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중순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여름휴가를 화제로 삼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산을 좋아하면 등산이나 계곡에서 물놀이를 할 수 있는 산으로 휴가를 가고, 바다를 좋아하면 해수욕장에서 수영도 하고 게도 잡을 수 있는 바다로 갈 것이다. 최근 각 지역에 개통된 다양한 길을 걸으며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 관광지가 아닌 생소한 지역으로 가서 주변의 골목길이나 들길을 무작정 걷다가 오는 사람도 있다.

이처럼 여름휴가의 형태가 개인의 선호를 보여 주듯이,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을 선택하는 것에도 여러 가지 요인이 잠재되어 있다. 그래서 살고 있는 지역을 선택하는 것을 정치적인 의사표시와 유사하게 보아 ‘발로하는 투표(voting by feet)’로 설명하기도 한다. 특정 지역에 거주하는 것을 그 지역에 대한 지지로 해석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거주지 선택은 경제적인 여건, 사회적인 배경, 공공서비스, 자연조건 등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제적인 여건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일자리와 주거비이다. 사람이 많은 곳은 일자리 기회가 많아져 도시의 집중도를 높이지만, 주거비도 올라가 인구를 분산시키는 측면이 있다. 이는 수도 서울의 인구 규모가 일정수준으로 유지되는 이유를 설명해 준다. 사회적인 배경은 고향이나 졸업한 학교 소재지 등이 해당된다. 나서 자란 곳이나 연고지가 있는 곳이 거주지로 선택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공공서비스는 교육여건이나 치안상황은 물론, 문화시설이나 상업시설이 중요한 요소로 알려져 있다. 대도시일수록 치안유지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이유이다. 자연조건은 특이한 자연경관을 말하며 관광지를 중심으로 도시가 형성되는 현상을 설명한다.

지역의 발전을 위한 제도적인 장치가 지방자치제이다. 그러므로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는 견제를 통한 투명성 제고와 함께, 자기 지역의 매력도를 높이는데 지혜를 모아야 하는 ‘사명을 띠고’ 있는 셈이다. 미국의 여러 지역을 다니다 보면 아주 사소해 보이는 과거 사건을 바탕으로 관광지를 개발하는 등 지역의 매력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이 눈물겨울 지경이다. 그에 비하여 역사적인 자산을 많이 가진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는 조금 더 분발해야 할 것 같다.

이와 관련하여 필자는 광주를 중심으로 하는 ‘민주순례길’을 제안하고 싶다. 여기저기에 흩어져 개별적으로 나뉘어 있는 ‘민주화운동사적지’를 주제별로 선택하여 걸을 수 있도록 길로 연결하는 것이다. 상징하는 나무나 꽃을 정하여 주변에 심고 걷기 좋은 거리로 단장하며, 그곳의 의미를 알기 쉽게 설명하는 이정표도 세우도록 한다. 어디에서 출발하고 어디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어디를 종착지로 해야 할지, 대부분의 광주시민은 대답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는 아무도 계산하지 않았지만 우리나라가 달성한 정치적인 민주화가 엄청난 경제적인 가치를 가진 자산이라는 사실을 전제로 한다. 정치적인 민주화 없이 오늘의 경제성장이나 국가발전이 가능할 수 있었을까를 반문하면 그 대답이 분명하다. 현실적으로 구매력(PPP) 기준이나 1인당 국민총생산(GNP per capita) 기준으로 선진국 대열에 들어간 나라 가운데, 도시국가 등 특수사례를 제외하면 독재국가는 없다.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경제발전의 요체가 되는 창조경제와 독재체제를 대비하면, 민주화가 단순히 정치제도에 머무르지 않고 경제발전을 위한 전제조건임을 재확인할 수 있다.

더운 여름이나 눈 내리는 겨울에도 ‘가슴 뜨겁게 걸으며 치유받는 성지’가 되면, 사람이 모이고 일자리가 늘어나는 단계로 자연스럽게 이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광주와 전남북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일자리가 많고 살기 좋은 지역으로 거듭나, ‘발(feet)로 하는 투표’에서 지지받는 날을 기다려본다.

/박천수 한국직업능력개발원 고용능력개발연구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