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9 대선을 앞둔 후보자들의 복지 정책이 가시화되고 있다. 유력한 세 후보가 대체로 선별적이 아닌 보편적 복지를 주장하고 있는데 당선 후 실제로 잘 굴러가게 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는 가격은 자원을 적재적소에 배분하고, 경제의 원활한 운행을 유도하는 기능을 한다. 그 기능이란 수요와 공급의 변동 상황을 시장 참여자들에게 널리 알리는 정보 전달 기능, 가격 변화에 대응하여 참여자들이 행동을 조정하도록 하는 유인 제공 기능, 그리고 각자가 소유하는 생산 요소에 따라 소득을 얻게 하는 소득 분배 기능의 세 가지다.

복지 정책은 가격의 소득 분배 기능을 다른 두 기능과 분리하여 정부가 시장에서 이뤄진 소득 분배를 좀 더 고르게 하고, 저소득층을 돕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나 소득 분배 기능은 정부가 하고, 다른 두 기능은 가격이 하도록 하면 세 기능은 모두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자신이 열심히 일해서 번 소득의 일부를 자신이 가지지 못한다면 가격 정보에 반응하여 행동을 조정하는 유인이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복지주의자들은 흔히 “분배 방식이 생산을 결정한다”는 명제를 거스르는 오류를 범한다. 또 복지정책이 일단 도입되면 지출은 계속 늘어나는 속성을 가진다. 민주사회에서 복지 수혜자들도 모두 투표권을 가지므로 지출을 줄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복지 지출의 확대와 일할 유인의 감소는 국가 재정을 파탄에 빠뜨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복지 지출 증대→일할 유인 감소→생산 감소→소득 감소→재정 수입 감소→재정 파탄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복지 국가로 널리 알려진 스웨덴은 1870년 세계경제의 0.6%, 1950년대에는 0.9%를 차지했다. 그러나 1950년대 복지 국가를 선언하면서 2000년대에는 0.5%로 떨어졌다. 복지 지출의 증가와 과도한 세금이 원인이다.

또 다른 문제는 세대 간 소득과 부의 이전에 따른 갈등을 야기한다는 것이다. 오늘의 복지 지출은 다음 세대의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최근 그리스의 젊은 세대들이 긴축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는 것은 복지 수혜자와 부담자 간의 갈등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그렇다고 복지정책을 전혀 실시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나 자신의 생활을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복지 정책에 따른 문제를 최소화하며, 이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은 복지의 대상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국한하는 것이다. 즉 성별, 나이, 계층 등과는 무관한 선별적 복지정책으로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것이다. 노동력이 없거나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최소한의 생활도 하기 어려운 노인과 청소년 가장 등의 가난한 가계들이 대상으로 해야 한다.

그러나 12·19 대선 후보들의 복지 공약을 보면 온통 장미 빛이다. 재원 마련책도 궁하기 짝이 없다. 부자 증세를 들먹이지만 공약 이행을 위한 재원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세율이 높아지면 사람들은 과세 대상 재산을 다른 재산으로 바꾸거나 해외로 이전하여 세금을 회피한다. 법인세를 높이면 기업은 국내 투자를 해외 투자로 전환한다.

한국은 이제 1인당 소득 2만 불을 넘어 선진국의 문턱에 들어섰다. 이 시점에 복지의 늪에 빠진다면 한국경제는 언제든지 추락할 수 있다. 대선 후보들은 나눠주기 식의 복지 정책으로 유권자들을 현혹할 것이 아니라 복지 지출에 따른 문제를 최소화하며, 항구적으로 굴러갈 수 있는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최근 일본의 민주당이 집권 시 약속했던 복지 공약에 대해 사과한 사실도 유념해야 한다. 유권자들도 당장의 사탕발림에 현혹되지 말고 나라의 장래를 생각하는 긴 안목으로 각 후보의 정책을 판단할 수 있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

〈전남대 교수·경제학〉