어를 다니는 호사를 누리며 살고 있다. 그 비용이 어디에서 조달되는 것인지는 몰라도 추징금의 대부분을 미납한 처지에서 할 짓은 아니라고 본다. 그것이 국민정서인 것이다.
국민들은 현직 대통령들이 그를 전직 대통령으로 예우하며 청와대로 초청하고, 수많은 정치 지망생들이 정치적 결단을 전후로 그의 사저를 방문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허탈감을 금할 수 없었다. 대한민국의 법치국가성에 대하여 회의를 가진 분들도 많았다.
그는 분명히 전직 대통령으로서 예우가 박탈된 사람이다. 이것은 전직 대통령으로서 누릴 수 있는 존경과 신뢰를 잃었다는 국민적 평가인 것이다. 이러한 그를 아직도 추종하는 세력이 있다면 그의 불법행위와 독재에서 함께 단물을 빨았던 의리 때문이라는 반증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다만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다.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다. 비록 전두환은 법치국가의 정신을 철저하게 농단했지만 그도 역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법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법치국가란 그런 것이다. 아무리 불법적인 만행을 저지른 자라고 하더라도 그에 대한 처벌은 법이 허용하는 것 이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김하중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