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대선을 통하여 이슈화된 ‘반값 등록금’의 논란이 좀처럼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큰 폭의 인하를 요구하는 학생들의 주장과 동결 내지 인상을 원하는 대학의 입장이 서로 상충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반값등록금’ 공약에 대한 기대로, 학생들은 이에 부응하는 가시적인 조치를 요구하고 있고 대학들은 등록금을 내릴 현실적 방도가 없어 전전긍긍하고 있다.

신정부도 이를 위한 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 주요 내용은 올해 대학생에 대한 국가장학금 예산을 5250억 원 늘려 2조7750억 원(총 반값예산으로 추정되는 7조원의 29%에 해당)을 확보하되, 학부모들의 소득분위별로 차등 지급하겠다는 것이 골자이다.

장학금 지원액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국립대 등록금을 기준으로 삼고, 성적이 일정기준(B학점 이상)을 충족해야 한다는 단서 조항을 두고 있다. 이 방안의 핵심은 반값등록금의 문제를 국가장학금의 형식으로 해결하고자 한 것이다.

그러나 엄밀하게 따지면 등록금의 문제는 장학금과는 직접적 관계가 없다. 장학금은 학생을 지원하는 개인 차원의 문제이고, 등록금은 대학 운영의 재정적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부가 이 문제를 장학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현재 국가예산을 사립대학의 재원으로 지원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가 아직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반값 등록금의 문제는 ‘반값’이라는 용어가 주는 느낌에서도 알 수 있듯이, 선거를 앞두고 득표가 주요 목표였던 정치권이 비교적 단순한 논리에서 시작했던 정치적인 사안이다. 중산층을 과도한 대학등록금의 부담으로부터 벗어나게 해 줌으로써 지지를 이끌어 내고자 하는 의도에서 출발하였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가 간단치 않은 사회적 담론이 요구되는 함축적 의미를 지닌 중요한 사안이라는 생각이다. 즉, 지금이 우리나라를 발전시킨 원동력으로 모두가 인정하는 ‘고등교육에 소요되는 재정을 향후 누가 어떻게 담당해야 하는가’에 대한 집중적이고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특히 우리 고등교육의 80%를 차지하는 ‘사립대학’의 재정지원에 관한 제도적 문제를 어떻게 가져가야 하는가도 중요 쟁점이다. 현실적으로 우리나라의 국립대와 사립대는 그 역할과 특성에 큰 차이가 없다. 그럼에도 같은 납세자의 입장인 사립대 학부모는 국립대에 비하여 훨씬 많이, 두 배에 가까운 등록금을 감당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등록금 수준을 외국과 직접 비교하는 것은 무리이지만, 우리나라 등록금은 비슷한 소득 수준의 국가에 비하여 높은 것이 사실이다. 실제 스웨덴, 노르웨이 같은 북유럽 국가는 나라가 전액 부담함으로써 등록금이 없으며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은 대학이 거의 국립이어서 우리보다 훨씬 낮다.

반면에 미국 대학들의 등록금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우리의 두 배가 넘고, 가까운 이웃인 일본은 사립대학의 운영비를 상당부분 국가가 직접 지원함으로써 미국과 유럽의 중간 정도로서 우리보다는 조금 많은 편이다.

등록금의 조달 방법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학부모와 학생에 직접 의존하는 등록금, 민간과 졸업생의 기부금, 그리고 국가의 재정지원이 그것이다. 우리는 국가 초창기의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의 재정수요를 일으키지 않는, 그래서 주로 학생들의 등록금에 의존하는 재정구조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에 의한 대학의 발전은 한계에 이르렀다. 등록금에만 의존하는 대학의 운영으로는 이미 선진화된 우리나라에 걸맞는 국제 경쟁력을 갖출 수 없기 때문이다.

대학교육을 요구하는 수준으로 올리고 중산층의 과도한 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해서는, 국가재정의 직접적 지원여부를 핵심으로 한, 그리고 기업과 사회의 역할분담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시급하다. 특히 사립학교법의 정비를 통하여, 고등교육의 대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사립대 재정문제를 제도적으로 해결하는 적극적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지식중심사회인 미래를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몇 개의 부실 대학을 빌미삼아 더 이상 지체할 사안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