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리 채플린의 영화 ‘모던 타임즈’나 헉슬리의 소설 ‘멋진 신세계’에서는 사람들이 자기가 속한 사회에 순응하는 훈련을 받으며 살아가는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미래 사회를 다룬 소설이나 영화를 보면 사회가 만든 규칙, 규범 혹은 법에 자신을 맞추며 살아가고, 사회 체계에 아무런 의문이나 질문을 하지 않는다. 잘못 이용되고 있는 사회 시스템에 순응하고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게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여러 사람이 살아가는데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규범인데, 사회 질서가 그 중심이 사람이 아니라 법이라는 이름의 이런 규칙이나 규범, 틀에 사람들이 맞추어 살아가는 모습이 영화나 소설에서 쉽게 접하게 된다.

다른 모습의 삶에 대해 생각을 하고 비슷한 모습에 의문을 제기하거나 행동하는 사람들이 필요함에도 이런 모습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사회에서 이런 틀에서 벗어나 사회에 대한 새로운 생각이나 사상을 제공하는 것은 예술가나 사상가들이다. 그들은 사회적 규범에서 일탈하여 다른 선택을 찾는다. 그들은 관습의 너머에 있는 무언가를 찾아 떠날 준비가 되어 있다. 여행을 위해서는 가방이 필요하다.

현대 미술사에서 가장 중요하고 유명한 여행가방은 마르셀 뒤샹의 ‘La Boite-en valise’이다. 1930년대 말, 2차 대전이 시작되기 직전에 만들어진 이 작업으로, 뒤샹이 이 시기에 예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 지를 보여주는 휴대용 미술관이다.

뒤샹의 여행가방은 한곳에 정착하고, 그 곳에 자신을 적응해서 가는 방법이 아닌 방랑을 선택한 예술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들의 방랑은 육체적인 방황 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여정을 보여준다.

광주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원더 러스트’ 전시는 문필가, 건축가, 예술가들이 사회적 관습과는 전혀 다른 선택을 보여주는 전시로, 벨기에 자유대학의 한스 드 울프교수가 기획했다. 그는 다음과 같이 원더 러스트의 개념을 밝히고 있다.

“원더 러스트는 사회에 맞서 개인의 자유를 얻기 위해 자신만의 장소를 찾아내려는 내밀한 욕구라고 정의할 수 있다. 동시에 언더 러스트는 걷기, 여행하기, 이주하기, 새로운 곳을 탐사하기 등과 같은 행위에 깃든 관념과도 상당히 관련이 깊다.”

원더와 러스트가 합성된 원더 러스트는 이주와 욕망이라는 독일어가 합성된 단어로이다. 이주나 돌아다니는 것을 즐기는 이라고 번역될 수 있다. 독일에서는 원더 러스트의 개념이 낭만주의 시인과 소설가, 화가의 주요한 특징이 되었고 사회적 관습에서 탈주하려는 욕망을 드러낸다.

작가들이 관습과는 다른 선택을 하는 모습을 종종 목격하게 된다. 벨기에 작가인 프란시스 알리스 멕시코에서 살고 있다. 미국에서 전시에 초대받았을 때 그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국경만 넘으면 되는 북쪽으로 가는 길 대신에 남쪽으로 출발하여 여러 가지 다른 교통 수단을 이용하여 지구를 한 바퀴 돌아 미국에 다다르는 길을 제안했다.

현대 사회는 효율과 빠름이 모든 결정에 요소인데 반해 작가는 돌아가는 길을 제안하고 있다. 작가의 이런 여정은 작업으로서 그리고 정치적인, 철학적인 제안이다. 마르셀 브로에타스는 일상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예술가의 무능을, 사회적, 경제적, 사회적인 기준에 부합하고 순응하는 현대 사회의 강요에서 떠나 스스로 만든 낙원안에 은거하는 예술가의 모습을 보여준다.

예술가들은 사회에 순응하는 대신에 사회가 그들에게 무엇을 제공하는지를 알아내려 한다. 그리고 사회의 기존의 틀에서 벗어난 자유, 대안적인 삶의 모습을 제안한다.

(참고로 지난 17일 개막한 ‘원더 러스트’ 전시는 오는 3월31일까지 광주시립미술관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