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개혁과 기소편의
2013년 07월 01일(월) 00:00 가가
프랑스 혁명은 형사사법의 역사에 있어서도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다. 소위 규문주의에서 탄핵주의로의 변화가 그것이다. 규문주의 아래서는 기소권과 재판권이 하나의 국가기관에 집중되어 행사되었지만 탄핵주의 아래서는 기소권과 재판권이 분리되어 서로 다른 기관에 맡겨지게 되었다. 그렇게 함으로써 절대왕권의 필요에 따라서 자의적으로 행사되던 국가형벌권을 제한하고 국민의 인권을 보장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 형사소송도 규문주의에서 탄핵주의로 발전하는 과정을 거쳤다. ‘네 죄를 네가 알렸다’ 식의 원님재판이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소추기관과 재판기관이 분화된 서구식 재판제도로 바뀐 것이다.
우리나라의 입법자는 검찰에게 소추기관으로서의 독점적 지위를 부여함과 동시에 소추재량권마저 허용하는 기소독점주의와 기소편의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 기소 여부에 대한 우리나라 검찰의 권한은 가히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다.
절대적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고 하였다. 그래서인가? 우리나라 검찰은 창설이래 국민들로부터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있다. 검찰 스스로 많은 노력을 하고 있음에도 최근 들어서 오히려 국민들의 불신과 비난이 커지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이러한 작금의 상황은 몇몇 부도덕한 검사들의 비위사실 때문이라기보다는 검찰이 기소독점권과 기소재량권을 함께 보유하는 제도적 측면에 기인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누구든지 기소권을 독점하고 이에 더하여 기소재량권마저 가지게 된다면 스스로 이를 남용하거나 자의적으로 행사할 위험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더욱이 우리 검찰은 검사동일체라는 조직원리로 무장하여 상명하복이 체질화되어 있다.
대통령제 국가인 우리나라에서 검찰은 인사권을 가지고 있는 대통령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사정을 감안하면 검찰의 기소재량권은 정치적 압력과 청탁에 의해 좌우될 위험성도 상존한다.
실제로 검찰은 내란죄의 수괴로 사형선고를 받았던 전두환을 처음에는 불기소한 적이 있다. 최근 고강도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CJ그룹 총수에 대한 수사가 학맥으로 연결된 이명박 정부의 퇴장과 더불어 가속되고 있다는 소문이 있다. 검찰의 기소재량권 남용은 비록 권력이나 금력에 굴하여 이루어지는 것만이 아니다.
소위 전관예우라고 표현되는 봐주기 수사도 기소재량권이 남용되는 전형적 사례이다. 범죄혐의를 받고 있는 수많은 사건 중 극히 일부만을 조사하여 기소하고 나머지는 모두 불문에 부치는 식의 자의적인 사건처리방식이 수사단계에서 소위 전관으로 예우를 받는 변호사에게 사건이 몰리는 현실적 이유가 아니겠는가?
검찰은 이러한 불신과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여전히 국민들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다름아닌 검찰의 기소독점권과 기소재량권에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기소독점주의와 기소편의주의에 대한 재검토 없이 검찰개혁을 논의하는 것은 실효성이 없다고 본다. 본래 기소독점주의를 채택한다면 이에 대한 보완책으로 기소법정주의를 채택하는 것이 사리에 맞는 일이다. 왜냐하면 기소권을 독점한 기관에게 기소재량권마저 허용한다면 그 결과는 독선과 아집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대륙법계의 원조격인 독일 형사소송법은 기소법정주의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독일의 검찰은 법률의 파수꾼으로서 세상에서 가장 객관적이고 공정한 조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러한 평가의 배경에는 기소독점주의를 보완하고 있는 기소법정주의라는 제도적 장치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독일의 검찰은 원칙적으로 범죄혐의가 있으면 수사할 의무가 있고, 수사한 결과 범죄혐의가 인정되면 반드시 기소하여야 한다. 검찰조직 내외를 막론하고 압력이나 청탁이 개입할 여지를 제도적으로 봉쇄해 놓은 것이다.
물론 독일의 검찰도 우리나라의 기소유예에 해당되는 ‘절차중지’라는 처분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독일의 절차중지는 법정형이 1년 미만의 가벼운 죄에 국한되고, 미리 법원의 동의를 받아야만 한다.
우리나라의 검찰개혁은 정권 교체기마다 반복되는 자정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된다. 우리나라도 하루속히 기소법정주의를 채택하여 기소권이 검사들의 자의에 휘둘리는 상황을 제도적으로 배제해야만 한다. 물론 업무폭증이라는 기소법정주의의 단점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단점은 합리적인 예외를 허용하는 방식으로 운용의 묘를 살리면 해결된다고 본다.
/김하중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우리나라의 입법자는 검찰에게 소추기관으로서의 독점적 지위를 부여함과 동시에 소추재량권마저 허용하는 기소독점주의와 기소편의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 기소 여부에 대한 우리나라 검찰의 권한은 가히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다.
절대적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고 하였다. 그래서인가? 우리나라 검찰은 창설이래 국민들로부터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있다. 검찰 스스로 많은 노력을 하고 있음에도 최근 들어서 오히려 국민들의 불신과 비난이 커지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누구든지 기소권을 독점하고 이에 더하여 기소재량권마저 가지게 된다면 스스로 이를 남용하거나 자의적으로 행사할 위험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더욱이 우리 검찰은 검사동일체라는 조직원리로 무장하여 상명하복이 체질화되어 있다.
실제로 검찰은 내란죄의 수괴로 사형선고를 받았던 전두환을 처음에는 불기소한 적이 있다. 최근 고강도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CJ그룹 총수에 대한 수사가 학맥으로 연결된 이명박 정부의 퇴장과 더불어 가속되고 있다는 소문이 있다. 검찰의 기소재량권 남용은 비록 권력이나 금력에 굴하여 이루어지는 것만이 아니다.
소위 전관예우라고 표현되는 봐주기 수사도 기소재량권이 남용되는 전형적 사례이다. 범죄혐의를 받고 있는 수많은 사건 중 극히 일부만을 조사하여 기소하고 나머지는 모두 불문에 부치는 식의 자의적인 사건처리방식이 수사단계에서 소위 전관으로 예우를 받는 변호사에게 사건이 몰리는 현실적 이유가 아니겠는가?
검찰은 이러한 불신과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여전히 국민들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다름아닌 검찰의 기소독점권과 기소재량권에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기소독점주의와 기소편의주의에 대한 재검토 없이 검찰개혁을 논의하는 것은 실효성이 없다고 본다. 본래 기소독점주의를 채택한다면 이에 대한 보완책으로 기소법정주의를 채택하는 것이 사리에 맞는 일이다. 왜냐하면 기소권을 독점한 기관에게 기소재량권마저 허용한다면 그 결과는 독선과 아집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대륙법계의 원조격인 독일 형사소송법은 기소법정주의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독일의 검찰은 법률의 파수꾼으로서 세상에서 가장 객관적이고 공정한 조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러한 평가의 배경에는 기소독점주의를 보완하고 있는 기소법정주의라는 제도적 장치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독일의 검찰은 원칙적으로 범죄혐의가 있으면 수사할 의무가 있고, 수사한 결과 범죄혐의가 인정되면 반드시 기소하여야 한다. 검찰조직 내외를 막론하고 압력이나 청탁이 개입할 여지를 제도적으로 봉쇄해 놓은 것이다.
물론 독일의 검찰도 우리나라의 기소유예에 해당되는 ‘절차중지’라는 처분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독일의 절차중지는 법정형이 1년 미만의 가벼운 죄에 국한되고, 미리 법원의 동의를 받아야만 한다.
우리나라의 검찰개혁은 정권 교체기마다 반복되는 자정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된다. 우리나라도 하루속히 기소법정주의를 채택하여 기소권이 검사들의 자의에 휘둘리는 상황을 제도적으로 배제해야만 한다. 물론 업무폭증이라는 기소법정주의의 단점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단점은 합리적인 예외를 허용하는 방식으로 운용의 묘를 살리면 해결된다고 본다.
/김하중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