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과 청산
2013년 04월 01일(월) 00:00 가가
북한은 국제사회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제3차 핵실험을 강행하였다. 북한이 핵무기에 집착하는 오직 한 가지 이유는 정권 유지에 있다. 북한정권은 사회주의국가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어렵게 3대에 걸쳐 김일성 일가에 세습되고 있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본다면 북한은 인민공화국이 아닌 봉건전제국가라고 분류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북한의 핵실험은 나이 어린 김정은의 권력세습을 국내외에서 공인받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반응은 과거 핵실험 때와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이다. 우선 혈맹인 중국부터 북한의 외교적 의전순위를 강등할 정도로 냉담한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재선에 성공한 오바마 미국대통령도 보다 강경한 화법으로 북한의 도발에 대한 응징을 다짐하고 있다.
북한의 인권문제도 국제사회의 중대한 관심사이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지난달 21일 북한인권조사기구 설치를 골자로 하는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하였다. 1990년대 중반의 대기근으로 시작된 북한의 인권탄압은 악순환의 연속이다.
먹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북한을 이탈하는 주민들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다 보니 인간의 가장 기본적 권리인 장소이동의 자유마저 제한하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이를 위반하면 반국가범죄자로 다스려 공개처형 등과 같은 반인륜적 형벌을 부과한다.
아무리 순치된 북한 주민이라고 하여도 먹거리를 해결하지 못하는 군주를 진심으로 받들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 역사상 절대권력을 장악한 전제군주도 백성들의 먹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여 왕좌에서 축출된 선례를 찾아보기는 어렵지 않다.
이처럼 북한은 국내외적으로 정권 유지와 체제 존속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그렇지만 북한정권의 몰락을 속단하는 것은 신중하지 못한 태도이다. 1990년대 동구권 사회주의 국가들이 체제붕괴의 혼란을 겪던 시절 국제사회는 북한정권의 붕괴도 멀지 않았다고 예견하였다. 하지만 북한은 주체사상과 선군정치의 기치를 높이 세우며 고난의 행군을 강행한 결과 그 위기를 극복하고 급기야 핵무기의 완성단계에 이른 것이다.
북한은 정권 유지를 위하여 그들이 열망하던 핵무기 보유를 목전에 두고 있다. 북한헌법은 스스로 핵보유국임을 자처하고 있다. 하지만 인간의 기본적 권리를 짓밟고 세습되는 봉건왕조의 존속을 핵무기가 보장해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북한의 핵무기는 인류공동체의 재앙이 될 수 있다는 공감대가 국제사회에 확산되고 있다.
만일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북한정권이 붕괴되면 우리민족의 소원대로 대한민국은 북한지역과 북한주민을 아우르는 완전한 통일국가가 될 수 있을 것인가? 많은 사람들은 북한이 무너지면 대한민국이 이를 고스란히 흡수할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국제법과 국제정치의 역학구도에 과문한 탓이다.
독일이 통일을 이루기 위해서 제2차 세계대전의 4대 전승국이었던 미, 영, 프, 소의 승인을 전제로 하였듯이 대한민국도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를 완전히 지배하는 통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중국과 미국 같은 한국전쟁 참가국들의 협조 없이는 불가하다.
남북한 주민들은 단일민족임에도 불구하고 60년 이상을 체형이 달라질 정도로 이질적인 환경과 문화 속에서 생활하여 왔다. 이러한 남북한 주민들을 통합시키기 위해서는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을 것이다. 그 중에서도 제일 급선무는 북한정권이 저지른 과거의 불법행위를 평화적으로 청산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역사 속에 존재하였던 과거청산 방법은 크게 네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겠다. 첫째 묵인하는 방법이다. 둘째 사면하는 방법이다. 셋째 숙청하는 방법이다. 넷째 재판하는 방법이다. 이 중에서 가장 보편성을 갖춘 합리적 방안은 넷째의 재판의 방법이다. 그 이유는 재판에 의한 과거청산만이 주체와 대상자는 물론이고 이를 지켜보는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승복할 수 있는 정의로운 기준을 확고하게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통일 독일은 재판의 방법으로 동독의 불법행위를 성공적으로 청산하였다. 대한민국은 독일과는 달리 동족상잔의 전쟁을 치른 경험이 있다. 또한 북한체제는 동독의 사회주의체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잔혹한 인권침해를 자행하여 왔다.
이 점은 통일 한국이 완전한 민족통합을 이루어내는 데에 수많은 장애를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통일 한국의 구성원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과거청산 방법은 적법절차가 준수되는 문명적인 방법이 되어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의 사법당국은 이를 위하여 가해자들의 인적사항과 증거자료의 수집 등을 통일을 위한 준비작업의 일환으로 차분하고 치밀하게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김하중 전남대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북한의 인권문제도 국제사회의 중대한 관심사이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지난달 21일 북한인권조사기구 설치를 골자로 하는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하였다. 1990년대 중반의 대기근으로 시작된 북한의 인권탄압은 악순환의 연속이다.
먹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북한을 이탈하는 주민들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다 보니 인간의 가장 기본적 권리인 장소이동의 자유마저 제한하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이를 위반하면 반국가범죄자로 다스려 공개처형 등과 같은 반인륜적 형벌을 부과한다.
북한은 정권 유지를 위하여 그들이 열망하던 핵무기 보유를 목전에 두고 있다. 북한헌법은 스스로 핵보유국임을 자처하고 있다. 하지만 인간의 기본적 권리를 짓밟고 세습되는 봉건왕조의 존속을 핵무기가 보장해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북한의 핵무기는 인류공동체의 재앙이 될 수 있다는 공감대가 국제사회에 확산되고 있다.
만일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북한정권이 붕괴되면 우리민족의 소원대로 대한민국은 북한지역과 북한주민을 아우르는 완전한 통일국가가 될 수 있을 것인가? 많은 사람들은 북한이 무너지면 대한민국이 이를 고스란히 흡수할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국제법과 국제정치의 역학구도에 과문한 탓이다.
독일이 통일을 이루기 위해서 제2차 세계대전의 4대 전승국이었던 미, 영, 프, 소의 승인을 전제로 하였듯이 대한민국도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를 완전히 지배하는 통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중국과 미국 같은 한국전쟁 참가국들의 협조 없이는 불가하다.
남북한 주민들은 단일민족임에도 불구하고 60년 이상을 체형이 달라질 정도로 이질적인 환경과 문화 속에서 생활하여 왔다. 이러한 남북한 주민들을 통합시키기 위해서는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을 것이다. 그 중에서도 제일 급선무는 북한정권이 저지른 과거의 불법행위를 평화적으로 청산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역사 속에 존재하였던 과거청산 방법은 크게 네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겠다. 첫째 묵인하는 방법이다. 둘째 사면하는 방법이다. 셋째 숙청하는 방법이다. 넷째 재판하는 방법이다. 이 중에서 가장 보편성을 갖춘 합리적 방안은 넷째의 재판의 방법이다. 그 이유는 재판에 의한 과거청산만이 주체와 대상자는 물론이고 이를 지켜보는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승복할 수 있는 정의로운 기준을 확고하게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통일 독일은 재판의 방법으로 동독의 불법행위를 성공적으로 청산하였다. 대한민국은 독일과는 달리 동족상잔의 전쟁을 치른 경험이 있다. 또한 북한체제는 동독의 사회주의체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잔혹한 인권침해를 자행하여 왔다.
이 점은 통일 한국이 완전한 민족통합을 이루어내는 데에 수많은 장애를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통일 한국의 구성원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과거청산 방법은 적법절차가 준수되는 문명적인 방법이 되어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의 사법당국은 이를 위하여 가해자들의 인적사항과 증거자료의 수집 등을 통일을 위한 준비작업의 일환으로 차분하고 치밀하게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김하중 전남대법학전문대학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