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고대 그리스의 정치사상가 솔론은 “아름다운 것은 어렵다”고 했다. 아름다움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힘이 든다는 뜻일 것이다. 중세의 신학자 토마스 아퀴나스는 “눈으로 보아 즐거운 것이 아름다운 것”이라 정의한다. 미(美)란 보여지거나 인식됨으로써 쾌감이나 기쁨을 준다는 것이다. 예술 작품의 아름다움이 우리에게 울림을 주는 것은 지극히 정성을 들여 미의 결정체로서 궁극의 완전성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우리 역사에서 가장 빛나는 한 시기였던 고려시대의 ‘청자상감운학문매병(靑瓷象嵌雲鶴紋梅甁:국보 제68호)’에서는 그러한 아름다움의 광휘가 느껴진다. 도공의 공들인 솜씨이지만, 천년을 이어온 미감은 신의 작품인양 감동의 전율을 느끼게 한다. 매병에는 가을 하늘처럼 맑고 푸른 바탕에 이중으로 상감된 흑백의 원 마흔 여섯 개가 조화롭게 배치되어 있다. 매병의 몸체를 한 바퀴 돌면서 보면, 바람을 타고 날아오르고 내리면서 마치 수백 마리의 학이 구름 사이를 흐르는 것 같다. 일제 강점기에 일본 골동상에게 넘어가려는 것을 간송 전형필(1906∼1962)선생이 기적적으로 지켜낸 청자다. 이 한 점의 작품에는 한 시대의 정신뿐 아니라 한 사나이의 문화유산에 대한 열정도 담겨있어 우리에게 감동을 준다.

처음 자기를 만들고, 곧 청자를 만든 나라는 중국이다. 오랜 세월 중국은 도자기의 왕국이었고 중국은 영어로 도자기의 의미를 지닌 차이나(china)라는 이름을 가질 정도로 유럽인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이었다. 중국의 청자를 수입한 고려인은 한발 더 나아가 상감청자를 완성한다. 멀리 아라비아까지 교역을 했던 고려 역시 그 명성으로 지금까지 코리아(Korea)로 불린다. 그러고 보면 아름다움은 사람의 마음에 뚜렷한 각인을 남기는 최고의 가치인 듯싶다. 그 안에는 감각적인 기쁨 너머의 초월, 그 영원성도 함께 자리한다.

〈광주비엔날레전시부장·미술사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